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살 대학생의 진심: 다시, 시작하는 용기에 대하여

by 강현수

내가 28살에 대학교를 다니는 이유

나는 28살, 대학 2학년이다.

이 나이에 대학을 다니게 된 데에는 제법 긴 이야기가 있다. 처음부터 내가 방황한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생 시절, 나는 경찰행정학과 진학을 꿈꿨다. 졸업 후에는 경찰이 되겠다는 목표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사립대 대신 국립대를 원하셨고, 국립대 중에는 경찰행정학과가 거의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법학과 등 관련 학과를 고려해 볼 수도 있었지만,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그 무렵, 친형이 내게 말했다. "형 친구도 대학 다니다가 경찰 됐어. 굳이 대학 안 가도 되지 않냐?" 그 말은 내게 꽤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나는 누구보다 빨리 경찰이 되고 싶었고, 그 길이 맞는 줄 알았다.

20살에 입대하고, 22살에 전역했다. 그 후 바로 경찰 준비를 시작한 건 아니다.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유럽을 여행하고 싶었다. 지금이 아니면 못 갈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아르바이트로 500만 원을 모아 유럽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느꼈던 낯선 문화, 도시의 공기, 그리고 내 또래 친구들이 이미 대학 3학년이 되어 있다는 사실. 문득 나는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공부를 안 했는지를 실감했다.

돌아와서 본격적으로 경찰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2년을 매달렸다. 하지만 결국 떨어졌다.

모든 걸 걸었기에 상실감도 컸다. 하루 종일 방 안에 누워 있었다. 가족들은 그런 나를 끌어내 산책을 시켰고, 걷다가 문득, ‘나는 뭘 하고 싶은 걸까’라는 질문이 마음속에 떠올랐다.

잠시 여행으로 숨을 고르고 싶었지만 여유가 없었다. 간절히 부탁해 어렵게 부모님께 도움을 받아 여름 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다시 현실. 고졸의 신분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찾아보다가 공장에 지원했다.

품질관리 직무에 운 좋게 붙었지만, 하루 만에 퇴사했다. 일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다시 한번 외국계 기업 생산직으로 재도전했다. 그곳에서 파트장님이 이런 말을 했다.

"capacity 같은 단어는 좀 어렵지? 너한테는."

물론, 그분의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나는 그 말에서 자격지심을 느꼈다. 영어 공부를 꽤 했던 나로서는 더더욱.

그날, 퇴근 후 바로 유튜브에서 ‘대학을 가야 하는 이유’를 검색했다.

그렇게 다시 진학을 결심했다.

제약공학과에 들어갔지만, 이공계 수업을 따라가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결국 자퇴했다. 대학을 자퇴하는 날, 직접 자퇴서를 작성하며 ‘나는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지?’ 막막함이 밀려왔다.

하지만 한 방향이 막히면, 다른 길이 열린다고 했던가.

‘이공계가 맞지 않다면 인문계는 어떨까?’

다시 고민했고, 다음 해 어문계열 학과로 재도전했다. 다행히 고등학교 때 관리했던 내신이 유효했고, 그렇게 나는 24학번이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께서 하신 말이 떠오른다.

"대학 안 갈 거라고 해도 내신은 끝까지 챙겨놔라. 인생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

1학년이 되었을 땐, 밥을 같이 먹을 친구도 없었다. 조용히 학교를 다녔고, 학과 활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래도 학점은 기업 기준 커트라인 이상으로 받았다. 물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방심하지 않고, 성실하게 나아가야 한다.

지금은 2학년 1학기 말, 기말고사를 2주 앞두고 있다. 시간이 흐르며, 밥을 같이 먹을 친구도 생겼고, 참여하지 않던 동아리 활동도 시작했다. 조금씩, 천천히, 나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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