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종섶 Oct 08. 2021

슈퍼밴드2 결선 2차전, 더 픽스와 포코아포코의 색다름


슈퍼밴드2 결선 2차전, 더 픽스와 포코아포코의 색다름

     



슈퍼밴드2 결선에서 기대를 모았으나 기대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한 두 팀이 있습니다. 바로 더 픽스와 포코아코포입니다. 이 두 팀의 컬러는 나름 독특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지 못했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이며, 또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더 픽스라는 여성 4인조 밴드     


먼저 더 픽스에 대해 언급해보겠습니다. 여성 4인조 밴드라는 팀 컬러는 나름의 개성을 앞세우기에 충분했고 화제성도 다분했습니다. 그러나 그 동력을 끝까지 끌고 가기에는 뭔가 아쉬운 대목이 있는 것도 분명했습니다.     


그것을 팬텀싱어로 예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팬텀싱어가 1에서 3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남성들만을 상대로 했다는 것이 그 증명이 되겠습니다. 시청률과 성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남성을 상대로 한 팬텀싱어 전략은, 그것을 뒤집어 말하면 여성을 상대로 4중창 팬텀싱어를 꾸리기에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말로 뒤집어 설명할 수가 있습니다.      


이것은 사회의 분위기요 시청자들의 분위기이기 때문에 그것을 타박할 수가 없고 그것을 바꿀 수도 없습니다. 방송이란 이미 형성된 현재라는 현실을 딛고 그 위에 꽃을 피우는 것이지, 그 현재나 현실을 바꾸는 매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더 픽스라는 여성 4인조 밴드의 결성과 경쟁은 처음부터 어느 정도의 한계를 안고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만일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서도 여성 4인조 밴드를 진행시켰다면 그것은 특별한 용기요, 격려를 받아 마땅한 도전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한 그런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이제부터 시작인 그 길을 단단한 걸음으로 걸어가면 됩니다. 이미 시작했으니 그 길을 멀리 내다보면서 가다 보면 그 걸어간 만큼, 그 쌓아간 만큼 인정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면서 여성 4인조 밴드가 지녀야 할 정체성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기존의 밴드와 다른 밴드, 기존의 음악과 다른 음악, 기존의 지향점과 다른 지향점을 찾고 또 찾으면서 가다 보면 밴드의 역사에서 한 페이지를 장식할 족적을 뚜렷하게 남기지 않을까 합니다.     



동화를 쓰기 시작한 포코아포코     


포코아포코는 슈퍼밴드2 결선 1차전과 2차전을 치르면서 그 명암이 가장 극명하게 갈린 팀이라고 하겠습니다. 결선에 오르기까지 성과도 뚜렷하게 있어서 기대를 받기에 충분한 팀으로 이미 그 위상이 정립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결선이라는 뚜껑을 열어보니 그동안의 예상과는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었을까요.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허무한 결과라서 혹시 잠시 꿈을 꾼 게 아닐까 하는 진한 아쉬움을 느낄 법도 했습니다.      


포코아포코가 이렇게 된 이유는 포코아포코라는 팀 자체나 그 팀이 연주하고 부르는 노래에 있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분위기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업다운의 과정 속에서 이제 상승하는 무대만을 남겨 놓았기에 그 무대에는 애초부터 포코아포코가 맞이 않았다는 것으로 이유를 삼을 수 있고 동시에 편안한 위로를 얻을 수 있습니다.     


포코아포코는 널리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을 지닌 팀입니다. 포코아포코는 롱런할 수 있는 컬러를 지닌 팀입니다. 포코아포코는 노래 다운 노래를 할 수 있는 팀입니다. 이것을 명확하게 인지한 상태에서 노래라는 본질을 추구해나간다면 꼭 있어야 할 밴드로 분명 남게 될 것입니다.     


큰 성공을 바라기보다 큰 팬덤을 확보하기보다 자신들만의 음악적 색채를 구현하기 위해 노래를 해나간다면 대중은 포코아포코에게 아낌없는 성원을 보낼 것입니다. 설령 그 길이 더디고 느리게 진행된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어쩌면 포코아포코의 생태적 숙명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그 길을 뮤지션답게 멋지게 걸어가면서 이미 형성된 음악과 노래의 색채로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간다면 그보다 더 아름다운 밴드가 어디 있겠습니다. 동화를 쓰는 밴드, 동화 속 주인공이 되는 밴드, 사람들에게 동화 같은 서정을 들려주는 밴드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이제 느껴보고 싶습니다.   

  


더 픽스와 포코아포코를 응원함     


슈퍼밴드2 결선 1차전과 2차전을 치르는 동안 자신만의 컬러로 경쟁했던 더 픽스와 포코아포코는 당분간 마음의 비를 맞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비가 내린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처럼 포코아포코도 그렇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다른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더 픽스와 포코아포코가 자리를 잡을 수 있는 환경이 더 쉽게 열릴지도 모릅니다. 이미 색다른 개성을 갖춘 팀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캐릭터가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에서 이미 돈을 주고 살 수도 없는 그 캐릭터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완성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음악을 좋아하고 노래를 좋아하는 대중들을 위해 보고 싶고 듣고 싶은 낭만자객과 음유시인이 되어 오래오래 노래를 들려줄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