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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뜰 Jul 05. 2022

MBTI요? 그건 모르겠고 저는 나무랍니다

오늘의 운세



요즘은 취업을 할 때도 본인의 MBTI를 이력서에 쓰는 기업이 있다고 기사로 본 것 같은데 정말일까?


MBTI가 그 사람을 가늠하는데 그리 큰 역할을 하는 건지, 신뢰도가 얼마나 높으면 자기소개서와 견주는 중요 항목이 되었을까.


서른 중반이 넘으면 주변 사람들과 서로의 MBTI를 묻는 일이 거의 없다. 어쩌다 물음을 당해도 나는 인터넷에서 떠도는 몇 가지의 항목을 대충 찍어 얻어낸 I를 말한다. 정말 I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를 아는 이들은 딱 봐도 활발하지는 않으니 내향의 I가 맞다고 하는데 그 외의 감각형이나 계획형은 전혀 모르겠다. 아마도 우리 세대는 MBTI보단 혈액형이 더 와닿지 않을지. 모든 인간을 4개의 피로 분류한 A, B, AB, O 해석은 얼추 내 주변 사람들과 비슷하기도 했고 나와 B형 남자는 정말 극과 극이라는 게 과학처럼 들어맞아서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믿음이 있다.(ㅋ)




대한민국이 MBTI로 서로의 성향을 가늠하고 본인에 대한 탐구를 이어갈 때 나는 과감히 이 책을 샀다.

'사주명리학'에 관한 책들을.


이상하게도 MBTI보다는 목화토금수의 오행이 더 궁금했고 책에 의하면 <태어날 때부터 새기고 나오는 바코드>가 내 존재가 되고 그걸 어떻게 해석하고 운용하는지에 따라 인생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이 비현실적이지만 동시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 태어난 연도, 월, 날짜, 시간에 따라 부여받는 사주팔자가 세워지고 그것에 속한 나의 욕망이 어떻게 배치되었는지 보면 대략 그 사람의 기본적인 성향, 어떤 일에 대해 반응하는 태도, 주어진 환경을 순응하는 각기 다른 방법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어떤 가족과 환경, 시대를 살고 있는지에 따라 같은 사주팔자를 가진 사람이어도 운명은 완전히 달라지는데 그래서 사주는 기호의 해석이고 같은 기호여도 어느 시점에 어떻게 쓰이는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져 인생이 다양해지는 것 또한 팔자라고 말한다.



몇 권의 사주명리학 책을 읽으며 알게 된 건 명리학이란 엄연히 학문으로서 존재하여 옛 조상들로부터 이어 내려와 인문학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사고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고, 결국 인생에 숨겨진 의미의 겹겹을 들추기 위한 철학적 사고를 위한 도구로서도 충분히 훌륭하다는 것이었다.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그곳을 벗어날 수 없고 살아내는 동안 마침내 내 안에 있는 우주를 만나게 하는 학문이 바로 명리학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MBTI보다는 나는 어떤 사주팔자를 갖고 태어났길래 이렇게 살고 있는지 아니 궁금할 수 없었다. 사실 2년 전에도 브런치에 내 사주팔자에 관해 적은 적이 있는데 아마 그때부터 이 명리학에 관심이 생겼던 게 운명이었을까?


2년 전은 나의 대운이 10년 주기로 바뀌는 때였고 토(土)와 수(水)의 흐름이 거대하게 흐르기 시작한 때다. 이 토와 수의 큰 특징을 보자면 황무지에서 살아가려는 야생초 같은 생존 기술을 필요로 해 거친 환경에서도 버텨낼 수 있는 내공을 키우려 하고(토), 구도적인 것, 영성과 관련된 공부 등에 관심이 많다(수)고 한다.


내가 일부러 짜 맞춘 것이 없지는 않으나 요 몇 년 나의 관심사는 꾸준히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직업적인 일에 대한 탐색과 거기서 파생된 아이디어를 하나씩 실행하는 것이고, 동시에 명리학에 푹 빠져 책을 찾아 읽고 공부도 해가며 스스로 사주를 분석해 보려는 처지에 이르렀으니 생각하지도 못한 나의 행보를 보자면 대운의 기운이 내 주변에 온 것도 같다.


또 몇 권의 명리학 책을 읽는 동안 자연스레 동양사상이나 철학에도 관심이 갔다. 그동안 뭉뚱그려 이해되던 말도 안 되던 이야기들이 그에 합당한 근거가 연결되며 논리적으로 갖춰졌고 여기에 미신과 점으로 치부되던 사주팔자가 통계와 철학으로 이루어진 탄탄한 전개라는 점도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MBTI 보다 명리학이 내 관심을 계속 끄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우리가 불안해하는 불확실한 미래를 점쳐주는 단 한 가지 해답에 ‘지금/현재/일상’이 내포되어 있다는 점이다.


사주명리는 진리가 아니다. 맞히려 하지 말고 개개인의 역사성 안에서 자신의 현재와 함께 사주를 해석해야 개입의 공간이 생긴다.
(책, 운명의 해석 사주명리)


우리가 아무리 미래를 알고 싶다한들 지금 나의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내 미래를 바꿀 수 없다. 굿을 하면 남편의 바람을 막을 수 있다고?

지금 상황이 너무 괴로운 아내에게 최선의 선택이 그것밖에 없다면 몇 천만 원짜리 굿을 한다 하여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그보단 아내의 진정한 행복과 미래를 골똘히 고심하고 좀 더 대담한 용기와 선택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동적인 결정을 할 수 있길 바란다. 그럴 때 본인의 가진 사주팔자의 기호를 가지고 그녀가 살아온 역사에 기대 현실적으로 좀 더 유리하고 유연한 선택이 가능하게 도와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사주명리학을 깊게 공부하고 조언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아니면 스스로 공부해서 그에 관한 힌트를 찾는 것도 인생을 운용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미래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 개입하는 것이다. 일상은 매우 현실적으로 정치적 역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이다.
(책, 운명의 해석 사주명리)



책에 쓰인 설명을 좀 더 덧붙이자면 사주로써 미래에 개입하는 일은 ‘반복된 일상을 뒤집어 예기치 않은 사건들 속으로 들어가는 일을 지지하고 용기를 주는 일’이라고 한다.


즉, 그동안 해왔던 생활 패턴을 바꾸고 작은 시도를 해보는 일, 가령 10년 넘게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이 원하던 사진작가 공부를 시작해 본다거나 5년 넘게 해오던 고시공부를 멈추고 작은 회사의 직장인으로 시작하는 사람들의 고민 앞에서 ‘당신은 충분히 그럴 수 있고, 그래도 된다’고 말해주는 일이 사주가 지닌 예언의 힘이자 능력인 것이다. 당연히 반대도 존재한다. ‘아직은 때가 아니니 조금 더 기다리시길’의 말도 들을 수 있다.


내가 가진 바코드 8글자와 만나는 대운(10년 주기로 바뀌는 기호), 년운(올해는 임인년인 기호), 월운 등이 기존의 내 가치관과 관습을 버리고 새롭게 변하는 운명으로 끌고 가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지어 이런 시간은 내가 존재하고 있는 지금/일상이라는 점에서 매일 내가 더 나은 사람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일이 사주라면 참 다정하고 든든한 친구 같지 않은가.

 



그럼 그 운명의 순간을 어떻게 알아차리는가 하면-


뭔가 변하고 싶을 때 스스로 알아차리는 기호는 어떤 것에 대한 소유나 도달 내지 ‘욕망’이 마음에 들끓거나 반대로 모든 일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번뇌’에 있다. 어느 날 갑자기 그런 마음들이 내 안에서 일어나고 뭔가 시도하고 달라져 보고 싶을 때 나의 바코드, 즉 기호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다.


그때가 바로 내 운명이 크게 바뀌는 시점이다.


뭐니 뭐니 해도 이런 류의 책을 읽는 동안 가장 크게 와닿는 건 나의 바코드를 더듬더듬 해석하는 일이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욕망이 어디에 어떻게 속해 있고 그것들이 내가 사는 이 하루들의 일상에 어떤 힘으로 작용하는지 알아내는 일이 은근히 재밌다.


나를 인프피나 에프제 등으로 표현하는 것 말고 (내 경우) 나무의 기운을 갖고 태어나 주변의 불, 흙, 바위, 물과 어떤 관계를 이루는가를 글로 써보는 작업은 스스로 사주를 보는 최종 단계이자 나에 관한 리포트를 써보는 격이다. 객관적으로 혹은 주관적으로보는 나에 대해 가감 없이 생각해 보는 기회인 것이다.


MZ세대들이 MBTI에 열광할 때 나는 왠 고지식하고 늙수그레한 아저씨의 이미지를 가진 사주팔자에 심취해 있지만 결국 우리가 알고 싶어 하는 건 공통적이었다.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내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것이 너무 궁금하여 별자리, 혈액형, 띠별 궁합 등 우리가 해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조합해 나를 알아가는 궁극적 목표에 다다른다. 그 결과 우리는 각자 해석하고 만든 어떤 사람(내가 되고자 하는 이상향)에 이르렀고 나에 대한 관심을 넘어 타인을 판단하는 지경까지 왔다. 나를 알아가는 일은 좋지만 그 기준에 맞춰 남까지 내 멋대로 해석하려는 일은 위험하다. 복잡한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한다면 다른 사람한테까지 그 기준을 넓혀야 한다. 타인의 단점을 확대 해석할 게 아니라 자기 성찰의 요소로 삼고 그와 나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 내릴지 내 마음을 살피는 게 먼저다.


MBTI든, 사주팔자든, 별자리 운세든 인생을 바라보는 방식과 해석의 차이는 있지만 이렇게라도 나를 알아가는 수단과 방법을 통해 스스로의 강점과 약점을 알고 절충해가는 패턴을 배우는 건 중요하다. 성격이 급한 사람은 그걸 고치려 노력하고 매사 예민한 감각 때문에 뾰족한 사람은 좀 더 너그러워지는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그냥 '아 내가 이렇구나, 저렇구나'만 확인하고 타인을 평가하는 도구로만 쓴다면 우리는 굳이 시간을 내어 이렇게까지 열광적으로 대할 바 있을까.




우리는 늘 변한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면 사람이 변하니까 어쩔 수 없는 식이다. 이 변화가 변덕이 죽 끓듯 자주 일어나면 곤란하겠지만 어쨌든 사람이라면, 어떤 형태의 변화로든 선택을 하고 포기도 하며 실패 후 다시 일어설 줄도 안다. 이것이 인생을 다채롭게 굴리는 중요 포인트 중 하나다.


나는 명리학이 이 점을 자연스럽게 내세워 얼마든지 내가 운명을 쥐고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하는 게 마음에 든다. 타고난 팔자 따로 있다는 말은 어디까지나 수동적인 태도를 가지고 내 인생을 점쟁이에게 내보이는 것밖에 안 되지만 명리학을 진짜 제대로 알고 이해하면 그 누구의 의지 없이 본인의 인생을 유연하게 운전할 수 있다.



저번 주 어느 날은 가만히 있는데 모든 것들이 나를 옥죄는 기분이 들면서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내가 망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 기분을 지우려고 명리학 책을 펼쳤는데 그때 깨달은 바, 내 운명은 바코드로 찍힌 조합을 가지고 어떻게든 잘 될 거란 생각에 약간 안심이 됐다.

‘그래, 뭐든 갖고 태어난 게 있는데 뭘 못하겠어?’


인생이 잘 풀리거나 또 안 풀린다 해도 내가 가진 것들을 가지고 잘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거란 믿음을 얻은 거다. 태어날 때부터 없는 걸 가지려고 하면 괴롭고 힘들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걸 잘 쓰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고 해 볼 만하니까.. 나는 명리학을 통해 그 지점에서 나오는 믿음을 잡았다.


그러니 이왕 사주팔자를 믿을 거면 "내 팔자는 좋을 수밖에 없다"라고 수시로 되뇌며 주문을 걸자.


그러려면 일상을 건실하게 잘 살아내야 한다. 하루하루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맡은 바 내 몫을 해내면 나의 운명은 점점 더 튼튼해진다. 불안한 미래, 불확실성을 다루기 위해 지금, 여기, 현재, 나의 일상과 터전을 잘 지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순간순간 잘 대응하면서 내가 넘치게 가진 것은 베풀고 부족한 것을 채우려 노력해 보는 일이 중요하다.

또 이건 꼬인 팔자도 푸는 비법 중 비법이기도 하다.


결국 팔자라고 불리는 것과 운명이라고 여기는 것은 역술가의 몇 마디 말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내 마음, 내 신념, 내 행동, 내 태도에서 비집고 나온 작은 순간들이 모인 결정체이며, 이미 갖고 태어난 에너지를 잘 배치하고 쓸 수 있는 사람에게 좀 더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 필자의 <사주팔자를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 ▼

https://brunch.co.kr/@mwshmw/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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