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이번주 목요일부터 다음주 금요일까지 긴 출장을 가게 되어서 혼자 아기를 24시간 돌볼 자신이 도저히 없던 나는 결국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친정에 오게 되었다.
아기를 데리고 나가는 첫 외출이었다.
일주일 간 꼭 필요한 물건들만 챙긴다고 챙겼는데, 생각보다 챙겨야하는 짐이 엄청나게 많아 SUV 차량 뒷자석을 가득 채웠다.
젖병 소독기, 기저귀, 아기옷, 가재수건, 모빌 등등등...
많은 짐에 엄마가 몇 달 살다 갈거냐고 하며 깜짝 놀라셨다.
쓰는 김에 출산준비를 하는 분들을 위해 출산용품 리스트도 한번 적어보고 간다.
이 리스트는 1년 먼저 출산했던 손윗동서가 보내준 것이었는데, "출산선물 뭐해줄까?"하고 묻는 친구, 친척들에게 리스트의 물품을 하나씩 지워가면서 남은 것들을 사달라고 하고 장만 안 된 것은 내돈내산하면서 출산용품을 알차게 마련할 수 있게 해주었던 이래저래 유용한 리스트이다.
나는 처음에는 필수편만 준비해 두었는데 나중에 육아를 하다보니, 눕히기만 하면 역류하고 게워내는 아기를 보고 역류방지쿠션도 사게 되고.. 무릎과 허리가 점점 아파지는 것을 보고 기저귀 갈이대와 아기비데도 사게 되고.. 지인한테 선물로 받은 스와들업을 사용해보니 너무 편하고 아기가 꿀잠 자는 것을 보고 계절별, 사이즈별로 다 사게 되고.. 결국 하나씩 다 장만하게 되었다.
엄마가 수많은 아기용품들을 보면서 "요즘 세상 진짜 좋아졌다. 별 게 다 있네~" 하셨다.
유두보호기를 보고는 "우와, 엄마는 젖이 많이 나오는데도 편평유두라서 아기가 젖꼭지를 빨지를 못하니까 젖을 못 주고 분유 줬는데.. 이런 아이템이 엄마 시대 때에도 있었으면 모유 주는 건데 아쉽다.."
유축기를 보고는 "우와, 엄마는 젖 짤 때 고무장갑 끼고 대야에 손으로 짜서 얼마나 아팠는지 모르겠어. 이런 걸로 쉽게 젖을 짤 수 있다니 진짜 세상 좋아졌다~"
젖병 소독기를 보고는 "열탕소독 꼭 안 해도 안심되고 편하게 젖병 소독하네. 좋겠다~"
아기체육관에 누워 발차기하며 재밌게 발로 피아노 치기를 하고 있는 아기를 보고 "별게 다 있네~ 지금은 아기 체육시간이야?"하며 웃으셨다.
엄마의 부러워하는 말을 듣고 보니 진짜 육아는 템빨이구나 하는 게 더 느껴졌고, 지금 각종 육아템의 도움을 받으며 키워도 힘든데 옛날 어른들은 참 힘들었겠다 싶었다.
여기서 한번 더 정리해 보는 진짜 뽕 뽑은 추천 육아템!
1. 타이니 모빌 : 국민 모빌. 아마 애를 키워본 부모들은 다들 타이니 모빌 노래를 외울 것이다. 밥 먹을 때 10분 정도 시간을 벌어준다.
2. 뉴나 바운서 : 흔들림 증후군 걱정 없이 좌우로 부드럽게 스윙하는 바운서로 아기가 가장 안정적으로 여기는 각도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타이니 모빌과 결합 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아기 혼자 노는 시간을 두 배 가량 더 늘려준다.
타이니 모빌×뉴나 바운서 = 집중하는 아기
3. 슈너글 욕조 : 국민 붙은 건 결국 다 사게 된다. 이것도 국민욕조라는 명성에 걸맞게 아기 목욕 시 아기를 잘 앉히고 목을 고정시킬 수 있게 해준다.
4. 피셔프라이스 아기체육관 : 진짜 아기 체육관이다. 여기만 눕혀 놓으면 발이 난리나고 운동을 열심히 한다. 발로 피아노를 눌렀을 때 음악이 나오는 게 저도 신기한가 보다.
5. 포프베베 아기 비데 : 아기 응가 닦을 때마다 손목과 팔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360도 회전하는 수전과 함께 쓰면 편하다. 한번 설치하면 떼어내기 힘드니 처음부터 거실 화장실과 안방 화장실 중 세면대를 덜 쓰는 화장실에 설치할 것을 추천한다.
6. 소베맘 기저귀 갈이대 : 키에 맞게 높이 조절을 할 수 있고 옆에 달린 정리함에서 기저귀를 꺼내기 편하다. 단, 추락사의 위험이 있으니 절대로 아기를 혼자 두지 말 것!
7. 스와들업 : 아기의 모로반사가 심한 신생아 시기에는 꼭 필요한 필수템. 이걸 채워야 아기가 안 깨고 푹 오래 잔다. 속싸개보다 훨씬 하기 쉽고 풀리지 않아 편하다. 아기가 빨리 크니 사계절 다 살 필요 없고 태어난 계절에 맞는 소재로 사면 된다. (겨울이면 오리지널, 봄가을엔 뱀부, 여름엔 뱀부라이트)
8. 제이앤제나 역류방지쿠션 : 다른 역방쿠와 달리 아기 척추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고 해서 좀더 마음 편하게 쓸 수 있다. 60일 이전에는 아기가 수유 후에 자주 역류해서 자주 애용했고 특히 졸려서 오래 트림시키기 어려운 밤수 때 잘 이용했는데, 60일이 지나고서는 트림도 빨리 잘하고 역류도 거의 안 하면서 잘 안 쓰게 되기는 했다.
스와들업×제이앤제나 역방쿠= 꿀잠
친정에 오고나니 엄마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숨 돌릴 틈이 생겨 너무 좋았다. (비록 엄마는 "너의 행복과 엄마의 행복은 반비례 관계에 있어"라며 웃프게 말씀하셨지만..ㅠㅠ)
엄마가 차려주는 밥을 먹고 엄마가 수유가 끝난 아기를 안아서 재워주시고 하니 정말 너무 너무 편했다. (엄마는 역시 육아 짬밥이 있어서인지 아기를 나보다 훨씬 빠르게 잘 재우셨다.)
친정 천국..!!
곳간에서 인심 나고, 여유 있는 마음에서 사랑 난다고..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아기도 더 이뻐 보이고 사랑스러웠다.
아기가 방긋방긋 웃는 모습을 보며 행복해하고 기뻐하시는 부모님을 보니 그것도 참 행복했다.
또 한편으로는 다 키워놓은 딸자식이 아기 낳았다고 60세 가까운 나이에 힘들게 도와주시는 엄마를 보며, 도대체 엄마의 역할이란 끝이 없구나.. 싶어서 불효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 역시 이 아기의 부모 노릇이 평생에 걸쳐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자식을 키운다는 것'의 무게와 책임감이 더 무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오늘은 친정 서재에서 책들을 살펴 보다가 엄마가 옛날에 썼던 육아일기를 발견했다. 그 중 한 페이지를 읽는데 지금 나의 마음과 너무 비슷해서 신기하기도 하고, 엄마도 나를 참 사랑했구나 싶어서 찡하기도 했다.
엄마가 내가 태어난 지 두 달 되었을 때 쓴 일기였다.
출산하고 한 달만에 다시 직장에 다녔던 엄마가 워킹맘으로서 아기에게 가졌던 미안한 마음과 같이 놀아주지 못하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당시 우리 부모님 세대 때에는 주6일 근무였던 데다 야근도 잦았는데, 회사에서 고되게 일하고 와서 또 밤에 자지 않는 아이의 육아에 시달리다 뜬눈으로 출근을 하곤 했던 부모님이 참 고생 많으셨겠구나 싶었다. (낮과 밤에 양육자가 다르면,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아기들은 쉽게 낮과 밤이 바뀌어서 밤에 잠을 잘 안 잔다고 한다..)
또 늙은 나이에 나를 키우셨던 조부모님도 참 고생 많으셨겠다 싶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나도 모르게 "징글징글하다 너란 녀석.. 왜 안 자니. 지겨워 죽겠네"와 같은 말이 절로 나오고, 아기가 예쁘기보다는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아빠가 손자를 보면서 "너 키울 때에는 진짜 너무 힘들고 하루 하루 버텨내는 것 자체가 버거워서 예쁜 줄도 모르고 키웠는데, 이렇게 여유가 생겨서 손자를 보니 정말 너무너무 귀엽다. 너도 아기였을 때 정말 귀여웠을텐데 그걸 잘 못 느끼고 키웠다는 게 참 아쉽구나."라고 하셨다.
아빠의 말을 들으면서 힘든 육아이지만 순간순간 아기가 주는 행복감과 기쁨을 더욱 만끽하고 음미하면서 아기를 후회 없이 예뻐하고 사랑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집에 돌아가서 나 혼자 계속 칭얼대는 아기를 돌보다 멘붕에 빠질 때에도 이 마음을 잊지 않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