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정도면 거기서 거기랬냐
십 몇년 전에 독일이냐 캐나다냐 고민하다가 독일 왔다고 했더니 독일이나 캐나다쯤 되면 거기서 거기라고 했던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와보니까 하나도 안 거기서 거기인데... 10년 전엔 비벼볼만한 게 있었나...
그래서 할일 하기 싫어서 간략하게 쓰는 독 캐 차이.
참고로 독일은 오스나브뤽이라는 인구 17만 도시에 한 5년 살았고 캐나다는 지금 인구 한 50만 되나...? 온타리오 워털루에 10개월째 짱박혀 있음. 나는 왜 여기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만 운명이 나를 이끌었는지 소도시쟁이가 되어버림
코로나 이후에 변한 것도 많으니 시기 차이가 좀 나서 1:1 비교는 힘들겠지만...
1. 인종 구성
독일은 백인이 압도적으로 많고, 캐나다는 이민 국가라서 확실히 인종 구성이 다양함. 독일에서는 처음엔 "와 나만 아시안이야" 하다가 나중에는 그게 너무 일반적인 상황이라서 일일히 이상하게 느낄 새도 없어서 "헛, 나 말고도 아시안 있다" 이런 느낌으로 살았는데 캐나다는 그럴 일 없음. 어딜 가도 다인종이 너무 당연해서 매번 그렇게 생각하면 대단히 촌스러운듯.
독일은 소도시 가면 사람들이 개 쳐다보는데 캐나다는 다들 별 생각이 없다... 여기 캐나다 동네에는 중국어로 된 광고도 진짜 개 많이 걸려있음
2. 사과
캐나다 쏘리 땡큐 개 많이함. 전에 캐나다에서 비행기 갈아타고 미국 들어간 적 있는데, 공항 직원이 줄 선 사람들 뭔 QR코드 체크하는데 앞 사람을 다시 체크하려고 하니까 "내꺼 이미 했어" "아 쏘리" 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음. 독일어에도 "Es tut mir leid 에스 툿 미어 라이트"라는 말이 존재하는 하는데, 들을 일은 없으므로 잊어버려도 좋다. 독일 5년 살면서 두 번 들어봤는데, 한 번은 은행 직원의 "어쩔 수 없어!" 라는 제스처와 함께였고, 다른 한 번은 헬스장에서 성별 호칭Anrede 틀려서 그거 얘기했을 때였음. 독일 치곤 좀 비싼 헬스장이었는데 (월 3만원 헬스장이 즐비한데 거긴 월 10만원에 수영 포함이었음) 친구가 고급 헬스장은 사과라는 걸 하는구나?! 라고 말했다. 캐나다는 내가 실수로 부딪혀도 상대가 쏘리 하는듯...
3. 화장실
독일 시내 중심의 공공 화장실은 불이 파란색인 경우가 많은데, 마약 정맥주사 여기서 하지 말라고 혈관 못 찾게 파란색이라고 그랬다... 캐나다는 불 파란색인 경우도 못 봤고, 당뇨 환자가 많아서 오히려 사용한 주사기 버리는 통이 비치되어 있는듯. (이 용도겠지? 잘 모르겠지만 주사기가 버려진 통이 다들 따로 있다...)
4. 할말
독일은 모든 사람들이 룰을 따르는 느낌이면 캐나다는 룰은 거의 없고 그냥 지 맘대로 살아가는 느낌이다. 결과물이 지 마음대로인 건 비슷한데, 독일은 어떤 관청공무원이 규칙을 따르는데 그 규칙을 지가 모르거나 잘못 해석해서 지 맘대로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이쪽에서 규정을 전부 형광펜 칠해가서 보여주면 그 본인이 알고 있던 룰이 수정이 되면서 결과도 수정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이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독일어 능력이 필요하다" 라고 했을 때 이 기본적인 독일어 능력을 A2~B1으로 담당 공무원이 해석하는 경우도 있는데, A1이면 된다 라는 입증 자료를 찾아가면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캐나다는 그런 규칙 기반 공무원 재량은 아니고 그냥 지맘대로인 것 같다. 행정으로 얼큰하게 얽혀본 바가 아직 적어서 잘 모르겠다. 근데 처음에 입국할 때, 공항에서 사진을 찍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기계가 안 찍길래, 안경 벗어야 하나? 라고 생각해서 얼굴에 손 올리는 순간에 사진이 찍혔다. 그래서 얼굴이 하나도 안 나오는 사진이 나왔는데, 공항 직원들한테 전부 보여주면서 이거 어떡하냐 했더니 다들 괜찮다 그랬다. 좀 이상한 나라다. 여기는 출국심사도 안 하더라. 정말 이상한 동네야.
5. 언어
독일 개 싹바가지라 교환학생 시절 관청에 전화해서 비자 픽업하는 테어민 잡으려고 더듬더듬 독일어 했더니, 독일어 하는 사람 불러오라고 하고 내 전화 끊어버렸는데 영어를 못해보진 않아서 잘 모르겠다. 그런데 캐나다는 기본적인 계약서라던가 관공서 문서는 세계 각국 언어로 번역해서 제공하는 것 같다. 온타리오 기본 임대차 문서도 최소 한 30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있는 것 같았다. 적어도 싹바가지처럼 끊지는 않겠지.
6. 물가
독일은 '없으면 죽는 건 다 엄청 싼데, 없어도 안 죽는 건 죄다 엄청 비싸다' 라고 내가 맨날 그랬었는데. 독일에서는 슈퍼에서 가격표 본 적이 없다. 보통 백팩 하나 들고 가면, 혼자서 지고 올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20유로 (3만원?) 을 넘길 수가 없다. 그거 넘기면 뭐 샀는지 좀 뒤져봐야 함. 캐나다는 뭐 사면 100불 10만원 넘는다. 독일은 사과 1키로에 1.99유로 (3천원?) 이었는데 연중 내내, 여기는 1lb(450g?)에 3.99 4.99달러씩 함. (1키로에 8~9천원?) 독일도 코로나 이후엔 많이 올랐대서 솔직히 지금 물가는 모르겠긴 한데, 식비 한달에 100~200유로로 사는 것도 같은 음식을 계속 퍼먹을 용기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했는데 캐나다는 솔직히 그건 불가능한듯. 물가 상승 감안해도 애초에 엄청 비싸서, 슈퍼 물가도 한국보다는 좀 싼가...? 싶은 수준 같다.
독일은 Mehrwechssteuer... 이게 뭘까? 소비세? 여하튼 18%인가 19%인가 엄청 비싼 편인데도 드럭스토어나 슈퍼에서 물건 사면서 비싸단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캐나다는 애초에 비싼데 거기다가 계산때는 세금 13%? 주마다 다른데 추가로 붙이니까 정신 나간 것 같다.
7. 컨텐츠
독일은 일단 소도시라도 도시별로 문화생활공간 (콘서트장) 등이 하나씩은 있고, 생활체육도 잘 되어있고, Verein이라고 하는 취미 협회도 개 많은 느낌인데, 캐나다는 전부 다 진짜 개 근본이 없고 각자도생 + 커뮤니티 기반 느낌이다. 이방인을 반기긴 하는데 여기도 좀 정착하는데 시간이 걸리긴 하는 느낌? 독일의 도시라고 하면 어느정도 규모가 되면 일단 기차역이 반드시 있고 (인구 1만 이런 개 시골엔 없을수도 있지만) 대중교통으로 어디로든 갈 수 있고 그 지역의 문화컨텐츠도 반드시 있는, 도시의 구성이 예측 가능한 느낌인데 캐나다는 자차 있어야 하고 진짜 개 노근본임. 그리고 캐나다 컨텐츠는 뭘 하더라도 자연인듯. 어딜 놀러가면 전부 자연있고 호수있고 카약 타고 무한 반복 도파민 중독자 인간이 살아갈 곳은 못 되는것 같다. 독일은 여행 갈 데 많은데 여기는 갈 데도 없다. 캐나다 국내 여행도 비행기 표만 수십만원씩 하고... 컨텐츠가 졸라 없으니까 그냥 같이 노는 인간이 컨텐츠인 것 같음. 그래서 개 인싸나라 되는듯. 능력있는 아싸는 동아시아가 제일 살기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계속 함.
8. 도시 구성
아니 내가 여태 20개국 120개도시정도 다녀봤는데 캐나다처럼 이렇게 근본 없는 동네는 처음 봤다. 그 도시는 이런 느낌이지 라는 느낌의 구조를 다 깨부심. 예를 들면 이정도 모퉁이에는 수퍼가 하나 있고, 이정도 거리면 레스토랑이 하나 있고, 이런 느낌의 도시의 도식이라는 게 보통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비슷비슷하단 말임? 개깡촌에 가면 좀 달라지겠지만? 그런데 여기는 다들 차로 돌아다녀서, 이런 도식을 다 깨부심. 차 타고 어디 나가면 거기에 지구상 모든 편의시설이 다 모여있고, 거기에서 다른 편의시설까지 가려면 또 차로 이동해야 하고 이런 노근본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도시도 깡촌같은 노근본임. 근데 또 모여있는 쇼핑몰은 그럴싸함. 독일은 웬만한 생활권이다 하면 슈퍼가 걸어서 5~10분 거리에는 대체로 있단 말임. 거기서 벗어나기 제법 힘듦. 근데 캐나다는 쥐콩만한 도시에 슈퍼가 개 멂. 대신 어딜 가도 주차하긴 좋은듯
9. 학비...
이건 독일이 압승... 캐나다 사는 지인이 학비 얘기 듣고 캐나다는 세금 어디다 쓰는지 얘기했는데 내 생각에 캐나다는 세금을 잔디깎고 눈 치우는데 대부분 다 쓰는 것 같다. 독일은 몇몇 주가 외국인 등록금을 도입하긴 했지만, 나 살던 시절만 해도 내, 외국인 상관없이 학비가 무료였음. 난 한 학기에 400유로 안되게 내고 다녔다. 여기서 200유로 가량은 행정비용이고, 200유로는 6학기동안의 교통비임. (도시 내 교통 + 주 내 로컬 트레인이 전부 무료) 캐나다는 외국인 등록금은 학기당 천만원도 하는 것 같고, 내국인 혹은 영주권자도 안 찾아봐서 모르긴 하는데 학기당 수백만원씩 내고 다니는듯. 그리고 캐나다는 신기한 게 학교 내에 상업시설들이 엄청 들어와 있다. 서브웨이같은 브랜드들이 엄청 입점해있음. 자본주의 냄새 엄청 남. 학교 자체가 상업시설인 느낌이다. 독일에서 다니던 학교는 자체적으로 운영했고, 학식 가격도 1~2유로대로 3유로 (4500원?)을 넘기지 않았는데. 대신 매 수요일 저녁마다 커리부어스트(소시지+감자튀김+소스)만 나와서 커리부어스트엔 질려버렸지만...
10. 복지
캐나다... 특이점: 살아만 있어도 나오는 연금이 있다고 함. 10년 일해야 받는 연금이랑, 걍 살아만 있어도 나오는 연금이 있다고 함. 챗쥐가 말해준 거라서 정확히 찾아보진 않았지만... 독일은 5년 연금 부으면 연금 일단 수급 자격이 되는데 한국 연금이랑 기간 합산해서 받을 수 있음. 캐나다는 기간 합산이 안 된다고 함.
그리고 독일은 최고 빈곤층이 되어도 국가에서 주택 보조 등을 해줘서, 독일 애들이 종종 '노숙자는 주는 집 버리고 나와있는 거다 자기들 선택이다' 라고 하는데 캐나다는 쉘터가 있는데 밤에만 재워주고 낮에는 나가야 하고? 뭐 제한이 있다고 함. 일하기는 일단 휴가 일수부터 독일 압승임. 독일은 보통 휴가 30일+병가 1년에 6주까지 월급 100% 수급 가능한데, 캐나다는 법으로 정해진 바는 적은 것 같고 보통 휴가 15일에 병가 한 5일정도 회사가 복지 차원으로 챙겨주는듯. 독일에 비해서 아픈데 나오는 사람 정말 많았다 (한국에 비하면 적지만). 독일은 감기만 걸려도 2주씩 병가 쓰는 경우가 많고, 회사에서 아파하면 다들 내적 쌍욕을 갈기기 때문에 개 눈치 보이는데...
11. 의료
크게 혜택을 못 받아봐서 잘 모르겠지만, 독일은 일 하면 공보험으로 대부분 커버되는데(보험비를 공제해 감) 캐나다는 백수라도 일단 기본 의료는 커버되는 게 차이인듯. 근데 독일이 의료 측면에선 캐나다보다 낫댔다. 그렇게 모든 자들이 쌍욕을 해댄 것이 독일 의료였는데 캐나다 대체 얼마나 구린거지?
12. 인간좋아
독일 인간 개 싫어하는데 캐나다 인간 개 좋아함. 예를 들면 광고를 보면 독일->데오드란트 광고면 겨드랑이 나옴. 인간 얼굴이 아니라. 캐나다는 인간이 개 해맑게 웃으면서 데오 들고있는 광고 나옴. 한국도 인간 개 좋아하는데, 한국은 완벽하고 아름다운 인간을 좋아하는 거면 캐나다는 진짜 아무 인간. 을 좋아함. 진짜 옆집사람이 지 폰으로 찍은것같은 광고가 개많음. 가끔 유튜브 광고에 제정신 아닌 개 우울한st의 광고도 많이 나오는데 (막 개 축 처지는 음악 나오면서, 개 우울한 인간이 개 우울하게 생일 초같은거 불면서 '넌 그냥 넘버가 아니라 인간이야' 이딴 은행광고 계속 나옴) 여기 인간들도 별로 제정신은 아닌 것 같음. 회피형+우울이 국가기조로 슬쩍 깔려있는 것 같음.
13. 기타
캐나다 인간들 진짜 개 시끄러움... 개들도 매너없이 길가다가 짖고 (독일 개는 짖는 걸 본 적이 없음... 개 세금 내는 국가라 세금 내니까 의젓해졌나?), 엄청나게 큰 음악 틀고 지나가는 사람도 많고, 인간들 자체가 굉장히 시끄러움... 진짜 소리 둔감화 훈련이 나한테 필요함. 이렇게까지 살면서 깜짝깜짝 많이 놀라게 되는 국가는 여기가 처음임 정말 모든 것들이 다 너무 시끄럽다. 독일에서 외치는 Ruhezeit!!! (22시~7시정도로 조용히 해야 하는 시간) 이런 거 없는 것 같음. 그리고 독일은 전화를 아무도 안 해서 한 2년에 한 통씩 도이체방크에서 재무상담 받으라고 뜬금없이 전화하는 게 다였는데, 캐나다는 스팸전화가 하루에도 다섯통씩 오고 중요한 거 싹 다 전화로 처리함. 독일은 강아지 데리고 어디든 갈 수 있는데 캐나다는 의외로 독일보다 소형견이 정말 많고 (독일은 거의 대부분 대형견이었고 소형견을 거의 못봄), 강아지가 못 들어가는 실내도 정말정말 많다. 한국에 비하면 둘 다 느긋하긴 한데, 둘을 비교하면 캐나다가 압도적으로 사회적 안전장치가 부족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 같음.
아 한국도 기준에 넣어야지 확실한 비교가 될텐데 한국을 빼부리니까 알 수 없는 글이 되었을지도. 한국도 넣어서 쓸 걸 그랬다. 시간 나면 다음 글을 쓰든, 이 글을 수정하든 한국도 넣어볼게.
한줄 요약: 아시안으로 맘편한건 캐나단데, 직장인은 독일 압압압압압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