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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May 29. 2019

내 발로 어디든 가는 주도성을 찾는다 : 자전거 타기


퇴사 후 일상에서 느꼈던 위로와 회복은 뜻밖에 두 발로 페달을 밟아 달려가는 순간에서도 왔다.


버스나 전철보다 한강으로 나가는 따릉이 정거장이 집에서 더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오고 나니, 멀지 않은 거리는 한강을 통해 나가서 자전거로 이동해보면 어떨까 싶어져서 따릉이 타기에 도전했다.


따릉이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공 자전거인데, 여럿이 사용하다 보니 고장 났거나 고장까진 아닌데 상태가 그다지 안 좋은 자전거를 만날 때, 앞사람이 지저분하게 사용한 티가 나는 따릉이를 만나는 날이면, 나도 자가 자전거를 구입하고 싶은 욕구가 수시로 올라오긴 한다. 하지만 자전거 한 대 정도는 소유하지 않는 것의 편리함이 나름 있기에 일단은 아직 그 욕구를 잘 누르는 중이다. 저렴하기도 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교통수단으로써는 편리함이 크기에.


출퇴근 길 교통요금을 내고 사람들 사이에 끼어 덜덜 실려가는 느낌은 어딘가 모르게 나의 주도성을 상실한 느낌을 준다. 속도 조절도 안되고, 사방에는 사람들이 가득해서 숨이 막히는데, 매일 같은 요금에, 어찌해볼 도리도 없이 출근을 하려면 오직 이 루트뿐인 그런 답답하고 수동적인 우리의 삶의 한 답답한 장면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인지 스스로 내 발을 움직이는 만큼 앞으로 나아가는 자전거 타기는 나에게 예상치 못한 자유로운 느낌을 선물해주었다. 타기 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자전거가 준 선물이었다.


보통은 이 정도 라이딩이 적당한 시간 같다

삶에서 그렇게 마음대로 내가 갈 방향을 정하고 속도를 조절하면서 달려볼 수 있는 순간이 흔하지 않다는 것을 경험하다 보면, 자전거를 타는 순간만큼은 모든 제약에서 벗어나, 아주 조금은 더 내 손으로 조절할 수 있을 것 같고 뜻대로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진다. 


게다가 걷기의 경우 걷다 보면 속도는 별로 나지 않으니 조금 답답해오는 면이 있는데, 자전거를 타는 그 순간만큼은 속도감마저 즐겨볼 수 있다!


내가 따릉이를 세워놓고 벤치에서 쉬고 있는데, 조그만 남자아이들이 따릉이 뒤에 쪼로록 주차(?)를 하고나서는 서로 물을 나눠 마시고 다시 출발했다. 귀여워....:)


자전거를 타며 만나는 자연들 - 내가 어떤 생각에 빠져있든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든 말든 관계없이 항상 묵묵히 흐르는 강과, 늘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자연 같은 것들처럼 변하지 않는 무언가는 또한 마음에 큰 위안이기도 하다.


나는 그 사이를 비집고 어설프게 페달을 밟으며 조금 더 자유로움을, 아주 조금 더 내 뜻대로 해보는 주도성을 되찾아간다.


티없이 깨끗한 하늘 아래
이런 노을을 볼 수 있는 시간에도 회사를 다닐 때는 보통 전철 속이었다


또 어느 저녁의 라이딩



자연을 만끽하며 달리기
이렇게 하늘과 자연을 보는 시간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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