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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 in Jul 11. 2021

다이어트와 글쓰기

느릿느릿 달팽이처럼

 옷장에 여름 원피스가 빼곡하게 걸려있지만 입을 옷이 없다. 일 년 전만 해도 여유 있게 입고 다녔던 옷이 이제는 숨쉬기가 불편할 만큼 너무 딱 맞다. 몸에 맞는 옷을 새로 사기는 돈이 아까워 단골 수선집에 갔다. 어쩌다가 일 년 새 살이 이렇게 쪘냐고 나보다 더 안타까워하는 사장님에게 우선 늘릴 수 있는 대로 최대한 허리선을 늘려달라는 부탁을 하고 황급히 가게를 빠져나왔다.

 

 다이어트를 또 결심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기에도 전에 이번에도 역시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다이어트의 역사를 돌아보니 온통 부정적인 기억뿐이다. 이십 대에는 원푸드 다이어트로 2주 만에 7kg를, 삼십 대에는 1주 덴마크 다이어트로 5kg 감량을 경험하기도 했고, 다이어트 환을 먹고 입맛 상실로 거의 누워 있다시피 하여 체중을 감량하기도 했다.

  짧고 강력한 방법으로 목표 체중에 도달했지만 건강하지 않은 혈색을 얻었고 영양 손실로 머리카락이 숭숭 빠지기도 했다. 다이어트 전보다 마음이 날카로워지니 결국 어김없이 요요는 다시 찾아왔다.


적게 먹는 것이 아니고, 올바르게 먹는다.

 이번에는 건강한 다이어트다! 다시 음식을 제한하는 무리한 식단은 쳐다보고 싶지도 않았고, 밥을 제대로 챙겨 먹지 않으면 가족들에게 히스테리를 부릴 것이 뻔했다.  5, 6, 7, 8월 네 달 동안 5kg를 감량하기로 목표를 세웠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두 달이 흐른 지금 나는 3kg을 감량하였다. 두 달 동안 ‘겨우 3kg’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다이어트는 이전과는 달랐다.


 굶지 않고 잘 먹었다.  다이어트 시작하기에 앞서 영양소에 대한 공부를 먼저 했다. 평소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 빵과 떡 등 달콤한 군것질을 달고 살았던 식생활 패턴에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영양소 비율을 따져보며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을 늘리는 식습관으로 바뀌는 나를 보면서 신기했다.

 처음에는 탄수화물을 무조건 제한하는 저탄고지 식단에 집중하다가 점차 평소 먹는 식단에서 밥 양을 줄이고, 채소를 먼저 먹어 포만감을 느끼게 했다. 의식적으로 3~4시간의 공복 시간을 두고 정해진 시간에 밥을 챙겨 먹었고 되도록 저녁은 가볍게 먹었다.

 

 나의 식습관을 분석하고 기록했다. 다이어트 초반에는 조금 귀찮지만 내가 무엇을 먹는지, 얼마나 자주 먹는지를 빠짐없이 사진으로 남겼다. 그동안 마음껏 먹지도 않았고 아이들 간식 챙겨주면서 한 입 정도 먹기만 했을 뿐인데 살은 왜 쪘는지 의문이었다. 건강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닌지 염려를 했었는데 사진을 찍어보니 내가 자주! 많이! 먹는다는 것을 알았다.  하루를 돌아보며 식단 일지에 짧은 반성과 칭찬을 기록하고 내일 먹을 것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행위가 천천히 가는 달팽이 다이어트를 유지시켜주는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체중계의 숫자가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했다. 두 달 남짓 이어오고 있는 나의 달팽이 다이어트를 통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채소를 양껏, 고기를 잘 챙겨 먹고 있기에 힘이 났다. 음식을 제한하지 않고 어느 때보다 영양적으로 균형 있게 식사를 하였기에 오이지처럼 푸석했던 얼굴이 반질반질해졌다.

 

 다이어트 정체기가 오면 받아들이고 주말에는 치팅을 한다. 한 끼 치팅이 이상적이지만 때론 두 끼가 되기도 한다. 시원한 맥주 한 캔이 간절한 여름에 맥주를 포기해야 하나 걱정했는데 다이어터에게는 논알코올 맥주가 있었다. 단, 일주일에 딱 한 번 한 캔으로 제한한다.  

 이제 운동만 하면 된다. 그런데 운동 실천은 왜 이리 어렵게 느껴지는지 또 코로나를 탓하고 싶다.

 

  속도보다는 방향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지치지 않고 오래갈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다이어트는 속도가 더디다고 쉽게 포기하게 된다. 무엇을 하든지 어디로 갈지 올바른 방향을 정하여 가는 것이 중요하다. 다이어트에 조급함을 버리고 목표를 향해 천천히 다가간다면 터질 듯 꽉 맞던 청바지를 루즈핏으로 입는 날이 올 것이다.

 

 


  

 다이어트와 글쓰기는 여러모로 비슷하다.

 다이어트는 시작이 절반이다. 첫 일주일의 고비를 넘기고 천천히 느릿느릿 꾸준하게 가리라 마음먹으면 다이어트가 생활이 될 수 있다. 유혹이 있는 날은 유혹을 즐기면 되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다이어트가 고통이 된다면 절대 오래갈 수 없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일단 쓰자. 글쓰기도  문장을  내려가면 절반은   있다. 요즈음 글쓰기가 힘들었다. 글을  써야 하지? 무엇 때문에 쓰고 있지?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대단한 내용의 글도 아니고  써야 할지 모르겠고 완성된 글을 보면  글이 못나 보여  글자도  내릴  없었다. 빨리  쓰고 싶은 마음이 컸던 듯하다.  

 

 우선 내 마음이 골고루 영양가 있게 하루의 양식을 잘 챙겨 먹는지 살피고 천천히 내 일상의 생각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어제와 오늘을 기록하면 된다. 잘 쓰고 못쓰고는 그다음이다. 못쓰면 어떤가? 

 나는 쓴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몸의 건강을 위하여 다이어트를 하고, 마음의 건강을 위하여 글쓰기를 하며 나를 귀하게 여기고 싶다.

 나 자신을 아끼려는 나의 진심이 언젠가는 나의 몸과 마음에도 통할 것이다.

 나를 사랑할 수 있어야 비로소 남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나를 돌보는 건강한 다이어트와 글쓰기의 습관이 모여 나는 성장한다.

  

 다이어트 정체기에는 치느님으로 일탈하고,

 글쓰기 정체기에는 소파에 누워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며 여유를 부린다.

 다시 다이어트가 하고 싶고, 다시 글을 쓰고 싶다.


 - 달팽이처럼 느릿한 나의 다이어트와 글쓰기를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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