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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 May 26. 2022

아무것도 몰라도 그냥 발리에 갈래

내 꿈을 '지금' 살기

"어랏, 이제 발리를 갈 수가 있나 봐??"


"그래도 아직 위험하지 않을까?"

"그런가? 아무래도 그렇겠지?"

.................

.............

......


"아빠, 나 발리 갈래!!!!"



우연히 TV에서 발리가 나오는 걸 봤다. 즐거워 보였다. 너무 행복해 보였다. 여유로워 보였다. 나도 가고 싶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지금 못 갈 이유가 없었다. 5년 간 쉬지 않고 일했지만 그 날의 나는 3일 차 백수였다.


새벽 공기를 마시며 일어나 요가 샬라로 향한다. 사방이 트인 곳에서 초록 초록한 친구들을 보며 요가를 한다. 점점 태양이 떠오른다. 땀이 난다. 나무 그릇 가득히 건강한 음식을 담고 전 세계에서 모인 친구들과 수다를 떤다. 바닷가로 향한다. 비치 베드에 누워 뜨거운 햇살 받으면서 그린 망고 셰이크를 마신다. 침이 고일 정도로 새콤달콤한 맛에 미간이 찌푸려진다. 눈앞에는 신나게 서핑을 타는 사는 사람들이 있다. 시끌벅적한 소리는 점점 멍해지고 나는 그대로 낮잠을 잔다.


'그래! 발리에서 요가를 하는 게 내 꿈이었어'

경제적 자유를 이룬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냐는 질문에 언제나 내가 그린 그림은 이거였다. 야자수 나무가 있고, 명상을 하고, 요가를 하고, 건강한 야채/곡물/과일이 가득한 음식을 먹고, 수영하고, 카페에서 글 쓰고, 줌으로 사람들을 만나며 일하기.  


왜 이런 삶은 경제적 자유를 이룬 후에야 가능하다고 생각했을까?

나중에 내가 돈도 많고 시간도 많으면 그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일기에 적어 두기만 했다. 가끔 사람들이 물어보면 '언젠가 디지털 노마드가 되어 그렇게 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고 싶었다. 이번만큼은 언제 올지 모르는 그 '언제가'를 위해 미루고 싶지 않았다.


'지금 내가 꿈꾸는 삶을 살겠어!'
'지금 여유롭고 평온하게 사는 사람이 되겠어!'



정말 몇 초만에 다짐을 했던 것 같다. 아빠에게 뜬금없이 나는 곧 발리를 가겠노라 외치고 방으로 돌아와선 바로 구글링을 시작했다. [Bali Yoga Teacher Training].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오는 아티클 4-5개를 팝업창으로 띄웠다. 아고다처럼 요가 스쿨만 모아둔 사이트가 나왔다. 복잡해 보였다. 각종 요가원 사이트도 나왔다. 글이 너무 많아서 읽기 피곤했다. 그나마 9 Best Yoga Teacher Trainings in Bali이란 기사가 여러 곳의 가격, 위치, 간략한 소개를 잘 정리해 두어서 꼼꼼히 읽었다.


대략 3000달러면 어느 곳에서든 한 달 코스를 들을 수 있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비싸지 않아서 놀랐다. 요가 자격증을 딴 친구들이 몇몇 있는데 그 당시 한국에서 200만 원 정도를 준 걸로 알고 있다. 오션뷰, 논 뷰(라이스 필드), 포레스트 뷰 등 끝내주는 뷰를 가진 요가원에서! 숙식이 제공되고! 국제자격증까지 취득할 수 있는데! 어머, 이거 너무 괜찮네라고 생각할 수밖에..!  


그 후 2주 동안 나는 매일 늦은 새벽까지 요가 스쿨에 대한 정보를 긁어모으기 시작했다. 위치, 가격, 커리큘럼, 숙소를 포함하여 지도해주시는 선생님의 인스타까지 하나하나 다 들어가서 글을 읽었다. 문제는 찾으면 찾을수록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하기가 어려웠다는 거다.

일단 정보가 너무 많은데 내용이 다 비슷하다. 홈페이지에서 소개글도 비슷하고, 인스타는 뭐랄까 너무 공식적이라 재미가 없었다. 전형적인 아름다운 배경에 신기한 요가포즈를 취하고 이런저런 과정 진행 중이고, 세일 중이니 얼른 신청해~ 이런 느낌. 그냥 광고다. 한국 사이트에는 정보가 더 없었다. 최신 정보는 더더 없었다. 그래서 내가 열심히 찾고, 준비하는 과정을 공유하고 싶다.


오늘 드디어 요가원과 숙소를 등록했다. 그 외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여권도 만료됐다. 참 대책이 없지만 어떻게든 대책을 세우겠지. 사실 무계획으로 숙박도 안 잡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타입이라 이런 게 너무 귀찮은데, 그래도 이번엔 계획을 세워야겠지.

난 어쨌든 발리에서 잘 지내겠지!

아무것도 몰라도 발리에 가겠지!


I don't know how to get there, but I just know I will. - Bob Pro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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