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5년 전 리우 올림픽 폐막식에서 일본의 아베 총리가 슈퍼마리오 복장을 하고 차기 올림픽이 열리는 도쿄를 홍보하기 위해 무대에 나타났을 때, 난 좀 놀라웠다. 역시 애니메이션과 게임의 나라답게 자기네 올림픽 홍보를 이렇게 쌈박하게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다른 한편으로는 슈퍼마리오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근엄한 표정(?)의 아베 총리를 이렇게도 출현시킬 수 있구나 하는 사실이 놀라웠다. 아베 총리 자신도 좀 겸연쩍었는지 폐막장에서 자국의 스포츠 스타와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전해준 빨간색 공을 들고서 마침 내리던 빗속에서 어색하게 서 있었다. 차라리 슈퍼마리오처럼 콧수염에다 배관공들이 입는 작업복을 입었으면 좀 더 나았으려나, 근엄한 표정으로 정장을 입은 그의 모습에서 마지막 화룡점정을 잘못 찍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건 누구 공?-리우 올림픽 폐막식에서 슈퍼마리오 분장을 한 일본 아베총리)
어쨌든 시간은 흘러 흘러 2020년이 다가왔고 2019년에 발생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도쿄 올림픽은 1년 연기되어 2021년인 올해에 치러지기에 이르렀다. 이런 우여곡절과 그 유명한 '아베 마스크' 때문이었는지 그는 총리 자리에서 사퇴했고 결국 올림픽 개막식에도 불참해 버렸다.
그렇지만 일본은 이런저런 잡음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을 강행했다. '이런 팬데믹 상황에서 올림픽이라니 미친 거 아냐?' 이런 말을 들을 만하지만 일본 국민이 누구던가? 벚꽃나무에서 떨어지는 벚꽃잎처럼 일사불란하게, 공동체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개인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희생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가미가제'의 후손들이 아니던가? 그나마 일본은 무관중 올림픽으로 치를 것을 약속했지만 요즘 중계방송을 보면 관중석에 사람들이 보인다. 대회 관계자인지, 선수들의 동료나 가족인지 모르겠지만 열띤 응원도 하고 있다. 침방울이 튈 수도 있는 거리인데, 응원이란 게 처음에는 거리를 둬서 하다가도 나중에는 하나가 되서 하게 된다는 것을 응원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게다가 밤에는 선수촌 부근에서 매일 밤 맥주파티가 벌어지고 있다고 하니 이거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웃어야 할지, 울아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일까, 도쿄의 확진자 수는 올림픽 개최와 맞물려서 증가하고 있고 NHK 집계에 따르면 8월 4일 발생한 도쿄의 하루 신규 확진자수는 4166명으로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런 코로나19 감염자 급증으로 의료 병상이 부족해진 일본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중증이 아닌 환자는 병원 입원을 제한한다는 것이었다.
(도쿄 올림픽 중 코로나19 확진자 수 최다 경신-NHK 캡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외에선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하여 돌파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에서 발견된 알파 변이, 남아공에서 발견된 베타 변이, 브라질에서 일본으로 넘어온 감마 변이, 인도에서 발견된 델타 변이,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델타 플러스 변이까지 있나 싶었는데 왠 걸, 그 밖에도 많이 있었다. 사실 변이 바이러스는 수천 가지가 있다고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변이 종류)
이쯤 되면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올림픽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낮에는 기량을 겨루고 밤에는 그들이 가지고 왔을지 모르는 변이 바이러스들이 서로 기량을 겨루며 증식하는 바이러스 올림픽... 씁쓸한 얘기이긴 하지만 우리 소방관들은 항상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최악의 상황이라면 어떻게 될지를 항상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최악을 생각했을 때, 그렇게 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세계에서 가장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의 몸안에서 무사히 잠복기를 보낸 변이 바이러스들은 또 그 선수들의 자국으로 돌아가 인간의 방역에 살아남는, 더욱 진화한(?) 변이 자손들을 퍼뜨릴 수도 있다. 그러면 4차, 5차, 6차.... 대유행은 끝나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다시 리우 올림픽 폐막식으로 돌아가 보자, 그 폐막식에서 아베 총리가 받아서 들고 있던 그 빨간 공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