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청소하고 제습제 교체하기
매일 청소기를 돌리고 정리를 한다고 하는데, 이상하게 나의 너저분한 방은 깔끔해질 기미가 없다. 얼마 전 '안 입는 옷 5개 버리기'를 하며 비우기를 시작했다. 색이 바랬거나 구멍이 난 옷들을 버리고 나니 이제 남은 건 '정리'가 필요한 옷들뿐이다. 문제는 수납이다. 수납공간이 많은 큰 집으로 이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옷장을 더 사도 놓을 공간이 없다. 그래도 여전히 깔끔하게 정리는 하고 싶다.
그날의 성취를 시작으로 내 주변 정리를 시도해 볼 용기가 생겼으니, 오늘은 좀 더 거하게 '옷장 청소하고 제습제 교체하기'가 목표다.
지금 계절에 맞지 않거나 잘 입지 않는 옷들 대부분은 붙박이 장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자주 입는 옷들은 서랍장에 넣어두었다. 몇 차례의 비우기를 통해 남은 옷들은 이제 버리기보다 '정리'가 더 필요한 순간이다.
본격적인 정리 전에 먼저 장롱 안에서 찰랑거리는 제습제를 꺼내어 버렸다. 바스락거리던 알갱이들이 언제 전부 물로 변해버린 걸까. 제습제를 넣어둔 게 적어도 3개월을 넘긴 건 확실하다. 그다음, 며칠 전 주문해 둔 제습제들을 전부 열어 옷장 이곳저곳에 골고루 넣어두었다. 눅눅함이 도사리고 있을 것만 같은 내 옷장에 대한 불안이 약간은 사라진 기분이다.
그리고 나서 자주 꺼내는 서랍장의 옷들을 전부 꺼내어 두고는 생각에 잠겼다. 더 이상 버릴 건 없는데 수납할 공간도 한정적인 상황. 정리 후에 꺼낼 때마다 흐트러져서 유지를 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그래서 전부 세로 개기로 다시 개어 정리를 하고 나자, 내게 한 칸의 여유가 생겼다!
이 한 칸은 이제 잡동사니와 잠깐 꺼내둔 옷들을 보관할 여유 공간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역시, 수납을 잘하면 여유가 생긴다.
올해에는 옷을 사지말자, 속옷들은 새로 사자.
수납공간이 적으니 옷은 세로로 개어 정리하자.
옷장에 제습제를 넣고, 주기적으로 교체하자.
약간의 체줌감량 후 입고 싶은 옷들, 다이어트를 위한 또 하나의 동기가 생겼다.
옷장을 정리하니, 책상과 주방 서랍을 정리하고 싶다.
정리 후 생긴 한 칸의 여유처럼, 내 머릿속도 생각을 잘 정리해 두면 여유가 생길까나.
아직 내 집도, 방도, 심지어 옷장과 책상도 불완전하다. 아직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옷을 전부 꺼내어보며 하나씩 손에 쥐어보며 정리를 마쳤다. 내 옷장에 살아남은 옷들은 이제 남은 건 대충 처박아두고 싶지 않고 예쁘게 개어두고 망가지지 않게 보관하고 싶은 것들 뿐이다.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한 칸의 여유가 생긴 기분이다.
티비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화려한 드레스룸처럼 정리하고 싶지만, 아무리 고민을 한들 불가능한 건 불가능한 거다. 내가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 중 하나는 원하는 대로 하지 못하면 아예 안 하고 말지, 차선책을 찾으려는 노력을 안 한다는 거다.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용납이 되지만 불완전한 건 용납이 되지 않는 나였다. 붙박이장 공사를 새로 하거나 더 큰집으로 이사하는 게 아니고서야 어차피 크게 달라진 건 없다는 생각은 옷정리를 지금까지 미룰 수 있는 좋은 핑계였다.
나의 강점이면서 나를 무기력으로 몰아넣기도 한 주범 ‘완벽주의’를 내려놓으니 다르게 다가오는 게 많다.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완벽하지 않아도 되니까.
달성, 완성 모든 마무리가 빨라졌다.
스트레스가 줄었다. 왜?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났으니까.
스스로가 기특한 순간이 많다. 시작하는 큰 용기를 냈으니까.
시야가 넓어졌다. 완벽이라는 집착에서 벗어나니 주변부가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사고가 유연해졌다. 완벽 말고도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감정의 기복이 줄었다. 나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옷장 한 칸의 여유 만큼 생각 한 칸의 여유가 생겼다. 이렇게 적고 보니 정말 요즘은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다.
감정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치며 쏟아지던 눈물도, 한없이 가라앉던 우울감과 무기력함도, 요즘은 잘 찾아오지 않는다. 요즘은 안 힘들고 좋은 일만 있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여전히 이런저런 살아가는 데 수반되는 압박과 스트레스들이 있다.
한 가지 변한 게 있다면, 내가 나를 몰아세우지 않는다는 거다. 자연히 내 주변 사람에게도 약간은 관대해졌다. 내 주변 가족만은 말하지 않아도 내 맘 같기를 바라고, 그러지 않으면 답답하고 화가 났던 마음이 '아 그렇구나'로 변했달까.
나는 완벽하지 않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가 아니던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한결 나아진 내 옷장처럼 말이다.
나의 작은 성취 리스트 16/22
[ 매일 하는 것들 ]
☑ 1. 기상 직후 이부자리 정리하기
☑ 2. 물 한 잔, 약 먹기, 다시 눕지 않기
☐ 3. 자기 전 5분 폼롤러 마사지
[ 하루에 한 개씩 ]
☑ 4. 화장실 줄눈 곰팡이 청소하기
☑ 5. 안 입는 옷 5개 버리기
☑ 6. 옷장 청소하고 제습제 교체하기
☐ 7. 살 빼면 입고 싶은 옷 걸어두기
☑ 8. 콩이 건강검진 하기
☑ 9. 콩이랑 5분간 사냥놀이하고 사진 찍기
☑ 10. 콩이 새 숨숨집 만들어주기
☑ 11. 조카들 크리스마스 선물 고르기
☐ 12. 몸 일으켜 헬스장 가기
☑ 13. 한강 따라 30분간 자전거 타기(→추위로, '비즈팔찌 3개 만들어 선물하기'로 변경)
☑ 14. 5분 멍 때리기
☑ 15. 1시간 예능 보며 깔깔거리기
☑ 16. 조조영화 1편 보기
☐ 17. 맛있는 커피집에서 커피 마시기
☑ 18. 장태산에서 단풍 사진 찍기
☑ 19. 사피엔스 한 챕터 읽기
☑ 20. 30분 집중해서 글쓰기
[ 도전 과제 ]
☐ 21. 8시 이후 금식 3일 연속 성공하기
☐ 22. 1시 반 이전 취침 3일 연속 성공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