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방관아빠 무스 Oct 10. 2021

작은 삶(Minimal Life)

아침 동산에서 (11)

   50대에 안착(?)하고 나서 요즘 드는 생각이 '작은 삶(minimal life)'이다. 젊을 때는 무조건 큰 것, 거창한 것, 대단한 것을 추구했었다. 큰 집, 큰 차, 높은 지위... Boys, be ambitious!(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라는 말을 가슴에 품었던 시절도 있었다. '못 먹어도 고! '라고 서울대를 추구해야지 서울 시립대라도 갈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젊은 시절 그렇게 추구했었던 이른바 '큰 것'들은 내게 오지 않았고, 이제는 그것들이 내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들이 이제는 별로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갖지 못한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갖지 못한 것을 계속 소망해 봐야 무얼 할까?- 대신 작은 것, 소소한 것, 그저 그런 것들이 아름답게 보이고 내게 큰 기쁨을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 때는 부동산 투자, 청약통장에 올인(?)했던 도 있었다. 아파트를 하나 둘 사 모아 소위 말하는 P를 받고 팔고, 또 사고 하다보면 부자가 되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초등학교 시절, 교문 앞에서 파는 병아리를 키워 계란을 낳으면 그걸 팔아 또 병아리를 사고... 무한 반복해서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과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병아리들은 다음 날 자고 일어나면 절반이 죽어 있었고 그 다음날 나머지 절반이 죽었다. 운 좋게도 한두 마리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그것은 알을 낳지 못하는 수컷 병아리였을 가능성이 크다.(그 이유는 영화 '미나리'를 보면 알 수 있다.)


   내 부동산 투자는 그렇게 끝이 났다. 그리고 나서 찾아왔던 인생역전의 기회, 바로 비트코인이었다. 여기저기서 비트코인에 투자해 파이어족이 되어 조기 은퇴를 했다는 말이 들리자 나도 큰 거 한방 해야겠다며 종잣돈을 모았었다. 하지만 그것도 내 것이 아님을 곧 알 수 있었다.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아라'는 투자 격언처럼 그게 쌀 때 샀어야 했지만 내가 들어간 시기는 어깨를 지나 상투에 다다른 시기였던 것이다. 항상 나보다 빠른 누군가가 존재했고 그들이 짜 놓은 완벽한 시나리오에 매번 걸려들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주식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조금 따나 싶었는데 그게 '초심자의 행운'임을 알게 되기까지 또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경마장에 가서 처음엔 조금 따서 의기양양하다가 결국엔 차비도 없이 뒤돌아 나오는 호구처럼 결국엔 본전을 다 잃고 나서야 '난 주식과는 맞지 않는다'는 걸 인정해야 했던 것이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서 그 모든 달콤한 유혹들이 가짜였다는 걸 알고 나서야 불혹(不惑)의 경지에 들어선 것일까? 비록 50에 접어들었지만 지금이라도 40대의 불혹을 이루었으니 그게 어딘가?(이마저도 아직 확실하진 음.) 이제부터는 큰 것, 많은 것, 대단한 것에서 벗어나서 작은 것, 소소한 것, 그저 그런 것에 기뻐하고 감사하며 살고 싶다.


동네 앞산에서 내려다 본 쥐섬-섬이름은 내가 지었음.


   가끔 올라가는 동네 앞산에서 내려다본 섬의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등산을 하고 나서 땀을 닦으면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저 섬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해져 온다. 세상 모든 걸 다 가진 사람도 부럽지 않을 것 같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언제 피었는지 모를 핑크뮬리를 보면 숨겨 둔 보물을 찾은 듯하다.


핑크뮬리야~ 너 언제 피었니?


   이제는 이렇게 더 작은 집, 더 작은 차, 더 조그만 삶에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많은 돈도 높은 지위도 다 부질없다. 돈은 아이들 키우고 다섯 식구 먹고살 만하면 되지 않을까?, 조그만 아파트 하나에 다섯 식구 알콩달콩 살면 되지 않을까? 지위는 내 능력 밖이라면 줘도 감당하기 힘들 것이니, 감당하기도 힘든 지위 갖고 있어 봐야 뭐할까? 그렇게 모두 내려놓으니 몸도 마음도 훨씬 가볍고 여유롭다.


 오랜만에 온 자전거 길-낙엽이 떨어져 있다.

 

   오랜만에 온 자전거 길에는 나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낙엽들이 떨어져 있다. 모든 욕심과 욕망을 내려놓으라는 듯 낙엽 떨어진 자전거 길을 조그만 자전거를 타고 어르신 한분이 앞서가고 있다. 나도 내 조그만 자전거를 타고 그 길을 따라서 어디까지든 달려가 보고 싶다. 대신 천천히, 주위 풍경들에 감탄하면서~



이전 11화 오징어 게임과 오징어 달구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