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동생이 운영하는 시골 약국 일을 종종 도와주십니다.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약국에서 어머니는 까다로운 고객 전문가입니다, 어머니의 고객관리 사례(!)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첫 번째 사례
치매를 앓고 계신 한 어르신이 약국을 방문하셨습니다. 분명 두 달 치 약을 드렸는데, 한 달 치가 없다며 약국에서 약을 안 줬다고 불평하셨죠. 결국 CCTV를 같같이 뒤져 약을 건넨 장면을 캡처, 확대해서 보여드렸습니다. 그런데도 "그럼 내 약은 어디 갔냐"며 울상이신 그분을 보며, 어머니는 “같이 집에 가봅시다”라고 하셨습니다.
논두렁 밭두렁을 따라 한참 걸어 도착한 그 집에서 어머니는 장롱과 서랍을 뒤져 약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기저기서 받은 몇 년치 약도 발견하셨죠. 어머니는 이러다 약 잘못드시며 큰일이겠다 싶어, 약을 정리하고 드셔야 할 약은 날짜별로 눈에 잘 띄게 정리해드렸습니다. 그리고 보건소에 연락해 어르신을 도울 요양보호사도 요청했습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어머니는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안 그러면 그 할머니 어떡하겠냐. 몰랐으면 몰라도 알았으니 그냥 넘어갈 수 없지.”
두 번째 사례
약이 조금이라도 늦게 나오면 약국 조제실까지 들어와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리던 한 손님이 계셨습니다. 이러지 마시라, 그럼 다른 약국을 가보시라 말씀드려도 같은 일이 반복되었죠.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그 손님에게 차를 건네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셨습니다. “보니까 나이도 저랑 비슷하시던데요…”라고 대화를 시작해 한 시간 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셨습니다. 그 후로 그분의 난동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어떻게 하신 거예요?”라는 물음에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사람도 여기저기서 치이고 삶이 고단하니까 그런 거겠지.”
어머니의 행동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Customer Obsession의 모범 사례입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 용어조차 모르셨고, 약국의 성장을 염두에 두고 행동하신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눈앞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었고, 자신이 조금만 시간을 들이면 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셨을 뿐입니다.
저희 회사도 핵심가치로 Customer Obsession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이 가치를 실천하면서 “비즈니스 성장을 위해”라는 목적을 우선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진정한 Customer Obsession은 고객을 우리의 목적을 위한 도구로 보지 않고, 어려움을 겪는 한 사람을 보는 마음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의 목적은 잠시 내려두고, 그 사람의 시선을 따라가면서요. 어머니가 치매를 앓는 손님과 함께 논두렁을 걷고, 진상 손님과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셨던 것처럼요.
이런 진정성에서 출발한 Customer Obsession은 고객에게 의미있는 가치를 전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성과들이 따라오게 할 것입니다. (참고로 동생의 약국은 그 지역에서 가장 늦게 생겼지만, 현재는 가장 손님이 많은 약국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