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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용담 Aug 12. 2020

나에게 '이치코의 하우스'는 무엇인가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중에서

토마토를 노지 재배하면 비에 매우 약하다.
하지만 하우스를 지으면 코모리에 정착하게 될까 봐
나는 하우스를 짓지 않고 있다.

이치코 <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


토마토는 생명력이 강하지만 습기에 약한 습성이 있다.
토마토를 노지 재배하던 이치코는 습기에 썩어 가는  토마토 줄기를 바라보다, 이웃집 아주머니에게 의논을 한다.

아주머니는 비닐하우스를 권하셨고, 돌아서며 이치코는 생각한다.
' 비닐하우스까지 만들면 이곳에 아주 정착하게 될까 봐 겁이 난다'라고...


난 나를 노지에 재배해왔다.
습기에 약한 걸 알면서 모르는척했다.
비닐하우스까지 쳐주면 내가 너무 잘 자랄까 봐.. 일부러 습기를 먹였다.
나는 내 안의 잠자는 거인이 혹시라도 깨어날까 봐 겁이 났다.
거인이 눈을 뜨고 기지개를 켜며, 그동안 잠만 자느라 주린 배를 채워달라고 채근할까 봐,

혹시라도 배불려 놓은 거인이 내 남편보다, 내 자식보다 훨씬 더 커질까 봐 나는 그냥 나를 노지에 내버려 두었었다.



나는 요즘 매일 나를 위한 비닐하우스를 세운다.
땅을 고르고, 비닐을 지탱하기 위한 파이프를 하나씩 세우며 나를 키울 준비를 하고 있다.


나는 분명 잘 자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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