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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방관아빠 무스 Feb 07. 2022

눈과 얼음이 녹지 않게
-저탄소 올림픽

아침 동산에서(17)

(사진출처-연합뉴스)


   며칠 전, 2022년 동계올림픽이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됐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에서도 개막식 감독을 맡아 무협영화에서처럼 사람이 하늘을 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며 세계인들에게 볼거리를 주었던 장이머우 감독이 이번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과연 '어떻게' 성화대에 불을 붙을 것인가?'가 초유의 관심사였다. 그는 일찌감치 '100년 올림픽사에 없었던 전복적인 방식'이라며 '저탄소와 환경보호 이념 실천'이란 말로 힌트를 주었다.


체조스타 리닝이 몸에 와이어를 묶고 공중부양? 하듯 날아올라 성화대에 불을 붙인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막식(feat. 장이머우 감독)


  1988 올림픽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비둘기 화형식-응팔에서 덕선이가 비둘기 사체를 가져와서 그때 비둘기들이 타 죽었음을 알게 됨~ㅠㅠ-, 멋지게 화살로 성화를 날려 성화대에 불을 밝히던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불화살은 성화대를 넘어가고 성화는 자동 점화됨~ㅋ- 이후로 개막식 성화 점화에 대해 심드렁해진 나였지만 장이머우 감독이 이렇게까지 큰소리를 치는 걸 보니 뭔가 대단한 것이 있나 보다 기대하며 졸린 눈을 비비며 이번 개막식을 보았었다.(50 넘어 저녁잠이 많아지고 새벽잠은 없어진 나~ㅠㅠ)


화살로 성화를 날려 성화대에 불을 밝힌 -불화살은 넘어가고 성화는 자동점화~ㅋ-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비둘기 화형식이 된 1988서울 올림픽의 성화 점화-비둘기 몇 마리가 평화의 제물(?)이 된 건 안 비밀~ㅠㅠ


   그런데 정말 이번 개막식 성화 점화는 장이머우 감독답지 않게 밋밋했다. 최종주자인 2000년대생 선수 두 명이 성화봉을 들고 눈꽃 무늬의 성화대 밑에 서더니 그 중간으로 올라가 성화봉을 눈꽃무늬 성화대에 꽂는 것으로 성화 점화를 마친 것이었다. 이런 밋밋한 성화 점화 같으니라고!, 이게 정말 끝이라고?~ 하는 말이 뇌리를 스치고 대퇴부를 강타했다. 좀 더 보여줘~ 좀 더~ 대국답게 뭔가 감춰놓은 것이 있을 거야~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진 않겠지...


두 성화주자가 성화봉을 꽂는 것으로 끝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성화점화


   하지만 나의 이런 외침도 무색하게 성화 점화는 그걸로 끝이었다. 역시 대가 장이머우답게 세계인들 앞에서 감동과 자신의 약속을 모두 잡은 퍼포먼스였다. 성화봉이 그것 자체만으로 성화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왜 못했던 것일까? 그렇게 하면 요즘 한창 이슈가 되는 탄소절감 문제와 에너지 절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성화대를 눈꽃 모양으로 함으로써 눈과 얼음이 녹지 않도록 탄소배출을 최소화하겠다는 중국의 의지도 보여줄 수 있으니 여러모로 일석이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대통령 후보 4자 토론이 있었다. 그때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환경과 에너지 관련 퀴즈 2개를 내었다. 바로 RE100과 EU텍소노미였다. 이 후보는 이 두 가지 사안에 관해서 어떻게 대응하겠냐고 윤 후보에게 물었고 윤 후보는 이 두 가지 용어를 모르니 설명해 달라고 대답했다.




EU텍소노미- 녹색산업 분류체계, 환경과 관련하여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과 그렇지 않은 경제활동을 나누어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의 범위를 정한 것(6개의 환경목표를 설정했는데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수자원과 해양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과 보호, 순환경제의 전환, 오염방지 및 통제, 생물 다양성 및 생태계 보전과 복원이다.)


RE100      

RE100은 기업이 2050년까지 사용 전력량의 100%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고 자발적으로 선언하는 국제 캠페인이다. 2014년 시작된 이후 구글 ・ 애플 ・ GM ・ 이케아 등 글로벌 기업 300여 곳이 가입했다.(에듀윌 시사상식 갈무리)




   환경과 에너지에 관해서 세계는 이렇게 빨리 움직이고 있다. 유럽에서는 환경과 관련해서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을 정해서 그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경제 활동은 배제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각국의 글로벌한 기업들은 스스로 사용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캠페인에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그러니 눈과 얼음이 녹지 않게 열과 탄소의 발생량을 최소화하려는 중국의 이번 올림픽 개막식 성화 점화가 하나도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 후보조차도 이런 용어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하니 이거 뭔가 우리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드는 게 사실이다.(진로 이즈 백 따위는 개나 줘버렷!


   사실 에너지 관련 시사용어 한두개쯤 알고 모르는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눈과 얼음이 녹지 않도록 성화를 최소화해서 올림픽을 치르겠다는 장이모우 감독의 마음, 중국의 마음과 같은 것이다. 더구나 세계의 공장, 세계의 쓰레기장으로 불렸던 중국이기에 지난날의 오명을 벗고 진정한 환경대국으로 다시 거듭나려고 하는 의지를 이번 올림픽에서 보인 것 같아 앞으로의 모습이 더욱 더 기대된다. 전 세계가 이런 친환경, 저탄소로 가는 거대한 물결에 동참해서 북극에선 북극곰들이, 시베리아에서는 한국호랑이가, 태평양 적도에선 각종 고래와 바다거북들이, 아마존 밀림에선 나무늘보가, 남극에선 펭귄들이 날로 번성하는 그날이 다시 오기를 간절히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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