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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연고 Mar 05. 2024

회사 동료는 친구가 될 수 없나

공감 에세이

남편이 정말 좋아하던 회사 동료가 있었다. 나이도 비슷하고 성격도 맞아서 개인적으로도 그 사람을 친구처럼 좋아하는 게 느껴질 정도였고, 집에서도 그 동료에 대한 이야기를 유독 많이 해서, 정말 오랜만에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난 걸 축하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래도 회사 동료인데 너무 마음을 주지는 말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나는 그 말을 굳이 꺼내지는 않았다. 회사 동료지만, 그래도 혹시 정말 친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그 동료 부부는 힘든 일을 겪게 되었고, 운전을 도저히 못하겠다는 동료의 말에 남편은 직접 운전을 해가며 그들을 도와준 적이 있었다. 출산과 비슷하다고 하는 힘든 일을 겪은 그 동료의 부인을 위해 나는 과일과 견과류 등을 넣은 과일 바구니를 만들어 위로의 선물을 보냈. 그  일 이후로 남편은 진심으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 부부를 걱정하고는 했었다. 얼른 마음을 떨쳐내고 그들이 다시 좋은 소식을 듣게 되길 마음속으로 깊이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랬었는데......


어느 날 그 동료가 다른 회사로 옮겨간다는 소식을 남편에게 의무 통지 기간 바로 전에야 말을 해왔다. 단순히 회사 동료가 아닌 친구처럼 그 사람을 생각하고 있던 남편은 큰 실망감을 느낀 듯했다. 최소한 자신에게는 미리 말을 해줄 수도 있었을 텐데...라는 실망감이 컸던지, 그 후로는 그 동료 얘기가 우연히라도 나올 때마다 남편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지고는 했었다. 그래도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을 하게 된 것을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 주며 그 동료를 떠나보냈다.


그리고 얼마 전 다시 그 옛 동료의 소식을 남편에게 전해 듣게 됐다. 그런데, 새로이 전해 들은 소식을 듣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다음 달이 출산 예정이라는 소식이었다. 우리는 그들의 슬픔을 마음 깊이 함께 나눠주었고, 좋은 소식이 생기면 누구보다도 함께 기뻐해 주고 싶었다. 그런데, 막달까지 그 소식을 우리에게 직접 전하지 않은 그 마음에, 그들의 아픔을 옆에서 누구보다 슬퍼해주고 위로해 줬던 남편은 마음을 상한 듯했다. 남편의 상한 마음을 보고 있자니, 나도 왠지 모를 허무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말했다. 좋은 소식이 있으면 아기용품 바구니를 전해줄 생각이었는데, 이번에는 그 선물바구니를 보내고 싶지 싶다고. 보통 같으면, 그래도 축하할 일이 생겼으니 보내주자고 했을 사람인데.. 이번엔 아무 말이 없었다.


'회사 동료는 정말 친구가 될 수 없는 걸까?'


그 동료가 새로 팀에 합류할 때부터 업무와 관련된 모든 노하우도 알려주며, 정말 마음을 주었던 동료에게 얻은 그 실망감에 축 쳐진 남편의 모습을 보며 나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처음 남편이 그 동료를 진짜 친구가 생긴 듯 대할 때, 그래도 회사 동료인데 진짜 친구처럼 너무 마음 주지 말라고.. 그 말을 해줄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부는 그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이 생긴 걸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솔직히 서운한 감정보다, 뒤늦게나마 그 사람들에게 기쁜 일이 생긴 걸 알게 되어 기쁜 마음이 더 컸고,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나서야 남편의 얼굴이 결국 환하게 밝아졌었다. 그래서 나도 결국 서운한 감정을 털어버렸다. 어찌 되었든, 내가 알고 있는 누군가가 나쁜 일을 떨쳐내고 좋은 일이 생겼다는 걸 알게 되는 건 행복한 일이다.


남편은 여전히 회사의 모든 동료들에게 친절하고 진심으로 대한다. 그러기도 싶지 않은데 천성이 그러니 쉽게 바뀌지 않는다. 요즘 들어 또다시 한 동료의 얘기를 꾸준히 집에서 얘기하며, 그 사람과 꽤 친구처럼 친하게 지내는 듯하다. 그래서 고민이다. 내 속마음을 말해줄지 말지. 그래도 회사 동료인데 진짜 친구처럼 너무 마음 주지 말라고... 그 말을 이번에는 미리 해줘야 될지 말지..


회사 동료는 정말 친구가 될 수 없는 걸까? 다 큰 어른이 돼서 만난 두 사람이, 회사라는 이해관계가 없어도, 우정을 나눌 수 있을까?  그래도 사람마다 다른 걸 수도 있지 않을까? 부디 남편의 회사 동료와의 우정 쌓기가 이번에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우정을 위하여!





이미지 출처 : https://blog.empuls.io/thank-you-messages-for-colleag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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