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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의 Oct 07. 2021

직원의 행복

돈보다 직원의 행복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

회사에 몸 담고 있는 한 명 한 명의 직원들이 회사의 문화를 직접 만들어가고 스스로 바꿔간다는 건, 어쩌면 조직문화개론에나 나올법 한 이상적인 얘기처럼 들린다. 아니 어쩌면, 요즘 숱하게 태어나고 있는 스타트업들에서나 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하나의 운명공동체로 탄탄하게 묶여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게 스타트업이니까.

직원 수가 수천명에 달하고, 매출 규모가 조 단위를 넘어가면서부터 리더는 각각 저마다의 방향을 바라보고 서 있는 직원들을 한꺼번에 움직이는 버거움을 경험한다. 창업 당시 외쳤던 회사의 비전과 꿈에 별 다른 관심이 없는, 자기가 들인 노력 대비 보상이 충분치 않으면 호시탐탐 다른 곳으로 떠날 궁리를 하는 직원들을 어떻게 하면 같은 곳을 바라보게 만들 수 있을까?

나는 오너도 아니고 대표이사도 아니지만, 신입 시절부터 몸 담았던 친정같은 회사에서 기업문화팀의 팀장을 맡으면서, 도대체 이 회사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뜯어고칠 수 있을까, 고칠 수 있기는 한 걸까를 고민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해야 하니까 하는 많은 일들 ㅡ 사내 커뮤니케이션, 캠페인, 이벤트 ㅡ 은 실제적으로 '기업문화'의 주축인 내부 직원들과는 동떨어져 있고, 정작 직원들이 목소리를 내어 개선해달라고 외치는 것들에 경영진은 별 관심이 없다. 그러면서 회사의 미래는 여러분에게 달렸다고 구호처럼 외친들, 이미 자신들에게 관심이 없음을 안 직원들은 코웃음만 칠 뿐이다. 이 암울한 상황 속에서 그래도 뭔가, 내가 할 수 있는게 있으리라 희망을 가진 채 이 책 저 책 뒤져보다가, 방구석에 처박혀있던 '배민다움'을 꺼냈다.

배달의 민족 서비스를 하는 '우아한 형제들'은 아직까지 스타트업에 속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이라는 말이 무색할만큼 이미 대중의 삶에 깊이 관여하고 있으며, 배달 앱 비즈니스의 성공을 넘어 '배민'이라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조심스럽게 예측해보자면, 사업이 확장됨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우아한 형제들이 만들어가는 문화는 쉽게 망하지 않을 것 같다. 행복에 집중하는 기업, 행복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기업이 김봉진 대표의 주된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배달의 민족을 보면, '사람'에게 집중하고 '문화'를 만드는 것에 있어서 사업의 영역이 무엇인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듯 하다. 배달 서비스의 편의를 제공하는 앱이라고 해서 그 앱을 쓰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들이 모두 즐거워야 할 필요는 사실 없지만, 김봉진 대표는 그걸 실현했다. 배달 서비스를 통한 즐거움은 한정적이지만, '배민'이 만들어 낸 문화 컨텐츠를 통한 즐거움은 무한대에 가깝다. 그 포인트를 고민하는 기업이 많지 않았기에, 동종업계를 넘어 많은 기업들 속에서 독보적으로 '배민'은 우리 머릿속에 뭔가 유쾌하고 웃긴, 그래서 매력적인 기업으로 각인되지 않았나 싶다.

[배민다움]은 홍성태 교수가 김봉진 대표를 직접 만나 인터뷰하며 어떻게 '배민다운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었는지에 대해 기술한 책이다.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로 성공적인 브랜딩을 했다는 마케팅적인 교훈이 앞단에 나와있고, 뒷부분은 그러한 브랜딩을 가능하게 한, 내부 사람들에 대한 브랜딩 과정이 소개되어 있다. 당연히 내 관심사는 뒤쪽이다.


(뒤쪽이란,

5장. 아이덴티티 : 어떻게 배민스러움을 쌓아갈 것인가

6장. 조직의 분위기 : 룰이 있는 창의 기업을 만들어볼까)

이미 너무도 유명한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11가지 방법'을 비롯하여, 사무실 내부 디자인, 회의 문화, 간식자판기와 같은 다양한 사례가 나온다. 이를 요약하자면, 우아한 형제들이 만드는 '즐거운 문화'의 중심에는 '즐겁게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즐거운 이유는,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한명 한명이 주체가 되어 회사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될 수 있는 바탕은 김봉진 대표가 직접 고민하고, 직접 실천한다.

여기서 다시, 한숨과 함께 이런 생각이 든다.

'스타트업이니까 가능하지, 우리 회사 규모에서는 턱도 없는거 아닌가?'

물론 회사의 창업자가 강력한 의지로 '행복한 직원들'을 위해 힘쓰는 회사에 비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처음부터 그걸 목표로 하고 있는 회사와, 그저 매출과 이익을 위해 직원들을 뽑아먹는 게 익숙한 회사가 어떻게 같아질 수 있겠는가. 어줍잖게 자판기 정도는 따라할 수 있겠지만, 그걸 '직원들의 행복'라고 정의할 수는 없는 일이다.

또 한편으로는 회사가 굳이 직원들의 '행복'까지 챙겨야 하는가 의문도 든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의 기업문화를 소개한 [파워풀]에서 뼈를 때리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


회사는 직원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직원들이 행복한 이유가 최고의 사람들과 훌륭한 일을 하기 때문일 때 직원과 회사 모두에게 가장 이상적이다. 직장에서의 진정한, 그리고 지속 가능한 행복은 재능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자신이 그토록 열심히 만든 제품을 고객들이 사랑한다는 사실을 아는 데서 나온다. 
[파워풀] 패티 맥코드


결국은 회사는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하는 조직이다. 그러려면 각각의 업무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 최선을 다해 성과를 만들어내주어야만 한다. 여기에 인간 심리에 대한 얄팍한 고찰이 필요한데, 사람은 '자발적으로' 움직일 때,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아한 형제들의 김봉진 대표가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하도록 하기 위해 힘쓰는 것은, 그래야 그들이 자발적으로 배민의 성장을 위해 힘쓸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돈을 주고 열심히 일하게 한다면, 그들은 더 많은 돈을 주는 곳으로 언제든 떠날 수 있다. 회사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라고 하는 비전내림도 요즘 세상에서는 의미가 없다. 직원들은 각자 자기의 삶을 위해 일한다. 그래서 회사는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자율적으로, 스스로가 원해서 열심히 일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걸 고민한 회사들은 좋은 기업문화로,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이직률이 낮고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며, 고객들에게까지 꾸준히 오랫동안 사랑받는다. 그게 궁극적으로 회사의 성과이며,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가 아닌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헷갈릴 이유가 없다. 직원의 행복이 당연히 우선이다. 


회사의 기업문화가 기업이 만드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녹아 나오면, 세상을 리드하는 진정한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브랜딩의 마지막 단계는 고객들이 스스로 그 문화에 참여하고 젖어들게 하는 것이다
[배민다움] 홍성태


직원들이 얼마만큼 행복해야 자발적으로 최선을 다할지 정해진 수치는 없겠지만, 최소한 경영진이 그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갖느냐 갖지 않느냐에 따라 회사의 '문화'가 결정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문화는 궁극적으로 우리를 먹여살리는 고객에게까지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걸 부인하고 외부 고객에게는 최선의 서비스를 다하면서 내부 직원들을 착취(?)하는 이중적인 기업은 결코 오래 갈 수 없다. 결국 문화라는 건 끊임없이 움직이고 안팎으로 흐를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잘은 모르겠다. 직원들의 행복에 별로 관심이 없는 회사에서 내가 과연 조금이나마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지. 일개 팀장인 내가 어떻게 직원들의 행복과 자발성을 최우선으로 여기게끔 할 수 있을지. 어쩌면 그것 조차도 자발적으로 내가 해내야 하는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으레 그래왔듯 경영진이 알아서 하겠지, 또는 경영진이 안 하는데 어떻게 하냐며 불만만 토로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어렵지만 나부터, 우리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첫번째 스텝을 고민하며, 자발적으로 즐겁게 일하는 한 명의 직원으로 거듭나는 것부터 시작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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