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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주 엄마 Jul 29. 2021

출근하는 남편을 위해 각방을 써야 할까?

아기를 낳기 전부터 남편이 제안했던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각방 쓰기..!


남편은 자신이 체력이 약하고 아침잠이 많아서 밤에 제대로 못자면 다음날 출근할 때 운전하면서 졸 것 같고 회사에 가서도 일에 집중을 잘 못할 것 같다면서 밤에 각방을 쓰고 싶다고 했다.


그런 남편의 마음이 이해는 가면서도 무지무지 서운하고 혼자서 밤에 아기를 보는 것이 막막했다..


그래서 이미 신생아 육아를 끝낸 주변 지인들에게 각방을 쓰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스피커폰으로 남편도 듣게 전화통화를 하거나 부부동반 모임으로 만나 남편도 자리에 있을 때 물어보았다.


지인1- 친한 언니 :  "난 각방 쓰긴 했는데 정말 비추야.. 혼자서 너무너무 힘들었거든. 난 밤수 하느라 제대로 잠도 못자고 힘들어 죽겠는데 남편은 다른 방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쿨쿨 잘 자고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 게 참 얄밉더라고.. 남편이 진짜 미워지고 서운한 마음이 들어서 아기가 크고 난 후에도 그 마음이 계속 없어지지가 않더라고..  게다가 한번 각방 쓰니까 부부관계도 거의 안 하게 돼서 아기가 여섯 살이 될 때까지 한 번도 안 했어."


지인2- 내 친구 남편 : "에이, 그래도 같이 방은 쓰셔야죠~ 어차피 모유수유하면 밤에 돌보는 것도 거의 엄마 혼자 하게 되는 구조잖아요? 그럼 남자가 그렇게 손 가는 일도 많이 없어요. 옆에서 수유하는 동안 나는 깊이 잠들지는 못해도 그냥 자면 되는 거고..  대신 모유수유를 해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옆에 함께 있어주는 거라도 해야 나중에 마누라한테 욕을 덜 먹어요. 또 내 아기가 어떻게 자라는지 아빠로서 보는 것도 중요한 것 같고요."


지인3.- 사촌 형부 : "각방은 진짜 쓰지 말라고 하고 싶어. 일단 아내도 낮에 쉬는 게 아니라 하루종일 육아로 힘들잖아. 그런데 밤까지 온전히 아내에게 맡기는 건 아닌 것 같아. 그래서 나는 밤 12시까지는 아내가 보라고 하고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는 유축해둔 모유나 분유 수유하면서 내가 전담했어. 또 부부가 한번 각방을 쓰는 버릇을 갖게 되면 나중에 아기가 자라고 다시 합친다고 해도 무슨 일이 있을 때 쉽게 각방을 쓸 수 있어. 싸우거나 했을 때 더 쉽게 각방 선택을 할 수 있고 그러면 부부 사이가 멀어진다고."


물어봤던 지인 세 명이 모두 각방을 비추하고 특히나 남자 입을 통해 비추하는 말을 들으니 남편의 생각도 바뀌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합방을 하게 되었는데.. 그 길도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남편은 밤에 잠을 제대로 잘 자지 못해서 아주 피곤해했고 나는 그런 남편의 눈치를 많이 봐야 했으니까..


우리 남편은 체력이 약한 편이고 몸이 피곤하면 예민하고 날카로워지는 성격이다. 그래서 아기 낳기 전에도 육아하면서 남편과 자주 싸우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아주 많이 됐었다.


물론 예민해진 남편이 짜증을 낼 때도 종종 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모습으로 보아서는 '생각보다는' 정말 훨씬 괜찮은 관계를 유지하고 잘 싸우지 않고 있다.


아마도 아기 낳기 전에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글이나 영상으로 함께 간접체험을 많이 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더 중요한 건 둘 다 서로를 불쌍하게 여기는 측은지심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남편은 남편대로 내가 하루종일 모유수유하느라 쪽잠을 자고, 출산으로 인해 온몸의 관절이 다 열려서 약해져 있는 상태에서 손목을 잃어가면서 아기를 돌보는 것을 안쓰럽게 여기고..


나 역시 남편이 졸음운전을 하지는 않을까, 가뜩이나 체력도 약한 남자가 밤에 나 도와준다고 기저귀도 갈아주고 트림도 시켜주면서 제대로 잠도 잘 못자고 있으니 고맙고 미안하고..


그런 마음에서 아기가 밤에 깨면 서로 일어나려고 하고 너는 자고 있으라고 얘기하고, 정말 자신이 피곤한 상태일 때만 상대방에게 전담시키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비슷하게 나눠서 아기를 돌보았다. 그러 보니 너와 나 둘다 모두가 체력의 한계치를 쓰면서 육아를 하고 있구나 하는 연민과 함께 동지애가 생기게 되면서 어느 한쪽이 억울하고 서운한 감정이 들지 않게 되었던 것 같다.


이모님이 있을 때에는 그래도 내가 낮에 쪽잠이나마 좀더 잘 수 있어서 밤에 웬만하면 내가 더 돌보려고 했고, 남편도 좀더 마음의 부채를 덜 느끼고 나에게 맡기고는 했다. (그래도 남편이 컨디션 괜찮을 때에는 더 많이 도와주고 다음날 재택근무거나 휴일일 경우에는 기저귀 갈기와 트림시키기를 전담해 주어서 나 역시 짐을 많이 덜 수 있었다. )


그런데 이모님 쓰는 3주가 끝나고나자 정말 너무 피곤하기 그지 없었다. 친정도 멀리 살고, 가까운 시댁은 맞벌이를 하셔서 낮에 하루 종일 혼자 아기를 봐야 했는데 그야말로 '발을 동동거린다'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삶이었다.


아기는 거의 1시간 반~2시간 간격으로 깼고 끊임 없는 모유수유, 트림시키기, 어르면서 재우기, 기저귀 갈기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아기가 자는 동안 밥차리고 밥먹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ㅠㅠ)


아기를 안고 밥을 먹거나, 입에 우걱우걱 쳐 넣은 다음에 씹으면서 아기를 돌보면서 밥 먹을 시간도 제대로 갖기 힘들었고, 혼자서 아기를 안고 돌보려니 아직 약한 관절에서는 '빠지직'하는 불안한 소리가 들리면서 통증이 심해지곤 했다.


잠깐 무릎을 굽히고 펴는 것만으로도 무릎이 빠직 소리를 냈고.. 손목, 무릎, 허리 어느 하나 관절이 다 제대로 된 게 없고 내것이 아닌 것만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기가 점점 밤에 자는 텀이 길어져서  1시간 반~2시간 간격으로 일어나던 것이 40일이 지날 무렵에는 3시간~4시간, 운 좋을 때에는 5시간까지도 통잠을 자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아기가 '먹는' 텀이고, 기저귀 갈고 트림시키고 다시 재우는 시간을 빼게 되면 실제로 내가 쉬면서 잘 수 있는 사이 시간은 2~3시간에 불과하지만...ㅠㅠ)


그래도 이 모든 힘든 시간들을 남편이 함께 해줘서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남편이 육아는 나몰라라 하고 회사 다니는 걸로 자기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하면서 잘 도와주지 않았다면 정말 산후우울증이 올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육아를 계속 하다보니 단조로운 일을 매일 반복적으로 하루종일 한다는 지루함과, 내 시간이 거의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제 앞으로 내가 내 인생을 바꿀 만한 어떤 도전도, 어떤 자기계발도 하기는 쉽지 않겠구나, 이렇게 나 자신의 발전은 멈추고 내 인생은 정체되는 걸까 하는 현타...

그리고 출산과 육아에 대한 피로로 부쩍 늙어버린 듯한 내 겉모습 등으로 우울할 만한 요소가 많은데, 남편이라는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지지대조차 약하다면 참으로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는 오히려 아기를 낳고 사이가 더 좋아진 것도 같다.


원래는 남편이 심한 게임돌이라서 집에 오면 여가시간에 거의 게임을 하고는 해서 외롭고 서운했는데, 함께 육아를 하다보니 안방에서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대화도 더 많이 하게 되었고, 함께 아기를 보며 웃고 행복해 하고, 모유수유하면서 내가 TV로 육아 관련 영상을 틀면 그것에 대한 얘기도 함께 나눌 수 있었다. ('맘똑 티비'와 '금쪽같은 내새끼', '금쪽 수업'을 남편과 함께 정주행했다)


서로 아기의 표정이나 소리를 따라하면서 웃기도 했다. 기지개를 켤 때 일부러 아기처럼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오만상을 쓰면서 기지개를 켜고, 젖 달라고 뻐끔거리는 입모양도 흉내내 보고 하면서 서로 보면서 웃었다.


아기로 인해 남편과 더 단단하게 묶인 느낌이었고 선녀가 아기를 낳고 나무꾼을 떠날 수 없게 되었듯이 이제는 정말 웬간해서는 이혼하기 힘든 한층 더 끈끈한 '가족'이 된 느낌이었다.


아기는 그렇게 우리 가정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앞으로 아기와 함께 할 모든 날들이 너무나 기대된다.


너를 데리고 놀이동산에 가면 넌 어떤 표정을 지어줄까?


동물원에 간다면? 키즈 카페에 간다면? 바다를 보여준다면? 재밌는 동화책을 읽어준다면? 예쁜 풍경을 보여준다면?


네가 행복해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본다면 엄마는 아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 것 같단다,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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