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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NC 28731 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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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 in Nov 03. 2024

이윽고 90세

어느 은퇴자의 이야기

 노스캐롤라이나주 헨더슨빌의 평균연령은 56세입니다. 동네의 이웃을 둘러봐도, 커피숍을 가도, 식당을 가도, 교회의 오전 예배를 가도, 도서관을 가도, 뮤지컬 공연을 보러 가도, 어르신들이 대부분입니다. 다운타운을 활보하는 사람들 또한 대부분 백발이 성성한 분들이고 언뜻 보기에 이곳은 거대한 실버타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을 비롯한 이름난 산과 폭포, 가을철 아름다운 단풍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은 제법 있지만 뉴욕이나 가까운 애틀랜타등의 대도시처럼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거나 붐비지는 않습니다. 또한 대학이나 커다란 기업체가 없는 탓에 젊은 사람들이 귀하다면 귀한 동네입니다. 크게 덥지도 춥지도 않은 이곳의 날씨는 노인들이 살기에 아주 적당하지요. 한국의 강원도 속초나 인제를 연상케 하는 이곳은 한적하고, 높다란 산에 커다랗고 빽빽한 나무가 많아 온통 초록으로 둘러싸여 있어 공기 좋고 물 좋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탓에 뉴욕, 워싱턴, 플로리다, 아라조나, 텍사스등 미국의 여러 지역에서 은퇴 후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주해 오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은퇴한 분들을 만나고 있으며 그분들의 여유로운 모습을 보며 인생의 거친 파도가 지나간 후 어떤 마음 가짐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들에게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은퇴한 한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올해 82세의 고령임에도 항상 새로운 것을 알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하고, 선생님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본인의 열정을 아이들에게 쏟아붓고 있습니다.

1. 자기소개해 주시겠어요?

 제 이름은 OOOO이고,  2008년에 은퇴를 했어요. 대학에서는 교육학을 전공하였지만 결혼하여 아이들을 키우는 21년 동안은 정식으로 일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40대 후반에 다시 대학에서 영어와 ESL을 전공하여, 50대에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에게 주로 영어, 영문학, 영문법등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가정주부로 지내는 동안에도  때때로 학교에서 대체 선생님을 하기도 했고, 걸스카웃이나 교회에서 교육과 관련된 활동을 하였습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하기도 하며 교육과 관련된 일에 꾸준히 연결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2. 선생님으로 생활했을 때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무엇인가요?

 한 순간을 꼽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학교에서는 매일 작고 사소한 일들이 일어나죠. 매일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아주 작은 것들이 날 위로해 주고 즐겁게 했어요. 매일매일 일들이 생기고, 어떤 어린 학생이 감동을 주기도 하고, 수업을 하다가도 감격적인 순간이 많았어요. 특히나 아무것도 몰랐던 학생이 갑자기 많은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을 때는 말할 수 없이 기뻤어요. 정말로 어떤 한순간을 꼽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3. 지금의 일상을 공유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새벽 5시쯤 일어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아주 고요한 시간이지요. 그 시간 동안 뭔가 창의적인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 시간에 오롯이 나를 위한 나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뜨개질을 하거나 수를 놓거나 때로는 종이에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여러 가지 그림을 가지고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콜라주 작업도 즐겨합니다. 제 또 다른 주요 일상은 독서입니다. 요즘에는 오디오북을 듣지만 여전히 종이책을 좋아합니다. 배고플 때 먹고, 피곤할 때 자요. 낮잠을 자기도 합니다. 오전 10시에 아침을 먹고, 2시에 점심을 먹고, 혼자 살고 있어서 다른 사람을 고려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저 내 몸이 이끄는 대로 움직입니다. 하하


4. 어떤 종류의 사회생활을 하시나요?

 2010년부터 10년째 북클럽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책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합니다. 또한 커뮤니티 칼리지의 Life Long Learning 평생교육원에서 하는 클래스를 듣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새로운 지식을 얻는 즐거움이 아주 커요. 이웃들과는 안부를 건네거나, 서로의 건강을 체크하는 정도의 가벼운 관계 맺음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가끔 함께 마트에 가거나 외출하여 식사를 하기도 합니다.


5. 은퇴하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바로 지금이에요. 현재 어린아이들의 영어를 가르치고 있어요. 지금까지의 삶과는 다른 커다란 변화가  생겼습니다. 매우 새롭고 정신적인 활동입니다. 선생님일 때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해하는지 새삼 알게 해 줍니다. 배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하여 어떻게 하면 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도움을 주어야 할지 매 순간 고민하며 방법을 찾고 있어요.


6.  은퇴 후에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저랑 말이 통하는 사람을 찾기 힘든 점이에요. 같은 흥미나 취향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저는 어떤 것에라도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좋거든요. 제 주변에서는 찾기가 무척 힘들었어요. 그래서 북클럽과 평생 교육원에서의 배움이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고를 하게 하고, 지적 호기심이 있는 사람들과 저를 연결시켜 줍니다.  계속해서 무언가를 배울 생각이 없는 사람들과 있을 때 아마 저는 그때가 힘든 것 같아요. 제 주변의 사람들은 대부분은 은퇴를 했어요. 그저 흔들의자에 앉아 뉴스에서 알려준 날씨를 이야기하고, 하늘을 볼 뿐 세상에 대해 어떤 새로운 것에도 관심이 없어요. 나무 이름이 무엇인지, 꽃 이름이 무엇인지, 도시 이름이 뭔지 전혀  알고 싶어 하지 않지요. 그저 앉아 있고 싶고,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지요. 이런 상황에 둘러 쌓여 있다는 것은 저에게는 너무나 큰 스트레스입니다.  저는 배우기를 즐기는 사람을 알고 싶어요.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고 호기심 가득한 사람을 발견하면 행복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내가 가진 정보를 전달하고, 다른 사람을 가르쳐주고 그것이 도움이 될 때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면서 얻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요.


7. 가르치는 일에 사명감과 책임감이 남다르신데요 왜 일을 그만두셨나요?

 나이 때문이지요. 슬프지만 오로지 그 이유 때문이에요. 저는 계속 일을 했을 거예요. 그렇다고 은퇴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니에요. 저는 제가 원하는 것을 더 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일은 여러 가지 이유로 필요하지만 뜨개질을 하거나, 책을 읽는다던가  오롯이 제 자신을 돌봐야 하는 시간 또한 필요합니다. 삶의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는 것은 중요합니다. 나이의 이유로 인해해서 저는 은퇴를 결심했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과 일에서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할 시기였습니다. 일하는 것은 좋은 점이 많지만 제한 또한 많이 있습니다. 은퇴 후에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오전 8시에 꼭 책을 보고 명상을 하며 삶의 균형을 맞추며 사는 시간이 좋네요.


9.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무엇인가요?

 몇 년 전에 저는 그야말로 수렁에 빠졌어요. 굉장히 힘들었어요. 내 주변의 상황들에 인해서 제 능력을 벗어나는 일에 대해 제한을 두어야만 하는 경험을 했는데요. 앞으로 남은 생애를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야 했습니다. 나의 삶의 균형을 도움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활동에 중점적으로 할애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자원봉사나 단체를 찾아보고 있습니다. 아마도 영어로 도움을 주겠지요. 멕시코나 외국에서 이주한 학생들은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해요. 최소한의 영어로 인하여 학교생활의 어려움이 크지요. 가령 도서관의 숙제 도우미라든지, 어린아이들이나, 그 가족들에게 영어과외를 해주고 싶어요. 저의 연륜과 경험이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10. 이런 꿈을 가지게 된 어떤 동기가 있을까요?

 저는 혼자서 동기부여를 잘하는 편입니다.  영어 과외에 대한 일을 꾸준히 하고 있었고, 관심이 있었지요. 말로은 설명하기 힘들지만 적절한 때에 적절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애를 썼지만 부족했겠죠  비로소 준비가 되었을, 아주 기가 막힌 타이밍에 딱 들어맞는 일들이 생겼어요.


 제 삶의 철학 중 하나는 힘든 시간을 겪고 나면 반드시 좋은 일들이 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생의 거친 파도가 올 때면 크게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직장을 잃기도 했고, 너무 힘들어서 번아웃 오기도 하고, 파산을 하기도 했어요. 파트타임으로 택시 운전사를 하기도 하고, 세븐 일레븐에서 일하며 커피 머신도 고치기도 했죠. 좋은 삶을 살았다고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나쁜 일들이 생길 때마다, 좋은 일들이 오고 있다고 믿었고 정말 그렇게 되었어요.   만약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좌절을 겪고 있는 중이라면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요. 그저 흘러가게 놔두세요. 너무 걱정 말아요. 분명 좋은 일들이 당신에게 오고 있는 중이니까요. 대신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면 좋겠어요. 저 또한 다른 사람들이 바라는 모습대로 살고 싶지는 않아요.



11. 롤모델이 있다면?

 몇 명의 사람들이 저에게 영향을 끼쳤고, 그분들을 무척 존경합니다. 그중 현명하고, 항상 진실을 이야기하고,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두려워하지 않으며, 작가이자 시인이며, 그저 아름다운 여인인 마야 안젤루(Maya Angelou)가 제 롤모델입니다.  

“Hold up your head, believe in yourself and Move forward in your life. Be proud of youself.

 머리를 꼿꼿이 들고, 자신을 믿으며 앞으로 나가세요.

자신에 대한 긍지를 가지세요.

그녀의 삶의 철학이자 메시지입니다.

저도 이 말을 매일 새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12. 은퇴한 어른들, 또는 은퇴자들이게 필요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북클럽은 모든 사람들에게 적절한 것은 아닙니다. 스스로 어떤 프로그램이 좋을지 발견해야 합니다. 평생교육원 또한 모든 사람에게 맞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평생교육원에서는 여러 다양한 수업이 있기에 한 번쯤 수강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꽤 나이가 많아야 수업을 들을 수가 있습니다. ^^ (일 년에 한 번만 내면 되지만) 약간의 연회비가 필요합니다. 저도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였기에 돈을 모아서 등록을 했습니다. 수업은 두 시간에 40달러입니다. (1시간에 20달러) 1과목당 2시간의 시간이 필요하지요. 각 지역의 커뮤니티칼리지의 웹사이트를 방문해 보세요.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13. 자신에게 또는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이미 은퇴한 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취미를 가지세요. 색다른 것들을 시도해 보세요.

 취미가 뭔지 모른다면 바느질하기, 꽃꽃이등 여러 수업을 들어보고, 당신의 머릿속을 바쁘게 만들어보세요.  반드시 사람들과 어울리며 외부로 나갈 필요는 없습니다.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취미를 발견할 수 있다면 더 근사합니다. 요리하기, 드라마 보기, 집안 꾸미기, 다큐멘터리 시청하기 등으로 취미 생활을 시작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요즘 저는 온라인 수업으로 사진 찍는 기술에 대해 듣고 있어요. 집에서 미국 전역의 대학 교수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니 정말 좋은 세상이지요?


호기심을 계속 가지세요.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꿈을 결코 져버리지 마세요.

You can do this. Never your dream die.

할머니가 만들어오신 롤로캔디와 m&m 초콜렛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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