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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섶 Sep 23. 2021

너도바람꽃(김정수 시), 사노라면(클라리넷 배경음악)

추석 명절을 앞두고 고향과 어머니에 관한 짧은 시 한 편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만들었는데요. 이런 시도가 처음이었는지라 어떤 반응이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좀 어색하지 않을까 싶어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서 명절 연휴 내내 즐거움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명절 연휴 동안에 사소하지만 불편한 일이 있었네요. 아마도 연로하신 부모님이나 몸이 불편하신 부모님이 계신 자녀들이라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인데요. 처가에서 그런 일로 대화를 나누다가 제가 언성을 높이고 말았습니다.      


그 후로 그리고 지금까지 제 안에 스스로 화농처럼 내상이 시작되어 진행되고 있는데요. 부드럽게 말해도 되는 일이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제 자신이 싫다 못해 밉기까지 했고, 이 나이 먹도록 이 정도밖에 되지 못했나 싶어서 물거품과 같은 허망함이 마음속에서 내내 여울처럼 일었습니다.     


그래서 시 한 편을 찾아 읽었습니다. 상처에 관한 시, 김정수 시인의 ‘너도바람꽃’입니다.     


너도바람꽃

김정수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자꾸 덧나는 건

누군가

그 안을 오래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건드리지 않아도 아프다     


그리고 제가 아는 최영희 선생님이 사진을 아주 잘 찍으면서 출사도 다니고 하셔서 그분께 부탁해 멋진 너도바람꽃 사진도 받았습니다. 너도바람꽃 사진을 많이 받았지만 시에 방해될 지도 몰라서 가장 심플하면서도 근사한 사진 한 장만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꽃샘추위 때 눈이 내려서 그때 찍은 너도바람꽃이 아주 근사해보입니다.     


그리고 클라리넷으로 녹음해 놓은 노래 ‘사노라면’을 배경음악으로 깔았습니다. ‘쩨쩨하게 굴지 말고’라는 가사가 눈에 먼저 들어와 가슴속에 가라앉기 시작하는 날입니다.     


사노라면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

흐린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더냐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밑천인데

쩨쩨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https://youtu.be/5vr_VxPa1l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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