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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이 멍 때릴 때

by 밝둡

우리에게 특별한 것은 없었다. 당신들의 심장을 두드렸던 부드러운 키스는 매일 먹는 밥그릇에 무늬처럼 입술을 남겼다. 아침을 깨우던 어젯밤의 추억은 근육을 잃어가고, 오늘 저녁을 기다리던 퇴근길을 책임졌던 신발의 밑창은 얇아져 간다. 당신들이 믿었던 특별함은 죽었다.


길을 걷는다. 여름의 끈적임이 눌어붙은 찢긴 칠월의 달력조각이 마침 거리에서 뒹군다. 손을 흔든다. 흔든 손이 그린 길 위에서의 박자가 재미없게 반복된다. 길이 말을 걸고, 걷는 발이 무시했다. 흔들린 손이 커튼을 쳐 하루를 닫았다. 오늘의 특별함이 커튼 사이에서 잠깐 움직였다. 밤이 피곤한 얼굴로 잠에서 깼다.


살짝 열린 팔월의 문을 끝까지 제쳤다. 나는 문틈 사이에 오늘을 쑤셔 박아서 고정시켰다. 시간이 물렁거리며 지나간다. 떨리는 문이 낮잠처럼 하품을 했다.


작년에 버렸던 쓰레기를 주워 담았다. 이것은 일 년이 지난 후 오늘 나를 통해 쓰레기봉투에 담겼다. 이들에게 특별할 것은 없다. 당신들의 하루가 벽에 붙은 벌레처럼 어설프게 기어간다. 가까이에서나 보일 그런 하루가,

그런 식으로 흐른다. 쓰레기봉투가 사각거리는 소리를 낸다. 노을이 짙다.


생의 거의 모든 시간을 담았던 것이 보기 좋게 녹아든다. 별 다른 슬픔 없이 흙 안으로 사라졌다. 냉장고 같은 시원함이 폈다. 오늘도 별다른 특별한 것은 없다. 도망가지 못한 칠월의 달력조각이 담장아래에서 휴식을 취한다. 볼까? 저 노란 쓰레기 더미를.


뭔가 남았다고 믿었다. 어젯밤의 잠자기 전에.


사물이 부드럽게 뒤틀린다. 팔월의 공기도 뒤틀린다. 덥다.


별 다르지 않은 특별하지 않는 더위. 힘은 나지 않는 오후. 게으름.


꾸벅꾸벅 졸며 쓰는


정신병 같은 나의 말들.


중얼거리며 침을 쏟는 나의 입술의 모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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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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