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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아빠의 예능 육아 1
07화
아빠의 주책은 끝이 없다
이렇게 10년 키웠어요 일곱 번째 이야기
by
박뚠뚠
Jun 8. 2021
대부분의 경우가 그렇겠지만
딸아이도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고 노는 걸 좋아했다.
참고로 난 그 대부분의 경우에 속하지 못했다.
그 옛날 국민학생 시절 동네 미술학원을 다녔는데
다녀도 다녀도 실력 향상이 되지 않자
학원 선생님께서 어머니를 부르셔서
아무래도 시간 낭비 돈 낭비 같으니
다른 학원을 보내는 게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을 정도다.
어쨌거나 아빠를 닮지 않고 미술을 전공한 엄마를 닮아서인지
아이는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
물론 어릴 때는 졸라맨을 닮은 낙서에 가까운
수준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차 사람의 형상을 갖추고 색깔도 다양하게 쓰는 걸 보면서
부모로서
,
단지 부모로서 흐뭇하게 보는 그런 정도였다.
아무리 콩깍지가 씌었기로 소니
"우와! 우리 딸 혹시 미술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건가?'
이 정도는 아니었다는 거다.
딸아이의 그림으로 캐릭터를 만들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자기가 그린 그림을 자랑하러 가지고 온 우리 딸.
근데 그림이 평소의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뭔가 요즘 스타일의 그림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이런 캐릭터가 있다고 해도 믿을 정도라고나 할까?
우선 한눈에 보기에 그럴듯했다.
토끼와 사자의 그림이었는데
이름도 직접 지어왔다.
토끼는 '어니' 사자는 '레티'.
어떻게 이름을 지었냐고 하니 그냥 지었단다.
뭘 보고 그린 거냐고 하니 그냥 그리고 싶은 대로 그렸단다.
고슴도치 아빠 눈엔 어니와 레티가 한 손에 파란 풍선을 들고 있는 것까지 예사롭지 않았다.
오호! 처음으로 딸아이가 미술에 소질이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빠의 주책이 시작되다
어쩐지 이 그림은 오래도록 보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뒀다.
한 발 더 나아가서 연필과 색연필로 그린 그림을 디지털화 해 파일로 남기고 싶었다.
친구 좋다는 게 뭔가.
아내의 오랜 친구가 마침 디자인 일을 하고 있어 그 친구에게 부탁을 해서
간단한 컴퓨터 작업을 통해 파일로 완성.
어쩐지 점점 그럴듯해 보였다.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딸아이의 그림을 추억으로만 남길게 아니라 공식적인 기록으로 남게 해주고 싶었다.
고민을 하다가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캐릭터로 등록을 하기로 하였다.
그리 복잡하지는 않았다.
신청 서류를 작성하고
캐릭터 설명글을 적은 후
몇만 원 정도 돈을 입금했던 것 같다.
얼마 후 집에는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저작권 등록증이 도착해있었다.
나라의 인정을 받았으니 이제 주변 사람들에게 선보일 단계였다.
어떤 방법이 좋을까 하다가
그림을 스티커로 만들어 주변 친구들에게 선물로 나눠주기로 했다.
인터넷을 통해 스티커 제작 업체를 검색하고
만들어 둔 파일을 전송하니 뚝딱하고 그럴싸한 스티커가 집으로 배송되어 왔다.
딸아이 생일에 답례품으로 친구들에게 나눠주었다.
반응은 좋았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좋아하신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여기서 멈추면 진짜 주책이 아니다.
이 그림을 기본으로 해서 뭔가 손에 잡히는 물건 같은 것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때 아이돌들을 위해 팬들이 만드는 굿즈가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아이돌 굿즈 상품들을 찾아보니 별의 별것들이 많이 있었다.
머그컵, 수건, 에코백, 포토카드, 텀블러, 폰케이스, 필통, 손거울 등등
닥치는 대로 다 만들어볼까 하다가 예쁜 쓰레기가 잔뜩 쌓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우선 의욕을 가라앉히고 딸아이가 직접 입을 티셔츠를 만들어서 입혔다.
역시나 그럴듯했다.
아빠의 주책은 어디까지?
현재까지 주책은 이 정도 까지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면..
요새 많이들 쓰는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만들어주고 싶기도 하다.
아니면 딸아이가 그린 그림에 아빠가 글을 써서 동화책을 만들어볼까?
행복한 상상은 끝이 없다.
어느새 머릿속엔 딸아이가 그린 그림이 유명 캐릭터가 되어 남은 여생을 저작권자로서 안락한 삶을 살아ㄱ...
쓸데없는 상상이 길었다.
아빠가 이런 주책을 떨게 된 이유..
무엇보다 우리 아이가 남긴 그림을 세상에 자랑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던 것 같다.
물론 이대로 흐지부지 될 수도
아니면 여러 가지 결과물을 다 만들어도 인생의 큰 변화 같은 건 없을 수도 있다.
다만 나의 이런 다채로운 주책이 오랜 시간이 지나 부녀간의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특별히 딸아이가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아빠의 주책은 계속될 것이다.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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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육아
캐릭터
Brunch Book
PD 아빠의 예능 육아 1
05
지옥이 따로 없다
06
가슴 벅찬 재롱잔치의 추억
07
아빠의 주책은 끝이 없다
08
웃음의 법칙
09
노는 게 제일 좋아
PD 아빠의 예능 육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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