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동산에서(25)
(사진출처-영화 '기생충')
어제와 그제,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서는 무려 100여 년 만의 집중호우가 내려 그야말로 물난리를 겪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반지하에 거주하는 두 자매와 초등학생 딸이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그 물난리에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는 것이다
뉴스에서도 나오듯이 '재난은 가장 낮은 곳의 가장 가난한 사람부터 덮쳤다.' 영화 '기생충'에서 본 그대로 현실에서도 이루어진 것이다. 그 가족은 세 모녀가 할머니와 함께 살았고 할머니는 병원에 입원해 있어서 그 재앙을 피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 세 모녀는 한 명의 발달장애 여성이 있어서인지 대피가 늦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빗물이 차오르면서 출입문이 열리지 않자 119에 전화를 했지만 1년 전 내가 쓴 글에서처럼 신고 폭주로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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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에서처럼 이렇게 100여 년 만에 온 집중호우에는 119 신고 자체가 어렵다고 봐야 한다. 다른 곳에서도 수없이 많은 구조 신고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설사 신고가 된다 하더라도 그 지역의 모든 소방관들은 다른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불과 몇 분 안에 생사가 갈리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논의가 되고 있는 것이 상황실에서 신고의 위급성을 따져 위급한 순위대로 소방차를 현장에 보내자는 것인데 현장을 가 보지 못한 상태에서 우선순위를 정한다는 것도 일단 말이 안 된다.- 위 글에서는 집중호우 시 차량에 갇혔을 때 탈출하는 방법에 관해서 썼는데 이번 사건에서도 반지하 방에 집중호우로 물이 차오를 때의 탈출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일단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별로 없었다. 당장 생각나는 것이 현관문을 노루발로 고정해 놓는 것 정도다. 비가 많이 오겠다는 예보를 듣거나 당장 주룩주룩 빗소리가 들리면 한 사람이 나갈 수 있을 만큼만 현관문을 열어놓고 노루발로 고정을 시켜 두자! 비상시에 탈출도 용이하고 물이 들어오면 얼마나 들어왔는지도 알 수 있다. 집안으로 들어온 물이 무릎 높이가 되기 전에 탈출해야 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더 이상의 대피 방법을 생각할 수가 없다. 바깥에서 보면 길과 같은 높이의 조그만 창문이 있던데 거기를 열고 탈출하는 것도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방범창이라서 창살이 있는 데다 안에서 보면 천장 높이의 그 창으로 장애인을 데리고 탈출하기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다. 더구나 이웃주민의 말을 들어보면 거의 10~20분 만에 물이 들어찼다고 하는데 그 골든타임 동안 현관문도 열리지 않고 물은 점점 차 올라오는데 어찌할 바를 몰라 전화기만 붙들고 있었던 세 사람을 생각하니 정말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럼 어떻게 할까?, 뉴스에 나오는 대로 정치인과 공직자를 믿고 기다려야 하나? 아니면 119나 경찰을?, 물론 그분들도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누차 얘기하지만 그들만 믿고 있을 수는 없다. 그들도 이런 천재지변 앞에선 어쩔 수 없는 인간일 뿐이라는 것을 며칠간의 뉴스를 보며 알지 않았나?
그렇다, 그들만 믿고 있을 것이 아니라 자기 자리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미리미리 탈출 요령을 숙지하고 재난에 대비해서 자기 살길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 자연재해에서 예방보다 더 나은 대책은 없으니까. 집중호우나 태풍, 산사태와 같은 자연재난이 닥치면 자기가 거주하고 생활하는 곳의 안전을 둘러보고 부실한 곳이 있다면 대책을 세우고-여기에서 혼자 할 수 없다면 공무원과 공공기관에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가장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의 재해, 재난은 자기만 혼자서 이렇게 대책을 세운다고 해서 완전히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全) 지구적인 재난이기 때문이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하지 않았나? 굳이 인터넷이 아니더라도 전 지구는 하나로 연결되어 상호 작용을 하고 있다. 지구는 지금도 시시각각 날씨와 온도, 바람과 물의 순환으로 서로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인간의 탐욕으로 말미암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로 인해 전 지구 어디서나 재난, 재해가 끊이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몇 달 전에는 지구 전체가 뜨거워져 지구 곳곳에 산불이 며칠에서 몇 달 동안이나 났었다. 이제 그게 지나갔나 싶으니 또 지구 곳곳이 폭우와 가뭄으로 신음하고 있다. 하늘은 비를 내리는 데도 왜 이렇게 불공평하냐고 탄식하지 말자. 이 또한 인간이 뿌린 것을 인간이 거두는 자업자득(自業自得) 일뿐이다. -하늘은 어찌 보면 생각보다 공평하다.-
이번 여름, 지구 온난화로 인해 잔뜩 뜨거워진 태평양에서는 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몰고 올라오다가 북쪽의 차고 건조한 저기압의 공기와 만나 정체전선을 형성하고-이것이 바로 장마전선이다. 그래서 장마기간 중에는 이 정체전선이 한반도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계속 비를 뿌려댄다.- 좁고 좌우로 긴 이 정체전선이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걸쳐지면서 집중호우를 뿌렸던 것이다.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도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얼음과 눈이 녹으면서 생긴 것이니 결국은 지구 온난화가 이번 폭우를 비롯한 이상기후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확실하고 또 효율적인 방법은 바로 에어컨을 끄는 것이다. 에어컨을 틀어놓으면 실내는 시원하지만 밖에 나가 실외기를 살펴보면 뜨거운 바람이 쉴 새 없이 나가고 있다. 모든 집에서 이렇게 에어컨에서 실외기로 뜨거운 바람을 내보내는데 지구가 뜨거워지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거기다 에어컨이 선풍기보다 전력을 얼마나 많이 소비하는지는 모두가 알 것이다. 그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또 화석연료를 태워야 한다. 인간들이 시원하자고 지구를 두 번 죽이는 꼴이 되는 것이다. '라때' 이야기는 되도록이면 안 하려고 했는데 여기서 또 하게 된다.
그 옛날? 내가 어릴 때도 무더위는 있었다. 내 기억으로 38도에서 40도까지 오르내릴 정도로 무더위가 심했던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 4, 5학년 때쯤인 것 같은데 그래도 우리 동네에서 에어컨이 있는 집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집에 딸랑 한대 있는 선풍기로 네식구가 그 무더위를 견뎌내었던 것이다. 선풍기로도 안 되면 집 앞 수돗가에서 찬물로 등목도 하고 수박도 깨 먹고 팥빙수도 만들어 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저녁엔 모깃불을 피우고 옥상이나 집 앞 길바닥에서 자기도 했다. 그래도 집 안보다 바깥이 시원하게 느껴졌고 그러다 보면 더위는 여름 방학과 함께 꼬리를 감추었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럴 수가 없다. 모두가 아파트 생활을 하다 보니 집 밖에서 잔다는 것은 캠핑 아니면 상상도 할 수 없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집 바깥이 집 안보다 시원하지 않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바로 에어컨 실외기가 뿜어내는 열기와 자동차에서 나오는 열기로 인해 바깥의 기온이 저녁에도 잠을 잘 수 있을 만큼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자동차도 지구 온난화에 한몫을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것이야말로 움직이는 화석연료 발전소가 아닌가? 그리고 차체가 금속으로 되어 있으니 열을 축적하고 발산하는 효과는 대단히 클 것이다. 낮에 축적한 열을 밤에 발산하는 것이다. 그런 자동차가 우리나라만 해도 하루에 수백만 대가 운행을 하고 있으니 지구가 더워지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거기다 그런 자동차 내부의 열을 낮추기 위해 에어컨을 켜고, 그 에어컨을 돌리기 위해, 전기와 화석연료가 또 태워진다.
지구의 여름이 점점 더워진다. --> 더위를 피하기 위해 에어컨을 켠다. --> 에어컨을 돌리기 위해서 전기와 화석연료를 쓴다. --> 지구는 더욱더 더워진다. --> 지구의 바다는 더 뜨거워지고 북극의 빙하는 녹는다. --> 남쪽 바다의 뜨거운 공기와 북쪽 빙하가 녹으면서 생긴 차가운 공기가 한반도에서 만나 정체전선이 형성된다. --> 한반도에 정체전선이 오르내리며 폭우와 집중호우가 빈발한다. --> 폭우와 집중호우로 반지하의 가난한 사람부터 희생된다 -->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에어컨을 틀고 전기와 화석연료를 쓴다.
--> 지구의 여름이 점점 더 더워진다. --> 무한반복....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이 도미노 같은 악순환의 고리에서 하나를 빼내야 한다. 그래서 다음 도미노가 쓰러지지 않게 해야 한다. 우리가 빼낼 수 있는 고리는 바로 에어컨을 끄는 것이다. 자동차는 운행하지 않을 수 없고 공장도 돌리지 않을 수 없고 전기도 생산하지 않을 수 없지만 에어컨이라면? 그다지 더운 날씨가 아니라면, 혼자 집 안에 있는 상황이라면?, 선풍기 정도로 충분히 시원하다면? 에어컨을 잠시 꺼두어도 좋지 않을까?-여기서 왜 한석규가 생각날까?- 선풍기를 틀고 에어컨을 끄자, 그리고 창문을 열어 자연에서 들어오는 신선한 바람풍(風)을 맞아 보자, 그래도 덥다면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이 했던 것처럼 냉장고를 열어서 시원한 수박을 꺼내 '서걱'하고 잘라보자, 아이들이 모여들고 그 옛날?처럼 가족의 웃음이 번질지도 모른다. 지구를 살리는 일이라면, 지구를 시원하게 해 주는 일이라면 조금 더워도 해 볼 만한 일이지 않은가? 그리고 자고로 여름은 더워야 제맛이 아니던가? 거기다 혹시라도 반지하에 사는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일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