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둥이가 어린이집에서 확진자와 접촉하고 PCR 검사를 받고 나서 확진자가 된 후,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 집에서는 많은 일이 있었다. 먼저 모든 가족들이 집에서도 마스크를 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자기네 방에 틀어박혀 거실에 나오지 않았다. 와이프는 집안 곳곳을 소독약을 가지고 다니며 소독을 했다. 그리고 나에게는 마스크를 제대로 끼지 않는다고, 아이들에게는 자방 격리(?)를 하지 않는다고 잔소리를 해대기 시작했다. 우리 부부는 어쩔 수 없다지만 첫째와 둘째는 막둥이와 철저하게 격리를 해서 가족 간 감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래 봤자 어차피 걸릴 사람은 걸리고 안 걸릴 사람은 안 걸려, 괜찮아, 괜찮다고 더군다나 난 3차접종까지 마친 사람이야..."
를 연발했다. 하지만 와이프는 나에게
"자기, 혹시 걸리기를 바라는 거 아냐?"
라고 의미심장한 물음을 던졌다. 난 코로나에 걸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그래도 가족인데 너무 방역수칙에 얽매여 집안에서까지 그렇게 격리를 하고 마스크를 쓰고 소독을 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대답했다. 설사 코로나에 걸릴지라도 23개월, 겨우 말을 틔우기 시작하는 우리 막둥이가 아빠를 찾아 우는데 모른 척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 첫째가 목이 아프다며 선별 진료소를 찾아가 PCR 검사를 했고 다음날, 양성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와이프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나마 우리 중에서 가장 막둥이와 접촉을 하지 않은-거의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았던- 첫째가 확진된 것이다. 그래서 나머지 우리 가족(나와 와이프, 그리고 둘째)은 어제, 선별 진료소에 가서 PCR 검사를 또 받고 왔다.(가족 중에서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다른 동거가족들은 PCR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다음날의 결과에 따라 와이프와 나와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릴 것이었다. 나는 코로나에 걸리더라도 막둥이를 보지 않을 수 없어 최소한으로 접촉을 했고 와이프는 철저하게 마스크를 끼고 막둥이와의 접촉을 안 하려 했고 첫째와 둘째에게도 그것을 강조했기 때문이다.(그때 나와 와이프는 둘 다 증상이 있었는데 나는 목이 아프고 와이프는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둘째는 증상이 없었다.)
이렇게 가족 중 누군가가 코로나에 확진되면 나머지 가족들이 감염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한다. 가족 간 감염은 이렇듯 피할 수 없는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종종 한 명이 감염되더라도 나머지 다른 가족들은 음성인 상태로 자가격리를 끝내는 가족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가족 중 한 명이 코로나에 걸렸을 때, 나머지 가족들이 가져야 하는 자세에 대해 우리 가족의 경험담을 토대로 정리해 보려 한다.
첫째, 일단 가족 중 누군가가 코로나에 걸리면 위에서 말한 두 가지 방향 중 어디로 갈 것인가를 먼저 정할 필요가 있다. 한 명이 걸렸으니 나머지 가족들이 걸리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하고 이왕 걸릴 거 최대한 빨리 다 같이 걸려서 최단시간에 코로나로부터 벗어나는 것과, 한 사람이 걸리긴 했지만 나머지 가족들은 최대한 격리를 하고 방역수칙을 집안에서도 철저히 준수해서 걸리지 않는 것.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왜 그렇게 해야 하나 하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중쭝한 자세로 코로나를 맞이하다 보면 어설픈 방역수칙 지키느라 가족 구성원들도 힘이 들고, 코로나로 인한 자가격리 및 수동감시 기간은 그것대로 늘어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현 규정으로 보면 코로나에 걸린 사람은 7일간의 자가격리 기간이 부여되고 나머지 가족들은 PCR 검사가 음성일 때, 약간의 제약은 주어지지만 일상생활은 가능한 수동 감시 대상이 된다. 하지만 학교와 직장에서는 이 수동 감시자라도 7일간 출근이나 등교가 어렵다. 그런데 며칠 있다 다른 가족이 또 확진되고, 좀 있다 다른 누군가가 확진되고, 나중에는 자기도 확진된다면? 그럼 근 한달 정도(4인 가족 기준) 코로나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직장에서의 생활과 학교에서의 생활, 전반적인 가정생활에서 문제가 생긴다. 거기다 코로나에 걸렸다가 나은 가족이 다시 걸리는 말라는 법도 없다.)
그러니 아예 온 식구가 한 번에 걸려서 한 번에 낫고 코로나를 빨리 끝낼 것인가, 아니면 한 명만 걸리고 나머지는 안 걸리고 잘 넘어갈 것인가의 두 가지 중에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먼저 전자를 선택했다면 쉽다, 그대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면 된다. 지금까지의 생활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생활하면 되는 것이다. 마스크를 낄 필요도 없고 손 소독이나 문손잡이 소독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최대한 접촉(?)을 자주 해서 빨리 걸리면 더 좋다.(그럼 거의 비슷한 날짜에 걸리고 낫게 된다. 7일에서 10일 안에 코로나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후자다. 후자를 선택했다면 일단 걸린 사람은 자방 격리-자기방에서 절대로 나오지 않음- 를 시행하고 음식도 문 앞에 놔둔다, 화장실도 전용 화장실을 지정해서 그것만 쓰게 해야 한다. 생각보다 화장실을 쓰면서 감염될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그리고 음식도 자기 접시에 덜어서 자기방에서 먹어야 한다. 같이 먹거나 확진자가 젓가락을 댄 음식을 나머지 가족들이 조금이라도 먹어선 안된다. 또한 나머지 가족들도 집안에서도 마스크를 철저히 써야 한다. 걸린 사람뿐만 아니라 나머지 가족들도 다 보균자나 잠복기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철저한 마스크 착용과 집안 소독이 요구되는 것이다. 우리 막둥이가 생활하는 안방과 첫째의 방은 집 맨 끝에서 끝이었다. 그리고 첫째와 막둥이는 거의 대면하지 않고 잠시 잠깐 볼 때도 마스크를 끼고 멀리서 얼굴 정도 보는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첫째가 확진된 것을 보면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얼마나 강한가를 알 수 있다. 그래서 확진자는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는 수준이 요구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가족에서 가장 처음 걸린 사람은 23개월 차 막둥이었다. 그러니 그 애를 어찌 자방 격리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다 보니 하루가 지난 오늘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와이프와 나 모두 양성으로 확진이었다!, 결국 우리 부부는 서로 의문의 1승 1패씩을 나누었던 것이다, 그에 반해 막둥이를 자주 안아주었던 둘째는 그대로 음성이었다. 이러니 어쩔 수 없이 케바케라는 말을 또 써야 할 것 같다.)
그리고 확실하게 다른 가족들이 코로나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비닐장갑을 끼고 생활해야 한다.-혹시라도 모를 접촉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비닐장갑이 아니더라도 쉽게 버릴 수 있는 일회용 장갑도 괜찮다. 장갑을 끼고 벗을 때가 중요한데 방호복을 입는 과정에서 장갑을 착용하는 방법을 용용해서 동영상을 만들어 보았다.
낄 때나 벗을 때, 손목 부분을 잡고 끼고 벗는다. 벗을 때는 뒤집어서 나오는 안쪽을 잡고 오염된 겉면은 손과 접촉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버릴 때는 말아서 쓰레기통에 버린다.
이상으로 확진자가 나온 상태에서 가족 간 감염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두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말이 쉽지, 이 두 가지 중에 선택을 하라면 쉽지 않다. 한 명만 걸리고 나머지는 걸리지 않고 잘 빠져나간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러려면 7일간의 자가격리 기간 중 온 가족의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전자를 택해서 한 번에 모두 걸리고 한번에 모두 나으면 좋겠지만 사람의 일이란 알 수 없어, 늦게 걸리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대체적인 가족이라면(노약자나 영, 유아, 기저질환자가 없는, 예방접종을 완료한 가정) 처음부터 이 두 가지 중에 자기 가족에 맞는 한 가지 방향을 정해 놓고 그 방향으로 간다면 코로나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에 걸리는 가족들 모두가 우리 가족과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현명한 선택을 해서 최단시간에 코로나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수렁에서 빠져나와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마지막으로 코로나에 대처하는 한 가지 Tip을 정리해 보았다.
Tip1. 코로나에 걸리면 무엇이든 급하지 않고 여유롭게 생각해야 한다. 천천히 돌아간다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치게 되고 혼자서 열 받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우리 막둥이에게 관계부처 담당자가 보내온 물품)
위 사진은 울 막둥이에게 관계부처 담당자가 보내온 물품이다. 25일에 확진되었는데 28일 날 보내왔다. 막둥이는 벌써 고열 증상이 사라져 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것을 보고 사후 약방문... 운운한다면 코로나 시대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보건부처 관계자들이 얼마나 바쁘고 손이 없었으면 이걸 이제야 배달해 주었을까, 그래도 우리 막둥이가 잘 나아서 이걸 쓸 일이 없어서 다행이다~'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확진이 되고 격리가 되고 하는 문자들이 오는 걸 보고 '왜 그런가?, 며칠? 7일 후 자정이면 24일인가?, 25일인가?, 방역수칙은 왜 이리 자주 바뀌지?' 이런 의문을 갖고 관계기관에 전화하지 말자, (어차피 안 받는다.~ㅠㅠ) 그런 건 이제 23개월인 우리 막둥이도 아는 다음이나 네이버에 질문하면 된다. 괜히 바쁜 담당자들 더 바쁘게 하지 말고 포탈에 있는 더 많은 민간 전문가(?)들에게서 모든 정보를 알아내자, 그리고 일단 바뀐 방역지침이 있다면 그대로 따르면 된다. 우리보다 더 많이 연구한 전문가들이 내놓은 수칙일 테니 우리가 딴지 걸 필요는 없다. 그리고 저 유명한 솔로몬 왕의 말처럼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며 마음을 너그럽고 여유 있게 가져야 한다. 어차피 넘어진 거, 좀 쉬어간다는 마음을 갖고 이 기회에 다른 방에 있는 가족들과 영상통화나 그룹 톡을 하면서 대화를 이어가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