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왔다
Day 1. Welcome To Hendersonville,Flat Rock!
꼬마 손님들, 어서 와! 아이고 반가워라. 1년 새 많이 컸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한국에서 가지고 온 여행 가방을 펼쳤다. 아이들의 여행 가방 안에는 각종 김치와 라면, 밑반찬, 마사지팩, 한국 책, 한국 과자, 김 등 많은 것들이 들어있었다. 이것저것 바리바리 사서 포장하고 가방 무게 재고 했을 것이 눈앞에 보이듯 그려진다. 행여나 김치 국물이라도 흐를까 꼼꼼한 압축 패킹에 감탄이 나왔다. 지금 이 순간 헨더슨빌에서 내가 제일 부자다.
국내여행도 아니고 첫 미국 여행을 부모님 없이 비행기를 타고 온 아이들은 평소보다 더 씩씩하고 밝다. 얼굴에는 해방감과 무사히 왔다는 자신감이 넘쳐났다.
하늘이 왜 이렇게 깨끗해요?
도로가 막힘없이 상쾌해요.
생각했던 것보다 더더 좋아요.
너무 이뻐요.
한 사람씩 미국에 대한 첫인상을 재잘거리며 신나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내가 기분이 좋다. 귀여운 꼬마 손님들, 26일 동안 동안 부지런히 놀아보자.
뷔페 스타일로 이른 저녁 상을 차렸다. “고모, 된장찌개가 정말 맛있어요. 식당에서 파는 것보다 더 맛있어요.” 여럿이 모여서 먹으니 꿀맛이다. 헨더슨빌에 내 가족과 열 살부터 열다섯, 어린 피붙이들까지 한자리에 모여있으니 힘이 나고 든든하다. One Big Happy Family!
밥을 먹고 집 앞의 공원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다. 공원에 온 지 오 분만에 조카들은 놀이터 안의 아이들 마음을 사로잡아버렸다. 아이들이 내일 몇 시에 공원에 나올 수 있는지 따라다니며 물어본다. 친화력 갑인 아이들이니 미국 썸머 캠프 적응은 걱정 없겠다.
공원이 엄청 크다고 아이들은 겨우 절반도 못 가서 피곤하다고 집에 들어가고 싶다며 아우성이다. 집으로 발길을 돌리려는데 갑자기 여우비가 쏟아지더니 무지개가 짠하고 나타났다. 아이들이 왔다고 환영인사를 해주나. 내 동생들의 아이들과, 내 아아들이 사이좋게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게 행복이다 싶다.
’ 미국에서 일 년을 버틴 보람이 있구나. 내 아이들과 비슷한 또래인 조카들에게도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멀리까지 와줘서 고마워.‘
‘동생들아, 걱정하지 마! 아이들 잘 보살피고, 안전하게 데리고 있다가 한국으로 보낼게.’
여섯 아이들에게도 평생 간직될 어린 시절의 멋진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헨더슨빌에서 보내는 두 번째 여름이다. 첫 번째 여름은 정착을 하느라 즐기지를 못했고, 두 번째 여름이라고 딱히 어디서 뭘 하면서 지내야 할지 여전히 모르고 있지만 한국에서 꼬마 손님들이 왔으니 헨더슨빌 여기저기를 누벼야 한다. 헨더슨빌 주민들은 어디에서 뭘 하면서 여름을 보내지? 헨더슨빌을 샅샅이 조사해야겠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Hendersonville 남쪽, Flat Rock 지역으로, 이곳에서 십분 정도 차로 이동하면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도착한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경계를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점이니 양쪽에서 즐길만한 곳을 찾아봐야겠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마을이지만 도시의 오락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유흥의 측면에서는 뭔가 부족해 보이는 자연 몰입 환경인 헨더슨빌에서 그들을 어디로 데려가야 금세 실망을 하지 않을까?
Day 2. Grandfather mountain.
아이들이 현지 시차에 빨리 적응하기 위하여 눈이 번쩍 뜨일만한 곳으로 무조건 데려가야 한다. 미국이다! 소리가 나올만한 곳은 어디일까? 자연 풍광이 좋은 헨더슨빌이니 대자연을 보여줘야겠다.
오늘의 목적지는 Grandfather mountain이다.
할아버지 산이라니 이름부터 정겹다.
*산의 북쪽 어떤 각도에서 바라볼 때, 산등성이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누워있는 노인의 모습과 닮아 있어서 할아버지 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러한 산의 독특한 모양은 위대한 수호자의 안식처로 여겨지며 체로키 원주민 전설에는 이곳의 영혼은 '할아버지'가 가족을 인도하는 것처럼 땅을 지켜보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할머니산은 없냐고? 물론 있다. 정식 명칭의 산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랜드파더 마운틴에서 멀지 않은 어느 산봉우리 형상이 할머니의 얼굴과 닮았다고 하여 그곳을 Grandmother Mountain이라고 부른다.
산 정상까지의 높이는 5,000피트(1,524m)이다. 성인 2명, 아이 6명의 입장료로 100불가량을 지불했다. 매표소 입구에서도 차로 한 참을 올라갔다. 산 정상에 도착하니 구름이 손에 닿을 듯 신비로워 보여 신선이 산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만 같았다. 정상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니 한 여름임에도 바람이 무서울 정도로 불어서 한기가 느껴졌다. 마치 여름에서 겨울로 시간 이동을 한 것 같다. 몸이 날아가지 않게 함께 아이들은 둥그렇게 원을 만들어보더니 바람의 세기에 날려갈 뻔했다고 엄살을 부리면서도 낄낄댔다. Swing Bridge를 건널 계획이었으나 겁이 없는 남편과 세 명의 아이들은 건넜고, 나와 나머지 세명의 아이들은 건너지 않았다. 세찬 바람에 흔들리는 출렁다리를 건너다가는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무시무시한 공포특급이 될 것 같았다. 대자연 앞에서 까불지 말라는 교훈을 얻고 바로 밑에 있는 작은 전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담한 전시관에는 산의 여러 바위들을 전시해 놓았다. 그중 Rock+Mineral=Cookie+Chocolate chips 쿠키와 초코칩으로 설명해 놓은 암석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겠다.
전시관 아래의 작은 산책길을 따라가면 흑곰이 있다고 해서 보러 갔다. 가까이서 곰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흑곰의 털이 반질반질 예쁘네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곰이 요가포즈를 취했다. 구경하던 사람들은 탄성을 질렀고, 영화 속에서나 보던 흑곰을 눈앞에서 보니 신기하기도 해서 한참을 구경했다. 동물원이라는 우리에 갇혀 있는 곰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흑곰이 있는 곳은 자연과 잘 어우러져 있어서 안심이 되었다. 기대가 컸던 대머리 독수리는 털이 축 쳐지고 사이즈도 작아 다소 실망스러웠고, 우리마저 작아서 독수리가 유독 슬퍼 보였다.
독수리 옆쪽으로는 쿠거(혹은 퓨마)가 있었다. (이 고양잇과 동물은 북미와 남미 전역에 걸쳐 서식한다. 보통은 산악 지대나 숲을 좋아하고 , 지역에 따라 팬서나 마운틴 라이언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다 같은 동물이다). 그날은 어디 선가 푹 자고 있었는지 가까이서 볼 수 없었다. 대신 그 옆에 있던 엘크를 봤는데, 뿔이 예상보다 훨씬 커서 잠시 멍해졌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한 장면에서 나왔던 트레일을 걸어보려고 했으나 그마저도 세찬 바람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늦은 점심으로 Culver’s 시그니처 메뉴인 버터 베이컨 버거를 먹어보기로 했다. 더블패티를 자랑하는 두툼하고 묵직한 햄버거를 먹자마자 행복해할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니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아이들은 햄버거를 한 입, 두 입 먹을수록 점점 느끼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할 수 없이 아이들의 남긴 햄버거를 나와 남편이 처리했다. 아이들 핑계를 대고 저녁에는 외식을 하며 헨더슨빌 레스토랑 도장 깨기를 하며 내심 저녁식사 준비에 해방될 계획이었는데. 단호박 한식 입맛 덕에 돈은 아끼게 되었고, 계획은 와장창 깨졌다.
집에 돌아왔지만 아이들의 에너지는 넘쳤고, 밖은 환했다. 그랜드파더 마운틴에서 못했던 하이킹을 갈래? 했더니 네! 좋아요 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집에서 삼분거리의 시인 Carl Sandburg Home이 자리하고 있는 Glassy mountain의 정상까지 가벼운 등산을 했다. 왕복 1시간 30분이 소요되었고, 집에 돌아와서도 여전히 속이 느끼하다며 아이들은 라면으로 개운하게 저녁을 먹고 모두 곯아떨어져버렸다. 완벽하게 현지 시차 적응에 성공했다.
Day 3 ~ 7. Summer Camp의 성지, 헨더슨빌
산, 계곡, 호수가 가득한 헨더슨빌은 오래전부터 여름별장으로 불려 왔다. 헨더슨빌 지역에만 150여 개의 썸머캠프가 운영되고 있고, 최근 다이앤 키튼 주연의 영화 <Summer Camp>가 집 근처 Camp Pinnacle에서 촬영하고 있다. 여섯 명의 아이들은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우리가 다니고 있는 미국 교회에서 운영하는 썸머캠프에 1주일을 참여했다. 캠프 안에서 집라인, 수영, 보트 타기, 카약, 축구, 농구등 매일 물놀이와 쉴 틈 없이 바깥놀이를 했다. 하루종일 얼마나 열심히 놀았으면 밤이 되면 게임도 얼마 못하고 핸드폰을 손에 쥔 채로 곤하게 잠들었다. 놀기도 피곤해 보인다.
미국 1년 차인 내 아이들이 조카들의 영어를 통역해 주고, 조카들도 미국 아이들과 재미있게 어울리려고 캠프 안에서 적극적으로 영어를 쓰며 미국친구들과 놀았다고 한다. 게다가 캠프에 인기 많은 한국계 대학생 선생님이 계셔서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엄청 좋았다. 덩달아 여섯 명의 한국 아이들에게도 많은 관심이 쏠렸다. 내 아이들은 학교에서 비주류 소수인종으로 늘 기를 못 펴고 살았는데 이곳에서는 흥 많은 한국 아이들 여섯 명에 인기 만점 한국인 선생님까지 캠프 안에 있으니 기세등등했다. 이렇게 헨더슨빌에서 한국인의 파워를 보여준 적이 없는데 다수(?)의 힘은 세다.
아이들은 완벽하게 미국에 적응했지만 10~15살 연령의 (다섯 명의 개구쟁이 오빠들과 맘 넓은 여동생 한 명) 아이들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목소리는 올라가고, 잔소리는 길어지고 심장 박동이 급격히 빨라지길래 몇 가지 원칙을 정해놓고 심장 방망이질을 다독였다. 아이들에게는 야박하게 들렸을지도 모르지만 단체 생활에는 원칙과 질서가 필수다. 안 그러면 어른들은 금세 사나운 Cougar가 된다.
첫째, 이곳은 한국 음식이 귀한 곳이다. 지금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팥빙수가 먹고 싶다고 배달을 할 수가 없다. 밥상 앞에서 불평 금지!
둘째, 누구를 더 예뻐하고, 누구를 더 싫어하지도 않는다. 사랑이 없으면 절대 모일 수 없는 시간이니 명심해라 차별은 없다. 차별 단어 금지!
셋째, 매일 캠프에서 수영을 하니 집에 오자마자 세탁바구니에 그날 입은 옷과 수영복을 벗어놓을 것!
넷째, 매일 도시락을 가져가야 하니 집에 오자마자 각자의 도시락통을 개수대에 넣을 것!
원칙을 정하니 단체 생활의 질서 체계가 잡히자 손이 덜 가는 나이대의 아이들인지라 여섯 아이들을 챙기는 것은 이제 생각만큼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들을 잘 먹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는데 햄버거도 느끼하고, 피자와 치킨은 너무 짜다며 미국 음식이 입에 맞지 않다는 아이들 덕에 갑자기 지나치게 한식 같지 않은 든든한 한식 도시락 메뉴를 생각해 내는 것이 가장 큰일이 되었다.
매일 새벽 다섯 시 반에 일어나 여섯 아이들의 점심 도시락과 아침 식사를 준비하면 1시간 반이 걸린다. 8시까지 아이들을 캠프에 데려다주고 집정리하고 마트라도 다녀오면 어느새 아이들 픽업 시간이 된다. 아이들의 수영복을 빨고, 뭘 먹일지 열심히 궁리를 하며 애쓰느라 1주일이 쏜살같이 지나가버렸다(학기 중에 비하면 방학이라 매우 여유롭다). 아이들이 있는 부모라면 절대 무기력이 올 수 없는 곳! 이 미국 같다. 미국에서의 하루는 꽤 일찍 시작하고, 일찍 끝난다. 아침 일찍 차를 타고 캠프에 데려다주고, 차로 마트 몇 군데 들렀다가 잠시 집에 돌아와 집안일과 식사 준비하고, 다시 차로 아이들을 캠프에서 데리고 온다. 대부분 차에서 보내는 일정뿐인데 왜 이리 바쁘지? 어느 학부모에게 들었던 싸늘한 조크가 머릿속에서 맴돈다. “RIP Karen, Dead in the car line..” 스트롱 커피가 시급하다.
Day 8. Jackson Park & Regal Biltmore Grande. 축구장, 극장
돌발 사건, 사고 없이 무사히 1주 차 썸머캠프를 마쳤다. 남자아이들은 주말 축구 수업에 가서 축구 시합에 참여했다. 미국의 땡볕과 잔디밭 축구장이 익숙지 않은 아이들은 축구 시합이 끝나자 너무 덥고, 힘들고, 배고프다고 성화였다. Golden Corral이라는 미국 뷔페에 가서 다양한 미국 음식을 양껏 먹어치우면 되겠다! 초코우유 플리즈 하니 찰떡같이 알아듣고 가져다주시는 다정한 할머니 웨이트리스에게 감동한 아이들은 본격적으로 후라이드 치킨부터 피자, 스파게티, 스테이크, 애플파이, 초코 케이크, 젤로, 아이스크림까지 여러 음식을 골고루 맛보았다. 이곳의 미국음식은 짜지도 않고 입맛에 딱 맞는다며 몇 접시를 비웠다.
배부르게 점심을 먹은 아이들은 난데없이 최근 개봉한 미션임파서블 영화를 미국에서 영어로 꼭 보고 싶다고 졸랐다. 충분히 공중 질서를 지킬 수 있는 나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이들 티켓만 구입하여 영화관에 들여보내고 나와 남편은 오후의 에너지를 모으기 위해 근처 카페에서 커피타임을 갖기로 했다. 그래도 내심 걱정이 된 나는 어른들도 들어가서 같이 봐야 하는 건 아닌지 싶었지만 남편은 아이들이 커서 괜찮다고 나를 안심시켰다. 나쁜 예감은 언제나 맞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가 끝나고 사람들이 나오자마자 함께 나온 극장 스태프가 몇몇 손님들이 우리 아이들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영화감상에 방해가 되었다고 한다. 으이그! 차를 타고 집에 가는 내내 이곳은 깐깐한 어르신들이 많은 동네이니 더욱 공공질서와 매너를 잘 지켜야 한다고 매우 길~~~ 게 잔소리를 했다. 아이들은 사람들 다 같이 웃을 때 따라서 웃었을 뿐인데 웃으면 안 돼요? 물어보며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진실은 무엇인가?
Day 9. Sliding Rock 슬라이딩 락
어제의 교훈으로 아이들과는 실내 활동은 자제하기로 하고, 무조건 실외로 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집에서 40분 정도 차로 이동하면 Pisgah National Forest가 나온다. 피스가 국립수목원은 Brevard 북쪽, 애팔라치안 산맥에 걸쳐있다. 국립 수목원 일대는 나무들은 빽빽하고, 하늘로 쭉쭉 뻗어있어서 울창한 숲을 자랑한다.
피스가 국립수목원 안에는 여러 폭포, 계곡등 놀 곳이 많이 있는데 그중에 자연이 만든 바위 미끄럼틀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후다닥 점심을 준비해서 출발을 했다. 점심이 지난 시간이지민 벌써 주차장이 꽉 차 있는지 갓길에 주차를 했다. 집에서부터 수영복을 입고 나온 아이들은 어떤 곳일까 기대에 찬 눈빛이었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고, 바위 위쪽에서 아래로 주르르륵 미끄럼을 타고 내려왔다. 진짜 재미있겠다. 아이들은 세 번씩 슬라이딩락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와 물속으로 풍덩 빠졌다.
여섯 명의 아이들은 슬라이딩락에는 크게 환호하지 않았고 오히려 아래쪽으로 더 내려가 자신들의 사이즈에 맞는 리틀 슬라이딩락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놀이를 즐겼다. 입장료 이외에 별도의 비용 없이 계곡에서 세 시간을 알차게 보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Cook Out에서 초코쉐이크와 Corn dog를 픽업하여, 아이들은 차 안에서 간식을 먹으며 라디오에서 나오는 팝송을 옹알옹알 떼창을 하며 따라 부르고 까르르 웃었다. 하루하루 사촌들끼리 우정이 쌓이고 있다.
Day 10~ 14. 2주 차 Adventure Summer Camp
2주 차에는 Henderson County Park & Recreation center 주관하는 필드트립 캠프에 참여했다. 한 곳에 머무는 활동이 아니고 매일매일 차를 타고 헨더슨빌의 명소에 가서 아웃도어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곳에 살고 있는지 1년 차가 되어가지만 아직 모르는 곳이 많고, 막상 유명한 곳을 간다고 해도 어떻게 잘 놀아야 하는지 노하우가 없었는데 필드트립 캠프덕에 헨더슨빌의 유명한 곳을 관광하고 체험을 했다.
아이들이 갔던 곳은 Dufont State Recreational Forest, Chimney Rock State park, Headwater Outfitters, Riveter, Otter Creek water park이다. 그곳에서 하이킹, 수영, 튜브타기, 실내 암벽오르기, 카약타기 등 여러 활동을 했다. 아이들은 전뭌 여행 가이드와 함께 예상이 안 되는 곳으로 서프라이즈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었는지 매일 아침마다 들떠있었다. 새벽에 일어나 썸머캠프 등록하느라 힘들었을 뿐 비용도 저렴하고, 아이들에게는 한 곳에서만 머무는 데이캠프보다 만족도는 훨씬 컸다. 부럽군! 부모 썸머 캠프는 없나?
Day 15. 가자 플로리다로!
Hendersonville, NC ~ Kissimmee, FL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미국 여행지가 아닌 미국 시골에 와서 자연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은 도시에서의 오락을 더 좋아한다. 이왕 미국에 왔으니 지금이 기회다. 아이들 눈높이에 찰떡 맞춤인 유니버셜 스튜디오로 가자! 플로리다 올랜도로! 말해 뭣하랴.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그곳은 파라다이스인 것을. 해리포터 기차를 타보는 것만으로도 소원성취다. 다만 예산을 생각하여 헨더슨빌에서 플로리다까지 로드트립을 해야 하니 운전자의 수고로움이 예상된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실컷 놀아보자.
비가 보슬보슬 내린다. 늦잠을 잔 덕에 헨더슨빌에서 7시가 되어 출발을 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사우스캐롤라이나주->조지아주> 플로리다주, 로드트립을 하며 4개 주를 지난다. 오늘 1,000km가량 이동할 예정이다. 아이들은 차 안에서 영어로 해리포터 DVD를 보더니 1시간 만에 잠이 들었다. 중간에 깬 아이들은 화장실을 다녀오고 다시 미니언즈를 시청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특유의 날씬하게 쭉 뻗은 시원한 가로수들이 싱그럽다. 차를 휴게소에 정차하고 준비해 온 도시락까지 먹고 나니 이제 겨우 4시간이 경과했다.
집 떠난 지 다섯 시간 만에 조지아주에 입성했다. 사바나에 들어서니 도로 정체가 시작되며 풍경이 달라졌다. 찰스턴의 이정표가 보이길래 화장실에도 갈 겸 잠시 KFC에서 들러 치킨을 섭취했다. 예전 찰스턴에는 부유한 백인들의 목화 농장을 비롯하여 여러 농장들이 많았고, 인근 항구에서 흑인 노예선을 싣고 나르고 교류했던 미국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후라이드 치킨이 남부 음식으로 유명한 이유가 흑인 노예들이 돈은 없어 쇠고기는 비싸서 못 먹고, 노동은 많이 해서 허기지니 고열량에 값싼 치킨을 튀겨서 먹기 시작한다고 한다.
듣지 않는 아이들에게 열심히 미국 역사를 얕게나마 알려주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직선 도로를 몽롱하게 달렸다.
플로리다의 발랄한 구름을 감상하고, 왠지 악어가 나타날 것 것 같은 늪지대(?)도 스쳐 지나가고, 어느새 플로리다 Ormand Beach에 도착했다.
멀리서 먹구름이 보이기 시작하긴 했는데 갑자기 스톰이 몰려온다. 변화무쌍한 플로리다의 날씨덕에 삼십 분 만에 물놀이를 후다닥 정리하고 숙소를 향하여 출발했다. NC 헨더슨빌에서 FL 키시미까지 12시간 만에 오늘의 목적지인 에어비앤비 숙소에 도착이다. 조수석에서 앉아 있기만 했는데 피곤했는지 귀에서 삐 소리가 나고, 손에 힘이 없다. 운전한 남편은 얼마나 피곤할까? 숙소가 기대이상으로 깔끔해서 기운이 났다. 얼른 짐을 풀고, 홍삼 진액 한 포를 먹고 집에서 가져온 전기밥솥에 밥을 한 후 챙겨 온 밑반찬과 씨푸드 라면을 곁들여먹었더니 꿀맛이다. 이제야 살 것 같다. 숙소 안에 있는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겠다는 아이들을 간신히 만류하고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니 숙소에서 핸드폰을 조금 하다가 자라고 설득했다.
Day 16.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못 참지.
다음 날, 아침 6시에 기상하여 차 안에서 플로리다의 일출을 감상하며 유니버셜 리조트 안에 있는 호텔에 도착했다. 7시에 얼리 체크인을 하고, 익스프레스 티켓과 입장권을 받았다. 수상택시를 타고 출발하니 드디어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지구본이 보인다. 곧 해그리드 오토바이를 탄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내가 소풍 온 열 살 어린이가 된 것 같다. 심장은 왜 이렇게 나대고 떨리지? 고소 공포증 때문일 거다.
크고 작은 여러 산들로 둘러싸여 있어 다른 남동부 지역에 비해 서늘한 노스캐롤라이나주 헨더슨빌에서 여름을 지내다 온 우리에게 'Sunshine State'인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강렬한 여름 더위는 차원이 달랐다. 통구이가 되지는 않을까 염려될 정도로 올랜도에서 한 낮 활동은 무리였다. 더군다나 아이들과 땡볕에서 어트랙션 줄을 기다리는 것은 수명을 단축시키기에 매우 적합했으므로 생명 연장을 위하여서도 가격은 사악했지만, 익스프레스 티켓을 제공하는 호텔을 선택한 것은 정말 탁월했다. 몇 번을 생각해도 백 번 잘한 결정이었다. 첫날에는 오전 8시 전에 입장하여 1 파크에서 놀다가 호그와트 익스프레스 열차를 타고 호그 스미드 마을로 넘어가서 시간을 보냈다.
Day 17.
집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놓인다. 4시경에 Chick-fill-A 칙필레에서 치킨 샌드위치로 이른 저녁을 해결하고, 휴게소에서 잠시 화장실에 들르고, 굳은 몸을 풀어준 후, 곧장 집으로 갔다. 8시간 만에 올랜도에서 헨더슨빌로 다시 돌아왔다. 매일 파티장에 있는 것 같은 올랜도 유니버셜에 다녀온 우리에게 헨더슨빌은 고요 그 자체였다. 가장 미국적인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갔지만 들썩이는 흥은 이틀이면 족하다. 도시의 화려함과 유흥도 좋지만 살기에는 헨더슨빌이 최고다. 이제 한적한 곳이 익숙하고 나에게 어울리는 것 같다. 아이들의 생각은 또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미국의 모습은 조용하고 한산한 헨더슨빌이다. 현재로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