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뒤엎는 완벽한 아침의 조건

조조영화 한 편 보기

by 하루




무기력에 빠진 후 가장 크게 영향을 받고 가장 뜯어고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바로 수면습관이다. 잠자는 습관이 점점 안 좋아지고, 그로 인한 수면패턴도 악화됐다. 일상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니 남들이 하루를 시작하는 분주한 아침에 눈을 뜨기 싫었고, 홀로 이 세상을 살아가듯 자연스럽게 늦은 밤에 깨어있게 됐다. 당연히 개운한 아침은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아침에 뭔가를 하는 건커녕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어렵고 싫기만 한 나라지만, 아침의 개운함을 만끽했던 기억은 없을까? 5년 전의 그날을 떠올리며, 기분 좋은 아침의 감각을 다시 느껴보기 위해 추가한 리스트이자 이번 에피소드의 주제는 '조조영화 한 편 보기'.



기분좋은 아침의 감각을

떠올리며




실패불가능한 리스트를 작성하며, 나의 아침을 되찾고 싶은 마음으로 기억을 되새겨봤다. 나의 가장 완벽했던 아침의 기억은 5년 전쯤의 어느 날이다. 새벽 수영을 다니고 있을 때라, 늘 잠이 덜 깬 채 집을 나서곤 했다. 세상에서 이 순간만큼 싫을 때가 없고, 춥고 졸리고 귀찮고 다했지만, 수영이 끝나고 샤워 후 바깥의 시원한 공기를 마실 때의 기분은 한마디로 세상 째졌다. 가장 하기 싫던 운동을 끝냈지만 여전히 하루가 길게 남아있다는 사실은 내게 여유로운 일과를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주었다. 편한 운동복 차림으로 카페로 들어가 따뜻한 라떼 한잔을 손에 들고, 영화관을 향했다. 혼자 조조영화 한 편을 보고 밖을 나서는 것으로 나의 하루는 오전에 완성됐다. 히말라야. 오죽하면 그날 본 영화의 제목도 기억이 난다.



기다리던 아바타 불과재,

조조영화 예매를 했다




조조영화라기엔 늦은 감이 있지만 내가 가려던 영화관의 조조영화 시간에 맞춰 9시 영화를 예매했다. 9시 영화를 보려면 아침 7시엔 일어나야 했으니 내게는 새벽 조조영화라고 합리화를 해봤다. 그런데 여전히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하던지라 전날밤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는 나였다. 그래도 예매도 해두었고, 실패감을 느끼고 싶지 않아 꾸역꾸역 일어나 씻고 영화관을 향했다.


3D 안경을 들고 기대에 가득 찬 마음으로 가죽 리클라이너 의자에 앉았다. 전날 밤 수면부족으로 이마와 뒤통수는 지끈지끈하고 두 눈엔 타는 듯한 열감이 있었지만, 영화에 집중하다 보면 나아지려니 하는 생각이었다. 3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 내내 계속되는 화려한 비주얼은 눈을 뗄 틈이 없었지만, 안경 위에 3D 안경을 쓴 덕분에 콧잔등을 누르는 무게에 신경이 쏠렸다.


그렇게 3시간이 흘러 영화는 끝이 났다. 전편에 너무 감동했던지라 약간의 아쉬움은 남았지만 나름 만족하고 허기를 달래러 갔다.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두통은 사라질 줄 몰랐고 설상가상 힘은 점점 빠져갔다. 조조영화라 할인을 받아서 뿌듯하고, 3시간을 봤는데도 여전히 남은 하루가 여유 있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컨디션은 너무나 그렇지 못했다.



예상과 달랐던

완벽한 아침의 조건




약 5년 전 그날도 그리고 오늘도 같은 조조영화를 봤는데, 오늘은 개운함도 여유도 느낄 수 없었다. 이른 시간과 달리 내 몸은 잠들 시간이 훨씬 지난, 지친 하루 끝과도 같았으니. 어쩌면 그날, 내게 완벽한 아침을 선물했던 건 이른 아침 즐기던 조조영화가 아니라 새벽수영이 이었던 걸까. 수영 후 내게 주었던 보상으로서의 영화 때문이었던 걸까.


가만 생각해 보니 가장 큰 원인은 전날 밤의 숙면여부였다. 몇 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의 가장 큰 차이를 꼽으라면 아마 수면 컨디션과 건강상태일 거다. 예전에는 불면증이 있는 걸 이해할 수 없고, 어디서든 눈만 대면 심지어 버스에서 손잡이를 잡고 선채로도 쿨쿨 숙면을 취하는 나였다. 잠을 조금 못 잤더라도 끄떡없었고, 수면 패턴이 바뀌면 하루 잠을 부족하게 자서라도 금방 되돌릴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밤낮이 뒤바뀌면 도통 돌아가기가 힘들고, 잠이 부족한 날엔 두통과 안압에 하루를 망칠 정도로 컨디션이 안 좋았다. 앞자리가 바뀌어버린 나이의 영향도 있을 테고, 대사저하를 앓고 있는 원인도 있을 테다.



‘조조영화 한 편 보기’라는 오늘 나의 리스트에는 줄이 그어졌지만, 예상을 뒤엎는 결과에 조금 당황했다. 그 당황감이 기분 나쁘지 않은건, 아침에 누리는 즐거움이 아닌 다른 예상외의 수확이 있기 때문일테다. 완벽한 아침의 조건은 재밌는 활동 이전에 '충분한 수면'을 통한 즐거움을 누릴 준비가 필수라는 것을! 또 모른다, 충분한 수면 뒤에 오는 그 어떤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지. 우선 나는 조조영화의 즐거움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수면부터 챙겨야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르는 중이다.




나의 작은 성취 리스트 11/22


[ 매일 하는 것들 ]

1. 기상 직후 이부자리 정리하기

2. 물 한 잔, 약 먹기, 다시 눕지 않기

☐ 3. 자기 전 5분 폼롤러 마사지


[ 하루에 한 개씩 ]

4. 화장실 줄눈 곰팡이 청소하기

5. 안 입는 옷 5개 버리기

☐ 6. 옷장 청소하고 제습제 교체하기

☐ 7. 살 빼면 입고 싶은 옷 걸어두기

☐ 8. 콩이 건강검진 하기

☐ 9. 콩이랑 5분간 사냥놀이하고 사진 찍기

☐ 10. 콩이 새 숨숨집 만들어주기

11. 조카들 크리스마스 선물 고르기

☐ 12. 몸 일으켜 헬스장 가기

☐ 13. 한강 따라 30분간 자전거 타기

14. 5분 멍 때리기

15. 1시간 예능 보며 깔깔거리기

16. 조조영화 1편 보기

☐ 17. 맛있는 커피집에서 커피 마시기

18. 장태산에서 단풍 사진 찍기

19. 사피엔스 한 챕터 읽기

20. 30분 집중해서 글쓰기


[ 도전 과제 ]

☐ 21. 8시 이후 금식 3일 연속 성공하기

☐ 22. 1시 반 이전 취침 3일 연속 성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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