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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용담 Aug 11. 2020

내가 '토마토'라면 나에게 '습기'는 무엇인가

<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 중 이치코의 토마토


토마토는 생명력이 정말 강해서
먹다 버린 열매에서도 싹이 자라고
금새 정글처럼 변하지만
습기에는 너무나 약해서 금방 시들어 버린다

이치코 <리틀 포레스트:여름과 가을>




내게 습기는 '돈'에 대한 '불안'이었던 것 같다.
아이 둘을 미국에 보내면서부터 나는 경제적으로 바짝 긴장을 시작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돈을 절약하기 위해 우선 나의 욕구들을 제거했다.
나를 포기시키는 게 투쟁도 협상도 없이 가장 빠르고  쉬우니까 번번이 나는 나의 원함을 애써 무시했다.
나는 눈썰미도 손재주도 있는 편이고, 습득이 빠르고 센스가 아주 없지는 않아서 무엇이건 조금만 공을 들이면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치코가 키우는 토마토처럼 아무 데나 턱 꽂아도 뿌리도 내리고 열매도 맺을 수 있을 텐데, '돈'이라는 습기가 스며들기 시작하면 아이들의 교육비를 내가 축내면 안 될 것 같은 불안함으로 뻗어 오르던 줄기가 썩어 들어가는 것이었다.



토마토가 습기 차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이웃 아주머니에게 물으란 간 이치코에게 아주머니는 비닐하우스를 권유한다.
아주머니의 대답을 듣고 돌아서며 이치코는 생각한다.

' 비닐하우스까지 만들고 나면 이곳에 아주 정착하게 될까 봐 겁이 난다 '고...
그랬다. 나의 꿈을 향해 도전하고 무언가를 배우는 과정들이 내겐 이치코의 '비닐하우스'같은 의미였다.


그래서 습기 먹은 줄기 같은 내 열정들을 걷어 내고,

썩은 토마토 사이사이 아직 살아남은 토마토처럼 내 안에 붙어 있는 열망들을 조심스레 따서 병에 담아 통조림을 만들었다.




꺼내져 맛있게 쓰일 날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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