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리 Dec 08. 2022

자유롭기 위해


조급하다. 일부러 속도를 낸다.

내 마음 속에 데드라인이 있다.

'발리를 가기 전'이라는.


아무도 나에게 그 전까지

무언가를 해놓아라고 말한 적이 없지만

나는 무언가를 해놓고만 싶어진다.


그래서 루틴을 다진다.

상상이 허상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현실이 되려면 반복되는 '하루'들을

또 보내고, 또 보내야 한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차를 끓이고, 몸을 풀고, 수업 준비를 하고.

수업을 하고, 하루를 계획하고, 글을 쓴다.


솔직히 재미가 없다.

노는 것도, 쉬는 것도, 즐기는 것도 없다.

일만 하는 느낌인데,

사실 그 일이 재밌는거일수도.

다른 일들을 별로 하고 싶지 않을만큼.


예전엔 이 '똑같음'이 너무 싫었다.

더 새롭고, 더 자극적이고, 더 신나는

무언가를 찾고 싶었다.


이런 '보통의 시간들'을 견디지 못했다.

이제야 알 것 같다.

결국 이 지난함이 쌓여야 내가 원하는 곳에 간다.


아무도 봐주지 않지만

당장 결과가 보이지도 않지만

나는 여전히 '똑같은 하루'를 세운다.


매일 그 똑같은 하루를 세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몰랐다.


아니, 사실 너무 잘 알아서 피하고 싶었다.

"자유롭고 싶어"라며.


자유롭기 위해 오늘도, 내일도 나는

자유롭지 않은 하루를 보낼 예정이다.

잘 짜여진 규칙들을 살아낼 예정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냐구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