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이의 건강검진, 콩이랑 5분간 사냥놀이, 새 숨숨집 만들어주기
무기력에 빠지기 전과 후를 떠올려보면, 내 일상에서 유일하게 변함없이 소홀하지 않았던 일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나의 둘도 없이 소중한 존재이자 반려가족인 비글 강아지 하루와 고양이 콩이를 돌보는 일. 어쩌면 지금의 더딘 일상이라도 유지하고, 다시 이전의 일상을 되찾아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두 생명에 대한 책임 덕분에 기본적인 일상을 유지했고, 그에 따르는 '해야 할 일들'은 무기력한 나를 일어나 걷고 웃고 사랑을 쏟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번 에피소드는 나의 삶의 원동력이자 무기력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 반려묘 콩이와 보내는 시간
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아주 예쁜 두 녀석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행운아였다. 무기력에 빠질 틈도 없고 빠져서도 안 될 만큼.
비글 하루는 15살이었다. 내 인생에 가장 큰 공백 속으로 들어와 삶을 채워주었던 존재였다. 지난 8월, 가을을 함께 맞이하자는 약속을 지키고 입추에 강아지별로 떠났다. 약 10개월의 간병 생활 후 남은 빈자리를 콩이가 조용히 채워주고 있었다.
콩이는 태어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우연처럼 우리 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새 여덟 살, 고양이로서 중년에 접어든 나이다. 여전히 아기의 얼굴을 하고 있는 녀석이 벌써 삶의 후반부를 맞이하고 있다니. 하루가 떠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던 날들에 콩이는 나를 이불 밖으로 끌어냈다. 몸을 움직이게 하고, 웃게 하고, 일상의 리듬을 놓지 않게 했다. 시간은 그렇게, 멈추지 않고 흘러가고 있었다.
얼마 전 콩이의 건강검진을 했다. 결과는 다행히 큰 문제없었지만, 고지혈증이 있어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했다. 돌봄이 길어지며 놀이와 관심이 줄어든 탓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콩이의 시점에서 하루를 상상해 봤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 사람만을 기다리고 사랑하는 삶은 어떨까. 사랑하는 이의 눈빛 하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내게 곧 행복이자 불행일 것이다. 종일 기다리다가도 마침내 사랑하는 이가 돌아오는 순간 나는 기뻐 날뛸 테고, 날 바라보는 눈빛과 안아주는 행동에 행복이 넘쳐 그동안의 기다림을 보상받을 것이다. 잠들기 전까지의 시간을 내가 아닌 휴대폰과 텔레비전만 바라보고, 밖에서의 즐거움 때문에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아마 불행에 말라죽어갈지도 모른다. 그 생각을 하자 하루쯤 놀이를 거른 일, 조금 늦게 들어온 밤들이 가볍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매일 하루와 산책을 했듯 콩이와 사냥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혼자 있을 때에도 덜 지루하게 환경을 만들어주기로. 콩이를 예뻐만 할 게 아니라 콩이가 ‘즐거워할 만한 시간’을 매일 보내야겠다고.
처음 며칠은 콩이는 누운 채 앞발만 움직였다. 낚싯대를 쫓는 대신 눈으로만 따라왔다. 하지만 사흘, 나흘이 지나자 궁둥이를 이리저리 흔들며 뛰어다녔다. 한동안 외면하던 캣타워에도 다시 올라갔다. 새 숨숨집이 도착한 날, 콩이는 숨숨집보다 택배 상자에 먼저 반응했고 선물보다 내가 흔드는 낚싯대에 더 신나 했다. 동물은 물건보다 관심과 시간을 더 정확히 알아본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에도 콩이를 생각하면 몸이 움직였다. 밥을 주고, 화장실을 치우고, 털을 빗고, 잠깐이라도 함께 놀고, 머리를 쓰다듬는다. ‘나’는 사라진 것 같았지만 나의 손길과 책임을 필요로 하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 삶을 놓지 않게 했다.
아빠를 잃은 순간, 하루는 돌봄의 이유가 되었고 일을 그만두었을 때도 하루는 나를 웃게 했다. 그리고 하루가 떠난 뒤 혼자가 된 콩이를 돌보는 일이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되었다.
놀이 시간은 5분에서 10분으로, 하루 한 번에서 두 번, 세 번으로 늘어났다. 사진 속 콩이의 표정을 보며
나는 조금씩 느낀다. 이 시간은 콩이를 위한 시간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나를 살게 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무기력이 더 깊어지지 않기 위해 이 아이가 내게 준 용기와 의지를 책임과 사랑으로 되돌려주고 싶다.
오늘도 낚싯대를 들고 나는 다시 살아 있는 쪽으로 움직인다.
나의 작은 성취 리스트 14/22
[ 매일 하는 것들 ]
☑ 1. 기상 직후 이부자리 정리하기
☑ 2. 물 한 잔, 약 먹기, 다시 눕지 않기
☐ 3. 자기 전 5분 폼롤러 마사지
[ 하루에 한 개씩 ]
☑ 4. 화장실 줄눈 곰팡이 청소하기
☑ 5. 안 입는 옷 5개 버리기
☐ 6. 옷장 청소하고 제습제 교체하기
☐ 7. 살 빼면 입고 싶은 옷 걸어두기
☑ 8. 콩이 건강검진 하기
☑ 9. 콩이랑 5분간 사냥놀이하고 사진 찍기
☑ 10. 콩이 새 숨숨집 만들어주기
☑ 11. 조카들 크리스마스 선물 고르기
☐ 12. 몸 일으켜 헬스장 가기
☐ 13. 한강 따라 30분간 자전거 타기
☑ 14. 5분 멍 때리기
☑ 15. 1시간 예능 보며 깔깔거리기
☑ 16. 조조영화 1편 보기
☐ 17. 맛있는 커피집에서 커피 마시기
☑ 18. 장태산에서 단풍 사진 찍기
☑ 19. 사피엔스 한 챕터 읽기
☑ 20. 30분 집중해서 글쓰기
[ 도전 과제 ]
☐ 21. 8시 이후 금식 3일 연속 성공하기
☐ 22. 1시 반 이전 취침 3일 연속 성공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