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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우 Oct 14. 2022

안애경 디자이너를 추모하며...

내 인생의 귀한 스승을 떠나보내는 슬픔

2013년 10월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있었던 전시회에서

안애경 디자이너(작가, 큐레이터, 아트 디렉터)를 처음 만났다.


이미 2009년 초판으로 나온 "핀란드디자인산책"이란 책으로 더불어서 큰 감명을 받았는데,

안애경 디자이너는 주로 핀란드에서 거주하면서

아티스트, 디자이너, 큐레이터, 아트 디렉터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아직은 낮선 한국과 핀란드 간에 문화교류를 위한 가교 역할에 열정적으로 헌신한 분이셨다.


또한 창의적인 세계와 정신적인 자유로움을 만끽하면서 한국과 핀란드에서 예술과 디자인,

어린이 예술교육 관련 프로젝트등으로 현재와 다음세대를 위한 활동에 헌신한 분이셨다.


 

<2013년 10월 Nordic Archiecture&Design에서의 안애경 디자이너>



핀란드 국립박물관, 핀란드 공예박물관, 디자인 뮤지엄, 헬싱키 아트센터등 여러 기관과 협력하며

초대 큐레이터로 활동하였으며. 지위나 계급에 민감한 주변의 관심보다는

직접 경험하고 실천하는 일에 대한 원칙을 더 중요하게 고집한다.


저서로는 "핀란드 디자인 산책"(나무수 2009, BOOKERS 2022 개정판 ),

"북유럽 디자인"(SIGONGART, 2011), "소리없는 질서"(마음산책, 2015)등이 있다.

그외 "북유럽 학교 핀란드", "북유럽 학교 노르웨이" (2021 가가날)까지 왕성한 저술활동을 했다.


<안애경 디자이너의 저서 두 권 핀란드 디자인산책, WHY 북유럽디자인>


여기 사진으로 보여지는 두 권의 책은 특히 여러권의 저술된 책 가운데서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기도 하다.


각각의 책에서 밑줄을 치며 기억,다짐한 구절이 있는데


"긴긴 겨울의 깊은 어둠속에서 발견한 작은 희망의 불빛에 감사한다.  

그리고 여름 태양아래 충만한 에너지를 온 몸으로 만끽할 시간들을 상상하며 기다린다.

그 안에 침묵하는 고독의 그림자가 함께한다.

기다림과 꿈꾸는 상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힘은 고독이며 혼자일 때 가능하다"


- 핀란드 디자인 산책(개정판), 사색의 시간으로 중,


"도심의 경쟁 속에서 상처받기보다는

고향의 소중한 가치를 창조하고 사람들을 위로하는 일이 디자이너의 주된 목표여야 한다.

경쟁보다는 스스로를 위해 봉사하는 발전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

또한 디자이너의 몫이어야 한다"


-WHY 북유럽디자인, III. 디자인과 창의성,

2. 지역으로 돌아가다 중,   


이 두 구절이 내가 핀란드-북유럽을 대하는 시선에서 바꿀 수 없는 귀한 가치가 되었고,

수시로 다짐하는 가치 포지셔닝(Value Positioning)이기도 하다.


안애경 디자이너는 특히 2021~2022년 더욱 왕성한 저술활동을 통해서 다양한 책을 선보이며

보통의 사람들에게 핀란드-북유럽에 대해 더욱 진솔한 소개와 나눔을 실천하고 있었다.


<핀란드디자인산책 초판과 2022년 8월에 출간된 개정판>


<2021년 12월에 출간된 북유럽학교 핀란드, 북유럽학교 노르웨이>


"북유럽학교"는 시리즈로 핀란드, 노르웨이 편이 출간되었고

스웨덴, 덴마크 편도 코로나19가 좀 더 진정되면 직접 현장을 돌아보며 마무리 집필을 할 계획이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얼마전 9월 20일에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독립서점에서 북콘서트를 했다.


<북콘서트 약간의 사진>


함께 모습을 담는 인증사진을 찍지 않았는데, 내 성격 자체가 인증 사진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고,

안애경 디자이너도 조금 피곤해 보여서 아예 말을 꺼내지도 않았다.(지금은 그게 참 아쉽다)


 

<2021년 겨울, 서울 문화비축기지에서 담은 사진>


그렇다.

내가 지금 생각하고 구상하며 가치를 담은 북유럽(특히 핀란드)의 다양한 가치를 형성하는데

안애경 디자이너의 조언과 커뮤니케이션, 책에서의 철학적 가치등은 매우 큰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함께 기획하고 추진할 프로젝트도 서로 이야기하며 기획중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10월 초, 광주광역시에서 "핀란드디자인산책" 개정판에 대한 북콘서트를 하던 중,

급성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즉시 응급조치와 근처의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았는데,

안타깝게도 깨어나지 못하고 서울로 이송되었다.(이대 목동병원)


결국 거기서도 깨어나지 못하고 안타깝게도 삶의 마침표를 찍으셨다.


전화상으로 안애경 디자이너의 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참 많이 했다.


<10월 8일(토) 밤에 무거운 마음을 이끌고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안애경 디자이너 장례식, 절차 안내>



 허탈감과 상실감이 온 몸과 마음을 휘젓는 가운데서,

(매우 절친했고 깊은 가치를 나눈 사람이 갑자기 부재한다는 것, 얼마전 북콘서트까지 함께했었는데...)

마음을 달랜다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나 나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준 사람이 곁에 없다는 것은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이다. 정말 그렇다.........


요즘 매일 저녁늦게 밤에 잠들기 전, 나는 계속 질문을 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삶의 가치를 가지고 살고 있는가,

내게 있어 핀란드(북유럽)의 무엇이 그렇게 끌렸는가,

일상에서 디자이너의 삶을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왜 "북유럽 도슨트"가 되려고 하는가,

나는 평생토록 북유럽에 대해 열정을 가질 수 있을까,

나는 세상의 가장 낮은자들을 위해 북유럽의 평등과 자연주의와 단순함을

앞으로도 의미있게 전하고 나눌 수 있겠는가,


일곱가지 질문을 가지고 잠을 못 이루는 지금,

서글프고 외로우며 많이 허전하다.


10여년 이상을 든든하게 응원해주며, 보아주시며, 내면의 가치를 단단하게 형성하는 것을 도와주셨는데,

이제 그 나의 크루(crew)와 같은 존재가 없다는 것이 생각보다 많이 허탈하고 슬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야 했다.

그리고 배우고 받은 가치를 간직하고 계속 표현하는 것,

그분도 그것을 바라셨을 테니까.... 정말 그랬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책읽기" 밖에 없는 듯 하다

내가 뭐 사람을 모아서 무슨 행동을 하고, 가치를 전하고 이런것 지금 전혀 현실적이지도 않고

상황은 쉽지않다.


즉, 기본적인 읽고 쓰고 생각하고 하는것 밖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 순간으로 지금의 시간을 견디게 된다.

(더해서 여기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나를 오히려 위로한다)



The season of Darkness.
The sun does not come up.

Turns out, I can have  the space and time to create ideas to be realized.


어둠과 침묵의 시간이 필요한 시간이다.

태양빛의 소중함을 안다는 것은 진정 어둠의 가치를 경험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어둠의 시간속에서 여전히 변함 없는 평화로운 열정을 스스로 믿는다


-디자이너 안애경(Amie Ann)


안애경 디자이너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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