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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의 Jul 09. 2021

메일 쓸 때 신경써야 할 것

기본이지만 놓치기 쉬운 것


메일을 쓰고있는데 갑자기 팀원이 뭘 봐달라며 들고왔다. 잠깐만 이것만 쓰고.. 하며 부랴부랴 적던 걸 마저 적고 전송을 누르고 팀원과 이야기를 한 후, 아까 보낸 메일을 다시 확인해봤다. 아뿔싸. 역시 그렇게 급하게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특별히 뭘 잘못 쓴건 아니었다. '내가 취합해서 하나로 만드는 보고자료를 각기 다른 양식으로 주면 내가 두번 세번 고쳐야 하니, 피차 번거롭지 않게 한 번에 양식에 맞춰달라. 여기 양식을 첨부한다.'는 내용은 정확하게 전달했다. 호칭도 정확히 썼고, 양식 파일도 맞게 첨부했다. 마지막에 '감사합니다'도 붙였다. 문제는 뉘앙스였다. 용건만 간단히 후다닥 전달한 메일에는 그냥 슥 읽어봐도 정없음이 뚝뚝 묻어났다. 제발 날 귀찮게 하지 말아달라는 요청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내용상 틀렸거나 어려운 일은 아니니 모두가 해주긴 할 것이다. 하지만 기쁜 마음으로 해줄지는 모르겠다. 아니, 사실 안다. 절대 기쁘게 해주지 않을 거라는 걸. 나부터가 이런 메일을 받으면 기분이 안 좋다. 내가 뭐 잘못했나 싶고, 안 그래도 바쁜데 귀찮게 뭘 해달라고 하니 성가시다. 그래서 대부분 당장 급한 일이 아니면 잊어버린다. 물론 일로써 날아온 요청이나 지시를 잊어버리고 하지 않는건 문제지만, 그건 기억에 남지 않게 메일을 쓴 사람의 책임이기도 하다.


회사에서 업무상 보내는 메일에 정겨움이 물씬 묻어날 필요까지는 없다. 하지만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그렇게 대단한 요청도 아닌 일에 너무 정색하고 말았다. 사실 맨날 부대끼며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라 딱딱한 공식 메일로 던질 필요도 없었다. 메신저로 캐주얼하게 전달했거나, '좀 도와주세요^^;' 라고 했으면 훨씬 요청상황이 부드러워졌을 것이다. 최소한 '부탁드립니다' 정도의 멘트만 넣었어도.


과하지 않은 미사여구는 드레싱 같은 역할을 한다. 드레싱은 아주 적은 양이라도 음식의 맛을 확 바꿔버린다. '바쁘시겠지만, 번거로우시겠지만, 부탁드릴게요,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같은 말이 바로 그렇다. 이런 미사여구를 적절히 붙이려면 약간 공을 들여야 한다. 정성껏 써야 한다는 뜻이다. 최소한 다시 읽어보고 읽는 사람 입장에서 다듬는 시간이 필요하다. 똑같은 요청이라도, 이런 드레싱을 곁들인 부탁과 그냥 '이러이러한 이유로 해주시길 바랍니다'와는 천지차이다. 메일은 혼잣말이 아닌 소통이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억하게 하고, 행동을 하게끔 설득하는 글이다. 대충 할말만 적어서는 목적을 이루기가 어렵다. 감동적인 기승전결까지는 필요없더라도, 최소한의 예의 + 약간의 드레싱은 필수다.


명색이 회사에서 '소통'을 담당한다는 기업문화팀장이, 이렇게 드라이하고 차가운 메일을 보내고 나니 마음이 영 찜찜하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정작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을수도, 벌써 잊었을수도 있지만 말이다.


메일을 보낼 때 집중해서 정성을 다해 쓸 것,

최소한 한 번은 다시 읽어보고 보낼 것,

누가 방해하면 나중에 쓰던지, 좀 이따 보자고 할 것.


별 거 아니지만 좀 더 신경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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