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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주 엄마 Aug 01. 2021

초보엄마가 멘붕에 빠지는 과정

엄마의 하루

아침 일곱시 쯤 아기가 칭얼대기 시작한다. 하지만 잠에 취한 나는 소리를 듣지만 일어나는 게 힘들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칭얼대다 다시 잠들 수 있어.'


칭얼대던 아기는 엄마가 관심을 가져주지 않자 점차 목소리를 높여간다.


"에..에... 응애~~~~ !!! 응애~~~~!!!"


서러운 울음이 터져나오자 그제서야 나는 겨우 일어나서 아기를 안아 일으킨다.


처음엔 조금 자고 일어나 쪽잠으로 버티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50일 정도 반복하다보니 점차 적응이 되어 조금 덜 힘들어졌다.(안 힘들다는 얘기는 아니다.)


50일이 넘자 엄청난 속도로 자라 벌써 6kg에 육박한 아기는 무척이나 무거워졌다.


팔과 다리는 오동통해지고 얼굴에는 이중턱이 생겨서 금복주가 따로 없다.  그런 우리 아기를 친정 부모님은 금복주라 부르기 시작했다. 복주가 본명보다 친근하고 정감 가는 이름이라며 아예 아명으로 삼자고 하신다..ㅎㅎ


금복주를 점점 더 닮아가는 우리 아가�

아기의 이 모든 포동포동한 살이 나의 피와 젖으로 만든 것이라 생각하니 감회가 남다르다.


무거워진 아기의 겨드랑이를 들어올리는 엄지와 검지 사이가 아프다.


새벽 네 시에 일어나서 젖을 먹었던 아기는 세 시간이 지나고나서 일어났다.


세 시간이면 그래도 훌륭하다 싶어 아기가 기특하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 두시간 간격으로 일어나서 엄마에게 잠고문을 가하던 아기였다. 세 시간 간격이면 그래도 '인간의 삶'으로는 쳐줄 만하다.  


아기를 안아서 일단 기저귀 갈이대에 눕힌다.  


기저귀 앞 부분의 노란 리트머스 종이가 아기의 오줌으로 인해 파란색으로 변해 있다.


기저귀를 빼자 오줌으로 기저귀가 묵직하다.


기저귀를 빼기 전에 항상 새 기저귀를 밑에 미리 깔아주고, 다 쓴 기저귀를 빼자마자 새 기저귀로 얼른 아기 고추를 덮는다. 아기가 언제 쉬야를 엄마 옷에 발사할지 모르기 때문에...(이미 당한 이력이 많이 있다..;;)


기저귀를 가는 동안 아기의 울음소리는 점점 더 커져간다.


"응애~~!!!! 응애~~~!!!!(내게 아침밥을 달라!! 아침밥을 달라!!!)


"응응~~ 좀만 기다려요, 왕자님~~ 엄마가 맘마 줄게요~~"


아기를 달래면서 최대한 빠르게 기저귀를 갈고 아기에게 젖을 줄 준비를 한다.


수유쿠션을 몸에 두르고, 수건을 접어 베개를 만들어 수유쿠션 위에 올려 놓고, 아기의 입가를 닦아줄 가제수건을 준비하여 가까운 곳에 놓아둔다. 수유를 오래 하다보면 목이 자주 마르고는 하니까 물 한잔도 떠다 옆에 둔다.


젖꼭지가 튀어나오지 않아 아기가 잘 빨지 못하는 편평유두를 가진 나는 예전에는 여기에다 유두보호기도 꺼내서 준비했지만 두 달 가까이 직수를 하다보니 점점 유두가 튀어나와서 이제는 유두보호기가 필요하지 않다.


유두보호기 하나 안 쓰는 것만으로도 설거지 거리가 줄어들고 준비할 수유물품이 하나 줄어들어 훨씬 편하다.


내가 젖을 줄 준비를 하는 동안 아기의 인내심은 점점 더 바닥나서 극대노한 아기의 울음소리는 더욱 소리 높아진다.


아기의 울음소리로 인해 젖이 더 많이 고이는 것 같다.(아기 울음소리는 엄마의 젖샘을 자극한다고 한다.) 젖이 흘러 뚝뚝 떨어진다.


"응~~ 미안해~~ 얼른 젖 줄게!"


아기를 수유쿠션 위에 올리자 아기가 울음을 그친다. 엄마가 맘마를 줄 것이라는 것을 알아챈 눈치다.


아기의 머리를 수건 위에 올리고 내 쪽을 향하게 몸을 눕힌다. 아기는 아기새처럼 입을 뻐끔거리면서 크게 벌린다.


크게 벌린 아기의 입에 젖꼭지를 재빠르게 쑥 넣자 아기가 '앙!'하고 문다.


배고팠던 아기는 정신 없이 젖을 빨기 시작한다.


젖을 물리면 30초 정도는 유두가 뽑힐 것 같이 아프다. 그러다 점차 괜찮아지다 살짝 아픈 정도로 바뀌며 수유를 할 수 있다.


만약 유두가 계속 아프다면 젖 물리기 자세가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유두가 유난히 아픈 날은 젖 물리는 자세가 뭔가 잘못되었나 싶어 아기의 자세를 바꾸어 보기도 한다.


젖을 빠는 아기의 발이 물고기처럼 파닥파닥거린다. 스와들업을 입혀서 인어공주같은 다리가 되어 파닥거리는 발이 더욱 물고기 꼬리같다.


파닥파닥

젖을 먹으며 파닥거리는 아기의 손은 엄마의 가슴을 잡고 할퀴기도 한다. 버둥거리는 아기의 손을 잡자 아기가 엄마의 손가락을 꽉 움켜진다. 만져지는 아기 손이 참 보드라워서 촉감이 좋다.


그렇게 한쪽 손으로는 버둥거리는 아기 손을 잡고 한쪽 손으로는 아기가 젖을 잘 물도록 젖을 들어올려 받친다.


아기의 등 뒤에는 기저귀를 둘둘 말아 가제수건을 이용해 캔디 모양으로 묶은 등받침대를 두어 고정시킨다.


등받침 캔디


아기가 힘차게 젖을 빨자 가슴에 고여 있던 많은 젖들이 유선을 타고 슝슝 이동하는 것이 느껴진다. 15분 정도 한쪽 젖을 다 빨고나자 고여서 땡땡하게 부풀어 있던 유방이 점점 가벼워지고 작아져서 바람빠진 풍선 같아진다.


이번엔 반대쪽을 물릴 차례이다.


아기가 막 태어났을 때에는 아기가 너무 작고 조심스러워서 안고 다른 쪽으로 돌려 수유쿠션 위에 올리는 것도 무서워서 힘들었는데, 이제는 거침 없이 아기를 들어올려 다른 방향으로 누일 수 있다.


다른 쪽 방향을 물리면서 아기를 바라본다. 꿀떡꿀떡 잘도 젖을 삼키는 아기의 턱과 관자놀이가 열심히 움직인다. 최선을 다해 젖을 빠는 아기의 모습이 귀엽다.


모유수유 중에는 모성애를 자극하는 프로락틴과 옥시토신 호르몬이 나와서 아기에 대한 엄마의 애착심이 더 강해진다고 한다.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기덕후가 된 현재 나의 아기에 대한 열렬한 사랑의 절반 이상은 젖 빠는 아기의 귀여운 모습을 보면서 생긴 것 같다. 아기는 젖을 빨고 있을 때 유독 더 귀엽다.



아기가 젖을 다 먹자 어플 '베이비타임'에 모유수유 시간을 기록한다.


30분 수유..


아기가 젖 빠는 힘이 강해지면 수유 시간이 더 줄어든다는데 빨리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에 250분 이상을 수유하다보니 진이 다 빠지고 가슴이 헐어버릴 것 같다.


젖을 빨고 배가 불러 만족스러워진 아기를 들어올려 어깨에 얼굴을 받치고 안아서 트림 자세를 취한다.


10분 정도 그 자세에서 아기의 등을 토닥토닥하고 쓰다듬으면서 소화를 시켜준다.


모유수유이다보니 트림하는 소리를 시원스럽게 듣기는 어렵다. 그래도 50일 가량 되니 점차 어른처럼 '끄어어억' 소리를 내면서 트림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내가 다 시원하다.


아기는 엄마가 안아주자 어느새 또다시 눈을 감고 잠이 든 눈치이다.


조심스럽게 아기를 침대에 누인다.



남편은 이때쯤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시작한다.


모우슈우를 하고나니 배가 또 고프다. 젖을 통해 몸안의 영양분이 수시로 빠지다보니 시도 때도 없이 배가 고프다.


냉동실에서 얼린 영양떡 하나를 꺼내서 전자레인지에 돌려 녹이고 꿀에 찍어 먹는다. 군고구마와 영양떡, 바나나.. 이렇게 빨리 먹을 수 있는 간식거리들을 집에 상비해 놓고 모유수유 후에 먹고는 한다.


남편 먹을 것도 하나 식탁 위에 올려 놓는다. 아침밥을 못차려준 지 오래인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배를 살짝 채운 후 나도 다시 눈을 감는다.


아기가 한 열시까지 자줬으면 좋겠다.


남편이 "다녀올게~!"하면서 출근하는 소리가 들린다.



두 시간 후.. AM 9:15분.. 아기가 다시 운다.


밤 11시~새벽 6시 사이에는 서너시간 간격으로 일어나지만 이외 나머지 시간에는 두 시간 정도 간격으로 젖을 달라고 운다.



일어나기가 너무 싫고 귀찮아 죽겠다.


아기의 기저귀가 젖었는지 보지도 않고 그냥 아기를 들어다 내 옆에 누이고 눕수(누워서 수유하는 것)를 시도한다.


아기의 입이 젖에 닿는 순간, 마치 뚫어뻥 내지 거대문어의 빨판을 젖에 붙인 것마냥 화들짝 놀라게 아프다.


아기의 입은 빨판처럼 내 가슴에 달라붙어 또 젖을 빨아대기 시작한다.


통증으로 잠이 확 달아난다.


그리고 잠시 후 아픔이 가라앉고 아기가 안정적으로 젖을 빨면서 다시 잠이 소르르 밀려든다.


일어나기 싫을 때 누워서 먹이는 눕수는 이렇게 세상 편할 수 없다. 그래도 자주 하면 안 좋다고 해서 아주 피곤할 때에만 눕수를 한다.  


아기도 누워서 젖을 빨다 다 먹고나서는 어느새 잠이 든다.


긴 속눈썹을 내리깔고 자는 아기의 얼굴이 평온해 보인다.


젖물잠은 바람직한 수면연상을 만드는 데에 안 좋다고 하지만 일단 내 몸이 너무 피곤하니 살고 봐야겠다.


아기와 함께 나 역시 또다시 한숨 더 잔다.



30분 가량 흘렀을까.. 잠깐 눈을 붙이자마자 아기가 칭얼대며 끙끙거린다.  


트림을 제대로 안 시키고 자서 속이 불편한 건지도 모르겠다.


아기를 안아서 또 트림 자세를 취하고 등을 쓰다듬는다.


아기의 입에서 "끄어억"하고 커다란 트림 소리가 난다.


아기를 아기침대에 누이니 눈이 말똥말똥한 게 잠을 다 잔 모양이다.


모빌을 틀어주고 후다닥 아침을 차린다.


반찬가게에서 사 온 나물반찬 몇 가지와 친정엄마가 보내준 오이지, 열무김치, 멸치볶음을 꺼낸다.


커다란 접시에 반찬을 조금씩 담고 어제 얼려 놓은 냉동밥을 꺼내 전자렌지에 돌린다.


아기가 울기 전에 빨리 밥을 먹어야 해서 마음이 급하다.



몇 숟갈 뜨지 않았는데 아기가 울기 시작한다.


혼자 모빌 보는 건 이만하면 됐다는 뜻이다.


아기를 한쪽 팔로 안고 달래면서 다른 한쪽 팔로 밥을 먹는다.


한쪽 팔로만 안은 불안정한 자세에 아기가 불안한지 금세 다시 칭얼거린다.


입안에 밥과 반찬을 잔뜩 쑤셔넣고 우걱우걱 먹으면서 두 팔로 아기를 다시 안고 달랜다.


그렇게 힘겹게 아기 달래기+밥 먹기를 끝내고 난 후 오전 11시쯤이 되면 아기는 말똥말똥해지고 이제 본격적인 육아가 시작된다.


50일을 전후로 낮과 밤의 구별이 생긴 아기는 이제 낮에 잠을 많이 자지 않는다.


아기와 놀아줄 시간이다.


알고 있는 동요란 동요는 전부 다 불러주면서 아기와 놀아준다.


"동산 위에 올라서서~~ 파란 하늘 바라보며~~"

"파란 하늘 파란 하늘 꿈이 드리운 푸른 언덕에~~"

"숲속을 걸어요~ 산새들이 속삭이는 길~"

"어젯밤엔 우리 아빠가 다정하신 모습으로 한손에는 크레파스를~"


거의 20년만에 불러보는 노래 같은데 신기하게도 멜로디와 가사가 거의 다 생각이 난다.


맨날 부르는 노래만 부르다보니 지겨워지기도 하고, 기억이 가물가물한 옛 동요들을 생각해 내고 싶어서 MBC 창작동요 악보집도 새로 샀다. (그 악보집을 들여다볼 시간이 없는 건 함정)


아기의 손과 발에 촉감이 자주 느껴지면 두뇌발달에 좋다고 해서 손과 발에 지압도 해주고, 키 쑥쑥 크라고 무릎을 꾹꾹 눌러주며 쭈우쭈우~ 마사지도 해준다.


짐볼에 앉아서 흔들어도 주고, 아기체육관에 눕혀서 발로 피아노차기도 시키고, 눈 마주치면서 이것저것 말도 많이 걸어본다.


별로 할말이 없지만 그냥 이것저것 말을 걸어본다.


"엄마~~ 엄마~~!" 같은 단어 연습도 해보고 "우리 아기, 너~~~무 예쁘네~~!" 하면서 문장도 말해본다.


영어를 많이 들으면 혹시나 나중에 영어교육에 도움이 될까 해서 "What a cute boy~~!"하면서 영어도 간간히 섞어본다.



그렇게 잘 놀다가도 아기가 빼애 하고 울 때가 있다. 그러면 일단 기저귀를 또 확인해 본다.


기저귀가 안 젖어 있거나, 갈아줬는데도 계속 울면 배고프거나 졸린 것이다.


수유텀을 확인해 보니 2시간이 조금 넘어 있다.


애매하다.


먹일 것인가, 말 것인가..


아기가 한숨 자고 일어난 후에 먹여서 그놈의 '먹-놀-잠' 패턴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한데....


일단 재우기를 시도해 본다.


아기를 안고 살살 흔들어주면서 쪽쪽이도 물려본다.


다행히 이 상태에서 잠이 들면 '먹-놀-잠' 성공이다.


안 자고 계속 울기만 하면 어쩔 수 없이 젖통을 꺼내든다.


아기가 조금 빨다가 잠이 들어버린다. 배고픈 게 아니라 젖을 물고 자고 싶어서 공갈젖꼭지 역할을 해주는 엄마 젖꼭지가 필요했던 것 같다.


바람직하지 않은 수면연상이 자리잡는 것 같아 한숨을 쉬며 잠든 아기를 바라본다.



아기의 낮잠 시간이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이제 밀린 집안일을 해본다.


아침과 점심 설거지를 식기세척기에 넣고 돌리고, 쌓여 있는 빨래도 개서 옷장에 정리하고, 청소기도 돌린다.


너무 피곤하면 청소기는 뒤로 미루고 잠시 눈을 붙이기도 한다.



집안일을 다 끝내기도 전에 아기가 다시 또 일어나서 운다.


기저귀 갈기-> 수유하기-> 놀아주기 -> 재우기


이 패턴을 다시 또 무한반복한다.


저 패턴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놀아주기'에서 '재우기'로 이동하는 게 가장 어렵고 잘 되지 않는다.


잠투정이 점점 심해지는 아기는 한참을 안고 흔들어 줘야 잠이 든다. 손목도 아프고 팔도 아파서 침대에 눕혀서 재우기를 여러 번 시도했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안아줘서라도 재우면 다행이다.


계속 말똥말똥한 채로 내가 어떻게 해도 한참을 울기만 할 때 제일 힘들다.


아기의 울음 소리는 신경을 아주 강하게 자극한다. 특히 엄마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출산 후 분비되는 호르몬 때문에 아기 울음소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육아 스트레스의 팔할은 아기 울음소리 때문인 것 같다.


기저귀도 갈아줬고, 맘마도 먹은 지 얼마 안 됐고, 안아도 주는데 계속 울고 있는 아기를 보면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절망스럽다.


아기가 어디가 불편한지 말을 못하니 알 수가 없다.


속이 불편해서 그러는걸까.. 트림 자세로 안으며 등을 토닥여 보기도 하고


너무 집이 더운 건 아닌지 온도도 체크해 보고


아파서 열이 있는 건 아닌지 체온도 체크해 본다.


"왜 자꾸 우니ㅠㅠ 나도 울고 싶다 진짜 ㅠㅠㅠㅠㅠ 금복주, 너~! 자꾸 이러면 곤란해...!!"


땡깡부리는 아기는 어느새 왕자님에서 금복주로 호칭이 전락한다.


그렇게 아기와 투닥투닥 씨름하다보면 어느새 '먹-놀-잠' 중에서 '잠'은 건너띈 채 어르고 달래다 다시 '먹'으로 돌아와 수유를 하게 된다.


이런 패턴을 두 번 정도 반복하면 어느새 저녁 6시가 된다.



운 좋게 아기가 잠시 잠이 들었다.


아기가 잠든 사이에 후다닥 분리수거도 하고 남편과 먹을 저녁도 준비한다. 쌀을 씻어 밥솥에 올리고 반찬가게에서 사온 국을 냄비에 담아 끓인다. 냉동실에서 생선 두 개를 꺼내 에어프라이기에 넣고 돌리는 것도 한다.



저녁 일곱시다. 이제 드디어 남편이 올 시간이 임박했다. 저녁 일곱시는 매일 내가 기다리는 유일한 희망이다. 구세주 남편, 어서 오라구~!


휴대폰이 울린다. 남편이다.


"나, 당근마켓에서 아기 기저귀 좀 사고 올게. 미개봉 기저귀 두 통인데 싸게 나왔더라고~"


그냥 몇 십분이라도 빨리 와서 도와주는 게 더 좋은데 알뜰한 남편을 말릴 수 없다.


남편은 당근마켓 거래하는 김에 근처 커피숍에서 밀크티도 사고 다이소도 들렀다가 여덟시쯤 오겠다고 한다.   


짜증이 팍 나지만 싸우기 싫어 알겠다고 한다.



남편이 일곱시에 오면 목욕을 같이 시키려고 했는데, 늦게 온다니까 오늘은 혼자 목욕을 시켜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초저녁에 일찍 목욕을 시키고 재워야 더 깊이 잔다고 많은 육아책에서 말하고 있으니 한 시간이라도 빨리 저녁잠을 재워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데, 아기가 또 운다. 달려가보니 울면서 딸꾹질을 하고 있다.


아기를 안아 올린다.


안고 있는 아기에게서 똥냄새가 난다. 응가 때문에 깬 것 같다.


기저귀 옆을 살짝 들춰서 보니 역시나 똥을 쌌다.


양이 많지 않아서 물티슈로 엉덩이를 닦아보기로 한다.


새 기저귀를 엉덩이에 받치고 물티슈로 엉덩이를 닦는데, 아기가 쉬야 물총을 발사한다.


하필이면 이럴 때에..ㅜㅜ


얼른 새 기저귀로 막아보지만 이미 오줌이 여기저기 튀었다.


급하게 물티슈로 엉덩이 닦기를 마무리하고 기저귀를 갈았다.


여기저기 튄 오줌도 닦아낸다.



목욕은 아기에게 수유하고 시간 이상 지난 후에 하는 게 좋다고 한다.


목욕하기 전에 아기에게 젖을 물려본다.


젖몸살 때문에 양배추즙을 많이 써서 그런지, 요즘 들어서 젖이 딱 저녁 이 시간때쯤 되면 부족하다.


아기가 양쪽젖을 다 끝까지 빨고도 더 달라고 칭얼거린다.


유축해 놓은 젖도 다 떨어져서 분유를 타서 먹여본다.


분유는 물의 온도를 맞추는 게 어렵다. 그나마 정수기의 유아수를 이용할 수 있어서 한결 편한데, 정수기가 없었으면 훨씬 불편했을 것이다.


분유를 한참 먹던 중...  갑자기 아기의 얼굴이 빨개지더니 아기가 끄응~ 하고 힘을 준다.


뿌지지지직!!


응? 또 싼 거야?



헉.... 근데 아까 물총 발사하는 것에 당황해서 급하게 기저귀를 갈다보니, 기저귀를 허접하게 갈아서 응가가 샜다.


기저귀 틈으로 응가가 꾸역꾸역 새어 나와서 내 수유 원피스를 흥건히 적시고 만다. 원피스 위에 똥이 흥건하다.


똥냄새가 진동을 한다.


아기를 안고 일어서자 아기 응가가 거실 바닥에 투둑투둑 떨어진다.


아기를 안고 화장실로 달려간다.


일단 똥이 잔뜩 묻은 내 원피스부터 벗어서 욕조에 걸쳐 놓는다.


그리고 세면대에서 아기를 한쪽 팔로 들고 다른 한쪽 손으로 엉덩이를 씻긴다.


최근 들어 무거워진 아기 때문에 아기를 든 손목이 아프다. 더이상 못 버티겠어서 아기비데를 주문했는데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진작에 좀 주문할걸..ㅠㅠ



아기의 엉덩이를 씻긴다.


똥을 하도 많이 싸서 고추 사이사이 틈에 응가가 잔뜩 끼어 있다.


하나하나 섬세하게 씻어낸다.


응가가 묻은 아가옷도 벗겨낸다.


다 씻은 아기를 데리고 기저귀 갈이대로 간다.


아기를 누이고 가제수건으로 물기를 다 닦아내고 기저귀를 갈고 똥묻은 옷 대신 새옷을 입혀준다.


"이노무 자식!! 엄마 힘들게~~! 진짜 엄마 힘들어 죽겠어 ㅠㅠ"


새옷을 입히며 투덜대자 아기가 옛다 이거 먹고 힘내라 하며 함박 웃음을 기습적으로 날려준다.


그 웃음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고 아드레날린이 마구 분출되며 하루종일 쌓였던 피로가 녹아내린다.


"이 녀석, 병 주고 약 주네.."


하루종일 피곤하다가도 아기 웃음 한방에 말짱해지다니, 참 신기하다. 이런 게 엄마로구나..


새옷 입은 아기를 아기침대에 누이고 이제 본격적으로 뒷수습에 들어간다.


똥으로 흥건한 바닥과 내 원피스..


남편이 와서 이 꼴을 보면 짜증을 낼지도 모른다. 얼른 깨끗하게 뒷수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일단 바닥의 커다란 똥들을 두루말이 휴지로 대략 닦아내서 변기통에 버리고 남은 잔존물들은 물티슈로 닦아서 흔적을 없앤다.


그리고 내 원피스를 세면대에서 열심히 빨아본다.


똥은 털어냈지만 똥물이 지워지지 않는다.


구입해 놓고 잘 쓰지 않던 얼룩제거제 스프레이를 사용해 본다. 거의 안썼는데 이럴 때 요긴하구만..


스프레이를 뿌리자 독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모유수유하는 데 독한 스프레이 냄새를 맡는 게 좋지 않을 것 같아서 KF94 마스크를 가져와서 쓰고 다시 빨래를 한다.


스프레이를 잔뜩 뿌리고 열심히 문지르자 다행히 똥물이 지워졌다.


손빨래를 끝낸 원피스를 빨래통에 집어 넣고 다시 아기에게 와서 수유를 마저 한다.


목욕도 시켜야 하는데, 벌써 지쳐 버려서 못하겠다. 오늘은 건너뛸까 싶기도 하다.


삑삑삑삑 현관문 소리가 나면서 남편이 들어온다.


발가벗고 수유를 하고 있는 나를 보고 눈이 동그래진다.


"왜 그러고 있어?"


"아가가 내 옷에 똥 싸서 치우느라고..."


"하필 내가 없을 때 똥 쌌네?"


남편은 오자마자 손을 씻고 저녁을 차린다. 그리고 수유를 끝낸 아기를 안아 든다.


"먼저 먹어."


남편의 배려 덕분에 먼저 밥을 후다닥 먹고 아기를 다시 받아 교대한다.


함께 있을 때에는 이렇게 교대로 아기를 보면서 밥을 먹고는 한다.


둘다 저녁을 먹은 후 혼자 하려다 못한 아기 목욕을 함께 시킨다.


혼자 하면 좀 버겁고 둘이 하면 할만 한 아기 목욕..


한 사람은 아기를 들고 한 사람은 아기의 머리카락과 몸을 부드러운 가제수건으로 꼼꼼하게 닦는다.


베이비 샴푸앤바스를 가제수건에 묻혀 거품을 내어 닦아주면 아기는 따뜻한 물 속에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기분 좋게 앉아 있는다. 그런 아기가 또 귀엽다.


물속에서 더욱 귀여운 우리 복주:)

슈너글 욕조에 편안하게 앉아 따뜻한 물을 만끽하는 만족스러운 아기의 얼굴은 더욱 금복주를 닮았다.


"어이구~ 우리 복주~~ 기분 좋아요? 엄마 양수 속에 들어온 것 같지요~?"


아기목욕은 아기가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5분~10분 이내로 짧게 하는 게 좋다고 한다.


가제수건으로 다 닦은 아기를 곧바로 꺼내 깨끗한 물을 받아놓은 또다른 대야에서 헹구고 천기저귀로 아기의 몸을 닦는다.


그다음엔 소아과에서 구입한 제로이드 로션으로 아기의 얼굴과 몸 곳곳을 꼼꼼하게 발라준다. 아기 얼굴에 돋은 작은 좁쌀여드름과 태열도 제로이드 로션을 바르면서 많이 가라앉았다.


좁쌀 여드름은 아토피의 일종이라는데, 임신했을 때 가끔 마셨던 탄산음료와 컵라면 때문인걸까 싶어서 아기에게 미안해지기도 한다.


로션을 바르면서 베이비 마사지도 해주고 아기면봉으로 코딱지도 떼어내준다. 아기면봉은 면봉 끝에 접착력이 있어서 코나 귀 안의 이물질을 쉽게 떼어낼 수 있게 해준다.


목욕이 끝나면 아기에게 깨끗한 내의와 스와들업을 입히고 방안의 불을 어둡게 하고 침대에 눕힌다. 토닥토닥 쓰다듬으면서 재워본다. 칭얼대거나 잘 자지 않으려고 하면 쪽쪽이의 도움도 받는다.


토닥임을 받고 아기가 쉽게 저녁잠에 든 날은 아주 운수가 좋은 날이다.


대개는 밤 10시 넘어서까지 어르고 달래고 쪽쪽이도 물려 봤다가 짐볼도 타봤다가 노래도 불러줘 봤다가 온갖 것을 다하다 결국 수유를 하고서야 잠이 들고는 한다.


고군분투 끝에 겨우 아기를 재우고나면 탈진이다.


"하아..... 오늘도 하얗게 불태웠다."


침대에 쓰러지듯 누우며 내가 말한다..


"오늘도 고생 많았어, 육아 동지!"


남편과 나는 서로를 요즘 육아 동지라고 부르고 있다.


우리의 전우애는 육아를 하면서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이제 아기는 새벽 한 두시가 되면 다시 일어나게 될 것이다.


지금 자도 서너 시간 후에 다시 일어나야 하니 얼른 잠을 청해야 한다.


"잘자요, 자기!"


"잘자요, 굿나잇!"


남편과 인사를 하고 손을 잡고 눕는다.


 

그렇게 오늘도 육아의 하루가 저물어간다.


-끝-


..



-그러나 네버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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