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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마살 Oct 19. 2020

나를 따라다닌 질문

  목표를 정해놓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열심히 살았다. 그런 삶의 방식 이외의 방식은  몰랐다. 아프기 전에는 ‘대학 진학이라는 목표가 있었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모범생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마비 환자가 됐다. 공부고 뭐고 당장 혼자 앉아있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되자, 나의 목표는 ‘대학 진학에서 ‘걸어서 병원을 나가는 으로 바뀌었다. 고등학교에 복학을 하고 나서는 잠시 재활이 뒷전이었다. 나의 일차적인 목표 다시 ‘대학 진학이었다. 그리고 대학에 합격하고 난 다음에는 다시 목표가 ‘수술 후유증 치료 바뀌게 되었다. 다시 예전처럼 걷고 뛰는 . 백번 양보해서 달리기는 못하더라도 다시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게 되는 것, 그리고 아주 가끔 급한 상황에서 뛰는 . 횡단보도 색이 바뀌었는데  혼자 뛰지 못해서 뒤에 남겨지는 일은  이상 겪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의사는 내게 ‘너의 몸은 여기서 더 이상 좋아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얘기를  버렸다. 내가 그토록 듣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말을. 아무리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아도 크게 차도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아버렸으니, 나는 ‘수술 후유증 치료였던 나의 단기적 삶의 목표를 어떻게 해야 할지  수가 없었다. 우선   다리가 나아야 그다음 삶의 계획을 세워서 앞으로 나아갈 텐데,  순간 다시 한 번 삶이 멈춘 듯 했다. 갑자기 계획이 사라진 .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

그때는 이미 대학 졸업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다음 목표로  만한 것은 취업이었다. 대체 졸업하고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인터넷에 검색했다. 진로 찾는 , 졸업하고 뭐하지, 대학 졸업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으면 어떡하지 . 온라인 상의 인생 선배들은 말하고 있었다. 내가 잘하는 , 좋아하는 , 싫은 것에 대해 생각하라고.  아무래도 모르겠었다.  몸을 가지고는  하든, 내가 잘하는 , 좋아하는 ,  하든 내가 행복할  있을지 자체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하든  몸과 마음이 이렇게 불안정한데, 내게 행복이라는 것이 가능한가?’하는 질문이 계속해서 나를 따라다녔다. 나는 침대에 워서 한없이 가라앉는듯한 기분을 느끼며  인생이 이렇게 어둡고 암암한 것에 대해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가만히 그렇게 생각만 하고 있었다.

나는  오랫동안이나 해답을 찾을  없었고, 계속해서 아프고, 인생이 재미없고, 어둡고 무채색으로 느껴졌고, 이게 우울이구나 싶었다. 그냥 인생을 리셋하고 싶기도 했다. 내가 게임 캐릭터라서 스스로를 조종할  있었다면, 아마 리셋 버튼을 클릭해서 <새로 키우기> 선택했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정도로 나는  행복에 대해서 확신이 없는 상태였다. 열심히 살았지만 내가  위해서 살았는지, 내가 나를 위해서 살기는  건지도  모르겠었고, 그다지  이유조차 없게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종양이 생겨 아팠다는 생각에  열심히 살게  세상과 주변이 원망스러웠고,  이상 열심히 살고 싶지도 않았다. ‘열심히 살면 뭐해,  아프면 아무 의미도 없고,  열심히 살아서 뭔가를 성취해 봤자  하는  투성이인데,’라는 생각이었다.

인생 리셋이라는 생각까지 했으니, 죽음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스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냥  이번 생은 이렇게 끝내야 하나. 그러나 죽음이라는 단어는 머릿속을 잠깐 스치고는  사라졌다. 무서웠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신경 손상 환자들을 수없이 많이 보았고, 입원의 답답함을 누구보다  아는 나는 다시는 병원에 비슷한 일로 입원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죽고 싶다고 깔끔하게 죽을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데  확률을 운명에 맡기고 뛰어내릴  없었다. 그러다가  떴는데  병원이면, 그땐 정말 제정신으로   없을  같았다. 그래서 살기는 살아야 되겠는데, 도무지  하면서,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답을  내리면서 지내고 있었다. 내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몸만 건강했어도  행복한 사람으로 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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