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분

그렇게 만두 한 봉지를 다 먹는다

by 므와


대체 '적정량'이라는 건 얼마지? 한 사람 몫이라는 건 얼만큼인 거야?


혼밥, 혼술이 이제는 낯설지 않은 시대이고, 익숙해졌는데 익숙해지지 않는 게 있다.

바로 1인분. 식당에 가면 왜 먹고 싶은 메뉴 옆에는 괄호 안에 2인분이라고 쓰여 있는지,

'아, 나 2인분은 다 못 먹는데 저거 먹고 싶은데…' 하는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지 않을까?

근데 문제는 집에서도 이어진다. 요리를 할 때 1인분의 양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도대체 파스타의 1인분이 500원 동전만큼이라는 것은 누가 정한 걸까? 500원이 이렇게 작았나 싶어서 조금 더 넣었다가는 짜장면 곱빼기 같은 양이 되어 버린다. 그럼 조금 부족한 듯 아쉽게 먹으면 되겠지만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사람이 먹는 걸로 야박하면 안 된다고.

다른 사치는 못해도 가끔 이런 먹는 거 정도는 사치하고 싶은 게 나만 그런 건 아니잖아?





<1인분>



올 때 맥주. 하고 네 글자 옆에 이모티콘 하나까지 붙여서 메시지를 보내면 곧 답장이 온다.



[-_-]



어헛, 얘가 배가 부른가?



[다 이유가 있는 법]

[적절한 이유를 설명해보거라]

[오늘이 무슨 요일이야]

[금]

[금요일은 무슨 날? 교자&맥주 먹는 날~]

[4캔이면 될까?]

[ㅇㅋ]



먹는 걸로 야박해서 안된다는 할머니 말씀에 따라 1인분이 아닌 만두 한 봉지를 털 작정으로 친구를 불렀다. 아무리 왕교자라고 해도 다섯 개만 먹자니 성에 안 차고 한 봉지를 혼자 비우면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질 것 같아서.



"뭐 요즘은 사실 똥치우느라 바빠. 아아! 짜치네, 정말"



김대리는 회사에서 요즘 미화원도 하나 봅니다. 세상에, 힘들겠네요.



"그냥 연봉협상 바로 가야할 거 같아. 안그러면 이직하는 게 맞는 듯."

"스트레스야 월급에 항상 수반되는거지. 거기에 그런거 포함되어 있는 거잖아. -이 돈 받으면 너는 아무리 짱나더라도 참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 것이다- 라는 항목에."

"나 말고 지금 사실 이런 상황에 처한 인물이 없답니다~"

"채팀장이 하던 병행 너한테 넘어올 때부터 살짝 걱정되긴 했어."



네, 저는 이제 친구의 회사 상사 이름도 알아요. 자주 들었거든요. 이러다 얼굴보면 아는 사람처럼 인사할 거 같네요.



"채팀장이 기획한 A는 잘 팔리긴 하는데 뭐, 모르지."

"자, 이거나 먹어."



프라이팬 가득 노릇한 꽃을 피운 교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면 500ml의 250쯤은 가뿐히 몇 모금 만에 마신 김대리가 젓가락을 테이블에 콕콕 세웠다.



"그래도 오늘은 이걸로 저녁걱정은 땡이다. 맨날 오늘 뭐먹지 고민하는 것도 일인데, 해결!"

"감사한 마음으로 먹으렴."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퇴근 시간이 오기 전부터 하는 고민. 오늘 뭐 먹지?

먹고 싶은 걸 상상하면서 행복하기도 하지만 피곤한데 가서 또 차릴 걸 생각하면 귀찮아지는 저녁 메뉴 선정. 얼마나 만인의 고민이었으면 TV 프로까지 되었을까.

나도 회사를 다닐 때에 일주일에 집에서 밥을 해먹는 건 주말을 포함한 3일 정도? 그 밖에는 주로 밖에서 포장을 해오거나, 시켜 먹거나, 먹고 들어오거나 셋 중 하나였다.

퇴사했으니까 이렇게 여유있게 뭘 먹을까 고민하고 해먹는거지, 아니었으면 나도 김대리랑 똑같지 뭐. 어디서 떼우게 되면 앗싸 해결! 하고 신나하고.



"밥 해먹는 것도 강도 높은 노동이야 진짜."



엄마가 '먹으면 배부른 알약 같은 거 왜 개발 안 되나' 했던 말이 이해가 되고 있는 요즘이다.



"삼시 세끼 보면서 내가 공감을 얼마나 많이 하는 줄 알아? 인간이 때가 되면 기가 막히게 배가 고파요. 아무것도 안 해도. 아침 먹고 집 안일 좀 하면 금방 점심때 되지, 점심 먹고 치우고 잠깐 눈 돌리잖아? 그럼 또 저녁때 된다? 밥만 하루 세끼 챙겨 먹어도 하루가 다 간다니까."



리틀 포레스트 처럼 제철 재료로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서 맛있게 먹는 기쁨, 줄리 앤 줄리아처럼 퇴근 후 요리로 나누는 저녁 시간이 하루의 힐링이 된다는 걸 누가 모르나. 사는 게 기름이 쫙 빠진 닭 가슴살처럼 퍽퍽해서 놓치는 거지.


나 역시도 그랬는데, 그래도 요즘은 챙겨 먹는 세 끼에 대한 재미를 조금 알아가고 있다. 리드미컬하게 칼을 챡챡챡 다루지는 못하지만 인터넷에 있는 레시피를 참고하면서 소꿉놀이하듯이 파프리카도 썰고, 양파도 썰고, 간장 한 스푼, 식초 한 스푼, 매운 건 잘 못 먹으니까 고춧가루는 적당히, 설탕 반 스푼, 참기름 한 바퀴에 참깨도 탈탈 털어가면서.



"그거 알아? 만두는 이상하게 늘 첫 번째 접시로는 부족하다?"

"암요, 알지 알지. 이건 그나마 좀 크기라도 크지. 작은 물만두 같은 거는 첨에 열 개만 먹어야지~ 했다가 열 개만 더 먹을까? 하고 결국에는 한 봉지 다 먹는다니까."

"역시 나만 그런 거 아니었어! 다행이다."



1인분의 적정량 같은 건 사실 아무리 요리를 해도 모를 것 같다. 애초에 개인의 주관적인 식사량을 일반화해서 수치로 나타낸다는 게 불가능하지 않나? 배가 고프면 많이 먹고 싶을 거고, 배가 안 고프면 평소보다 적게 먹고 싶을 텐데. 여자라고 해서 다 조금 먹고, 남자라고 해서 많이 먹는 것도 아니고.

내가 원하는 만큼이 그날의 적정량이 되겠지. 그러다 1인분이 싫어지면 오늘 같이 친구를 부르거나, 가족과 함께 또는 애인과 함께 하는 저녁 식사라면 훨씬 맛있는 식탁이 되지 않을까. 메뉴가 무엇이 됐든.



"근데 이거 벌써 다 먹었어. 헐 대박. 더 없어?"

"너 몇 개 먹었어!"

"그걸 누가 세고 먹냐~"

"아, 김대리 진짜 나 아직 맥주 한 캔도 다 안 마셨는데."

"야야 얼른 프라이팬 다시 올려. 나 맥주도 다 마셨어. 가서 후딱 사 올게."



자리에서 일어나 지갑을 챙겨 내 슬리퍼를 신고 나가는 김대리의 뒷머리카락이 가벼운 걸음에 맞춰 흔들렸다. 교자와 맥주로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물어가는구나.


그렇게 만두 한 봉지를 다 먹는다. 1+1으로 사두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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