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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방관아빠 무스 Oct 10. 2021

작은 삶(Minimal Life)

아침 동산에서 (11)

   50대에 안착(?)하고 나서 요즘 드는 생각이 '작은 삶(minimal life)'이다. 젊을 때는 무조건 큰 것, 거창한 것, 대단한 것을 추구했었다. 큰 집, 큰 차, 높은 지위... Boys, be ambitious!(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라는 말을 가슴에 품었던 시절도 있었다. '못 먹어도 고! '라고 서울대를 추구해야지 서울 시립대라도 갈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젊은 시절 그렇게 추구했었던 이른바 '큰 것'들은 내게 오지 않았고, 이제는 그것들이 내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들이 이제는 별로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갖지 못한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갖지 못한 것을 계속 소망해 봐야 무얼 할까?- 대신 작은 것, 소소한 것, 그저 그런 것들이 아름답게 보이고 내게 큰 기쁨을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 때는 부동산 투자, 청약통장에 올인(?)했던 도 있었다. 아파트를 하나 둘 사 모아 소위 말하는 P를 받고 팔고, 또 사고 하다보면 부자가 되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초등학교 시절, 교문 앞에서 파는 병아리를 키워 계란을 낳으면 그걸 팔아 또 병아리를 사고... 무한 반복해서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과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병아리들은 다음 날 자고 일어나면 절반이 죽어 있었고 그 다음날 나머지 절반이 죽었다. 운 좋게도 한두 마리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그것은 알을 낳지 못하는 수컷 병아리였을 가능성이 크다.(그 이유는 영화 '미나리'를 보면 알 수 있다.)


   내 부동산 투자는 그렇게 끝이 났다. 그리고 나서 찾아왔던 인생역전의 기회, 바로 비트코인이었다. 여기저기서 비트코인에 투자해 파이어족이 되어 조기 은퇴를 했다는 말이 들리자 나도 큰 거 한방 해야겠다며 종잣돈을 모았었다. 하지만 그것도 내 것이 아님을 곧 알 수 있었다.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아라'는 투자 격언처럼 그게 쌀 때 샀어야 했지만 내가 들어간 시기는 어깨를 지나 상투에 다다른 시기였던 것이다. 항상 나보다 빠른 누군가가 존재했고 그들이 짜 놓은 완벽한 시나리오에 매번 걸려들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주식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조금 따나 싶었는데 그게 '초심자의 행운'임을 알게 되기까지 또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경마장에 가서 처음엔 조금 따서 의기양양하다가 결국엔 차비도 없이 뒤돌아 나오는 호구처럼 결국엔 본전을 다 잃고 나서야 '난 주식과는 맞지 않는다'는 걸 인정해야 했던 것이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서 그 모든 달콤한 유혹들이 가짜였다는 걸 알고 나서야 불혹(不惑)의 경지에 들어선 것일까? 비록 50에 접어들었지만 지금이라도 40대의 불혹을 이루었으니 그게 어딘가?(이마저도 아직 확실하진 음.) 이제부터는 큰 것, 많은 것, 대단한 것에서 벗어나서 작은 것, 소소한 것, 그저 그런 것에 기뻐하고 감사하며 살고 싶다.


동네 앞산에서 내려다 본 쥐섬-섬이름은 내가 지었음.


   가끔 올라가는 동네 앞산에서 내려다본 섬의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등산을 하고 나서 땀을 닦으면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저 섬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해져 온다. 세상 모든 걸 다 가진 사람도 부럽지 않을 것 같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언제 피었는지 모를 핑크뮬리를 보면 숨겨 둔 보물을 찾은 듯하다.


핑크뮬리야~ 너 언제 피었니?


   이제는 이렇게 더 작은 집, 더 작은 차, 더 조그만 삶에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많은 돈도 높은 지위도 다 부질없다. 돈은 아이들 키우고 다섯 식구 먹고살 만하면 되지 않을까?, 조그만 아파트 하나에 다섯 식구 알콩달콩 살면 되지 않을까? 지위는 내 능력 밖이라면 줘도 감당하기 힘들 것이니, 감당하기도 힘든 지위 갖고 있어 봐야 뭐할까? 그렇게 모두 내려놓으니 몸도 마음도 훨씬 가볍고 여유롭다.


 오랜만에 온 자전거 길-낙엽이 떨어져 있다.

 

   오랜만에 온 자전거 길에는 나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낙엽들이 떨어져 있다. 모든 욕심과 욕망을 내려놓으라는 듯 낙엽 떨어진 자전거 길을 조그만 자전거를 타고 어르신 한분이 앞서가고 있다. 나도 내 조그만 자전거를 타고 그 길을 따라서 어디까지든 달려가 보고 싶다. 대신 천천히, 주위 풍경들에 감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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