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을 매만지다가 왼손 중지가 머리카락에 찔린 듯하다. 손가락이 머리카락에 찔린다는 표현이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다른 이유를 찾아볼 수가 없다. 그렇게 머리카락을 만진 후부터 왼손 중지, 정확히 키보드와 맞닿는 부분이 찔꼼찔꼼 아프기 때문이다.
머리카락 한 번 만졌을 뿐인데, 키보드를 만질 때마다 나는 고통이라는 걸 느낀다.
같은 뜻의 아픔이라는 단어도 있지만, 아픔을 느낀다고 하면 내가 왠지 이 고통으로 인해 슬픔을 머금은 무거운 솜처럼 변해버린 거 같아, 찔꼼한 고통이라는 단어를 손가락이 키보드를 누를 때마다 생각해 본다. 그 찔꼼한 감각을 피해보겠다고, 중지를 사용해야 할 때마다 손가락을 비틀어서 눌러보기도 하고, 잠깐 멈칫해서 약지를 사용해보기도 한다. 그러다 무의식 중에 'ㅇ'을 누를 때면 찔꼼함이 또 한 번씩 느껴진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고통이 아픔으로 또는 아픔이 고통으로 변해버리는 순간을 그 짧은 찔꼼함에 깨닫게 된다. 어쩌다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찔렸을까...부터 이게 뭐라고 이리 민감하게 구나... 싶은 마음까지 드는 것이고, 그거 하나 못 참나... 싶으면서 그럼 손가락을 잠시 쉬게 해 주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면,
내 이 찔꼼한 고통에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그래도 할 수만 있다면 이 찔꼼함을 피하면 된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해도 피하고 싶을 때가 있고,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게 나은 거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해서 모든 일이 그냥 견딜만한 일이 되는 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