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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산행 등산

한 걸음씩만 더

얼마만의 등산인가?

최근 감기와 여러 일들이 겹치며

체력이 부쩍 떨어진 듯하다.

아니, 언젠가부터  산을 오르는 일은

남의 일 같았다.

평지 생태공원을 거니는 산책에

어쩌면 익숙해진 터다.

그런데, 갑작스레 황령산을 한번 오르자 한다.

다섯 살 많은 지인 형님은 전화에서 콜을 했다.

하여, 준비는 안되었지만

등산화하나 신고 물병하나 가방에 넣고

무작정 올랐다.

가을 늦은오후라 제법 쌀쌀할 법도한데,

경사지를 한걸음 두 걸음 오르다 보니

등에 땀이 흘러 옷이 젖고 가방까지 흥건히 적셔졌다.

호흡이 얼마나 거칠어지는지 헉헉거린다.

심장의 바운스가 계속  초고압으로 상승한다.

산길 계단하나 또 하나를 오르는 데 다리가 후들거린다.

그런데, 문득 위를 쳐다보니 경사길 나무계단이 아득하다.

순간, 잠시 나무에라도 기대어 숨을 몰아쉰다.

열 걸음 정도 앞서가던 형은 말한다.

"그냥 위는 보지 말고, 그냥 눈앞 한걸음에만 집중해~"

그렇게 단지 한 걸음씩만 그렇게 내디뎠다.

그러는 사이, 경사로는 다소 완만한 길로 바뀌었다.

전망이 내려다보이는 벤치 앉아 마시는 물 한 모금은

지난 걸음을 잊게 한다.

그리고 둘레길을 돌며 바람고개에 들러 시원한 산바람에 쉬어가기도 한다.


그냥 그랬다. 눈으로 등산은 아득하다. 발이 등산한다.

한걸음 또 한걸음, 하루 또 하루 그렇게 주어진 날에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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