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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섶 Sep 08. 2021

슈퍼밴드2 제이유나팀의 현악사중주

- 제이유나, 김진산, 장하은, 정민혁


슈퍼밴드2 제이유나팀(제이유나, 김진산, 장하은, 정민혁)의 현악사중주

-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




슈퍼밴드2 제이유나팀의 제이유나, 김진산, 장하은, 정민혁이 기타 네 대만 가지고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런 무대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요. 주력 악기가 일렉 기타가 아닌 통기타였다는 것이 더욱 놀랍습니다.


모두가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무대를 꾸미려고 할 때, 제이유나팀은 그 반대의 길을 갔습니다. 그것이 오히려 더욱 강력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편안한 포커 페이스를 구사할 줄 아는 실력자만이 갈 수 있는 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모두가 포르테와 포르테시모를 구사할 때 피아노와 피아니시모를 구사하는 발상은 그 자체로 신선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오직 실력이 있는 사람만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무대들을 정확하게 꿰뚫어 볼 수 있는 사람만이 올릴 수 있는 무대였습니다.


포르테를 중심으로 해서 그 이상으로 음악을 꾸리는 것은 쉽고도 안정적인 선택지입니다. 그러나 포르테를 중심으로 해서 그 아래로 음악을 꾸리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자칫 이도 저도 아닌 음악, 아무 색채도 없는 노래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제이유나팀이 그런 방법을 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음악에 대한 자신감이 컸다는 증거가 되겠네요. 동시에, 네 사람이 함께 만들어내는 서로의 음악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로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시도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더군다나 네 사람이 가진 악기는 전부다 기타였습니다. 각기 악기가 다르면 쉽고 편하게 갈 수 있습니다. 평균 이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네 사람이 전부 같은 기타를 들고 연주를 했습니다. 네 사람이 그렇게 모였고 그렇게 네 사람이 연주한 것입니다.


쉽게 비유해서 말하자면, 제이유나팀이 무대에 올린 '에브리바디 원츠 투 룰 더 월드'(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는 기타 네 대로 연주한 현악사중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클래식에서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의 바이올린 두 대, 그리고 비올라와 첼로 넷이서 함께 연주하는 현악사중주가 기타 네 대를 통해서 대중음악 무대에 올려진 것입니다.


대중예술이 구가하고 향유할 수 있는 최고의 예술성을 보여준 무대였다고 하면 될까요. 지금까지 이런 무대를 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앞으로도 이런 무대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특별한 무대였으니까요. 이런 말을 하면서도 그 이상의 표현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그만큼 대단한 무대였다고 하겠습니다.


기타로 연주하는 대중음악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도 한 무대가 한 번으로 사라진다는 것이 너무 아쉽고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이유나팀의 이 무대 하나만 본 것으로도 대중음악에서 일생일대의 특별한 무대를 보았다는 자부심을 가질만하기에 충분한 무대였다고 부언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과장법 일색의 문장이 이어지는 것 자체가 제이유나팀의 '기타 현악사중주' 효과라고 하겠는데요. 평범함 속의 비범함, 단순함 속의 특별함, 조용함 속의 놀라움으로 단단하게 그러나 유연하게 꾸며진 무대라고 하겠습니다.


현악사중주라는 클래식 용어를 이야기한 김에 클래식 이야기를 하나 더 해보겠습니다. 클래식 음악 연주나 감상에서 그중 제일 아름다운 꽃을 꼽을 때 교향곡 같은 웅장한 곡을 말하지 않습니다. 실내악 분야에서 현악사중주를 최고로 칩니다. 최고라는 말이 이상하거나 어색하게 느껴진다면 음악 감상의 마지막이나 최종 관문이라고 해도 됩니다.


이 말은 곧, 제이유나팀이 기타 네 대로 해낸 현악사중주가 그렇다는 말입니다. 모든 것을 섭렵한 뮤지션만이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요, 모든 것을 할 줄 아는 음악인의 눈에만 보이는 무대라는 것입니다.


슈퍼밴드2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에도 감히 이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슈퍼밴드2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무대를 꼽으라면 제이유나팀의 '에브리바디 원츠 투 룰 더 월드'(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라구요.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무대, 오래도록 회자될 무대를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이런 팀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까요. 그 답은 제이유나팀의 네 사람 마음속에 있겠네요. 그 마음의 소리를 다시 들을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음악으로 이미 대중 앞에 나섰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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