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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드려서 글쓰기

by 밝둡

무서웠다. 어떻게 될지 몰라서는 문제가 아니었다.


빨리 움직이는 차 안에서 보이는 산이 무어라 말을 하려는 듯했지만, 듣지 못했다. 고개를 돌려 보면, 산의 뒤통수는 서운함이 가득 찬 듯 두껍고 뻣뻣했다.


슬펐지만, 그렇지 않은 척했다. 그리고, 웃었다. 슬픔의 고리에 걸려있는 것은 이제 찾지 못한다. 그래서 슬픈 건 아니었다. 그건 문제가 되지 못했다. 그래도 슬픔이 느껴지는 게 슬펐다. 그렇지 않으려고 그렇지 않은 척해본다. 슬픔이 위로를 하려, 깨끗한 공기를 한 모금 입에 처넣어준다.


헷갈린다. 며칠간의 시간이 앞뒤를 버무려 놓은 듯하다. 노을의 분홍빛이 한낮의 하품줄기를 타고 흐른다. 횡단보도 맞은편 할머니의 낮은 척추가 내 오줌줄기를 타고 파묻힌다. 선명함을 원했지만, 모든 질문들은 죽어서 미래가 되었다. 헷갈리고 답답하다.


오늘도 잠시동안 무서웠다. 별거 아닌 걸로 사라지는 나의 무서움이 처량하다. 무서움이 있던 자리에 고양이가 벌러덩 누웠다. 천정에 무엇이 사라지듯 깜빡인다. 다시 시간은 눌어붙었다.


차분하고 착한 마음을 담아서 한발 한발 걸어 본다.

무서운가, 슬픈가? 헷갈린 건가. 어제의 길을 걸으려는 건가.


배고프다. 배고픔이 몸을 타고 뱅글 돌아다닌다.


난 이제 쌀을 씻기 시작한다.

물을 먹은 쌀 한 톨 한 톨이 손가락 사이를 재미있게 타고 논다. 쌀은 곧 밥이 되겠지.


상관없는 배고픔이 이 밤에 꿈틀대고, 다시 사라진다.


정신없고, 준비 덜 된 밤인데,


방문 앞에 까먹지 않기 위해 놓여둔 가방이 기대어 있다.


아. 심심함인가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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