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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의 Jun 30. 2021

좋은 팀장이 되려다보니

조직개편을 마주하는 초보 팀장의 고민

조직개편 얘기가 나오고 겨우 3일째다. '우리 팀원 중 누구 하나를 다른 부서에 보내야 될 수도 있다', 정도의 의견을 전해듣고 나름대로 고민하며 이번 주중에 팀원들의 의사를 들어보기로 했는데, 이틀이 채 지나지 않은 어제, 위에서는 누구를 보낼지 정했냐고 물으셨다. 뭐가 그리도 급하신지. 매사에 이런 식이다. 

사실 오래 고민한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빨리 정해져야 갈 사람은 빨리 가고, 남은 사람들은 다시 일에 몰입할 수 있다. 그건 알겠는데, 인사가 어디 그리 쉽나. 일의 경중을 따지고, 각자의 역할과 경력, 직급을 고려해서 가장 적합한 사람을 정해야 한다. 게다가 아무리 회사지만, 개인의 의사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스스로 가고 싶어서 자원하는 사람과, 등 떠밀려 가는 사람의 성과는 분명 차이가 있을테니 말이다. 최대한 개개인의 의견을 존중하고자 금요일까지 충분히 고민해보고 답을 달라고 해놨었는데, 수요일인 오늘 당장 결론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정말 머리가 아프다. 

이쯤에서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 뭐가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일까? 누굴 보낼지? 아니면 새로운 업무 분장? 팀의 혼란? 

1번 고민. 모두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의견을 물었는데, 고민이 무색하게도 너무 금방 결론이 나버린 데 대해 팀원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이 되었다. 처음부터 답은 정해져 있었는데, 형식상 고민해보라고 한 것처럼 비춰질까봐, 내 진심을 팀원들이 오해할까봐. 

근데, 그건 오해가 아니다. 처음부터 누가 갈지는 거의 정해져있었다. 7~8년차의 선임급이 가는 게 좋겠다는 건 처음부터 나온 얘기였다. 그래도 다른 팀원들에게도 기회를 줘야하고, 더 원하는 사람이 가는 게 맞다는 생각에, 반 형식적으로 물었던 것도 사실이다. 진심이었던 것도 맞고, 형식적이었던 것도 맞다. 그건 오해가 아니다. 걱정하는 대신 솔직하게 말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말해놓고 보니 별 거 아니네. 

2번 고민. 팀장으로서 첫 조직개편이다. '첫' 자가 붙으면 항상 두 가지 마음이 올라온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지, 라는 마음과, 처음인만큼 잘 하고 싶다는 마음. 아, 어쩌면 처음이니까 잘 해보려고 애쓰다가 결국 잘 안되면, 어떻게 처음부터 완벽하냐며 자기 위안을 삼았던 것도 같다. 이번에도 역시 그랬다. 첫 조직개편이니까 잘 해보고 싶었다. '조직개편을 잘 한다'라 함은? 가장 적합한 인원의 이동 또는 배치를 결정하고, 적재적소의 업무분장을 하고, 최대한 혼란 없이, 모든 이의 의견과 요청을 수렴하여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조직 구성을 빠른 시일 내에 세팅하는 것. 이 정도가 아닐까. 정말 완벽하다. 그래서 머리가 아팠다. 처음 마주하는 조직개편을 이토록 완벽하게 세팅하려고 했으니.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다'고 포기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지만, 목표를 좀 조정해야 할 것 같다. 처음이건 두 번 째건, 열 번 째건, 조직개편은 무조건 혼란을 동반한다. 루틴하게 하던 업무가 바뀌고, 늘 옆 자리에서 함께 웃고 떠들던 동료가 사라지는데 전혀 혼란스럽지 않은 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문제는 혼란의 정도다. 팀장의 스타일에 따라 혼란이 더욱 가중될수도, 금방 가라앉을 수도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회사가 이런 결정을 했으니 어쩌겠냐고 같이 한탄을 하거나, 회사가 가라는 대로 하는거지 무슨 불만이냐고 찍어 누르는 것 모두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일시적으로는 혼란이 정돈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속으로는 곪고 있을지도 모른다. 결정되기 전까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고 온갖 카더라가 난무하게끔 하는 것도 혼란을 가중시키는 일이다. 이동하는 사람이든 남은 사람이든 각자의 입장에서 크고 작은 감정의 요동이 있을텐데, 그 부분을 모른 척 하는 것도 옳지 않다. 팀장이 할 일은 최대한 이 상황을 명확하게 정리해주고, 회사의 방침이나 결정된 사안들을 신속하게 전달하고, 한명 한명의 감정에 공감하며 다독이는 것이다. 조직개편 자체는 팀장이 나서서 결정할 수 없다 하더라도, 회사의 입장과 직원의 입장 양 쪽의 가운데 서서 가장 최적점을 찾고, 서로를 이해시키는 역할은 팀장의 몫이다.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해야만 한다.

1번 고민, 2번 고민 모두, 자세히 들여다보니 전부 내 문제다. 잘 하고 싶어서, 좋은 팀장이 되고 싶어서였다. 정확하게는 팀원들이 좋은 팀장이라고 생각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고민이다. 

좋은 팀장이란 게 무얼까. 팀원들이 아무런 이동도 혼란도 없이 그저 자기 일에만 몰두할 수 있게 상황을 만드는 것? 글쎄, 아닌 것 같다. 그건 팀장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조직은 늘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회사는 목표와 전략에 따라 언제든지 새로운 의사결정을 내린다. 그렇다고 회사의 방침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지시하는 관리자의 역할 또한 좋은 리더십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팀장의 역할은 '헷갈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내게 기대하는 성과가 무엇인지, 우리 팀의 목표가 무엇인지, 더 나아가 조직개편과 같은 민족 대혼란 속에서도 내 위치와 할 일이 헷갈리지 않게 하는 게 내가 할 일이다. 


고민은 그만하고 우선 내 할 일을 하자. 팀원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그 다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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