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마지막 포스팅 이후로 폰과 컴퓨터를 만지지 않았다. 미래에 대한 걱정, 불안, 우울이 아니었다. 주로 그런 류의 고민으로 밤을 지새운 적이 많았지만. 그보다는 불편함에 가까웠다. 내가 내가 아닌 듯한 느낌.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게 내가 원하는 것이고, 이게 내 목표고, 꿈이고, 길이라며 자신만만하게 외쳤었다. 그런데 한 순간에 그 모든게 내 것이 아닌 듯한 느낌이었다.
잠을 엄청 잤다. 아무리 자도 계속 계속 자고 싶었다. 보통은 생각을 멈추고 싶어서, 무엇으로부터 도망을 치고 싶을 때 나는 내리 잔다. 이번엔 그 뿌리가 무엇인지, 이 마음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도 묻지 않았다. 그저 잠을 잤다. 왜 자느냐고, 언제까지 누워 있을거냐고 따지지도 않았다.
나는 내가 무엇에 지쳤는지 몰랐다. 내가 내 몸의 목소리를, 내면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내달리기만 한 것도 아닌데, 별안간 왜 갑자기 모든게 그냥 다 하고 싶지 않아졌는지. 근데 이것도 어쩌면 오버인게 그래봤자 겨우 일주일도 안된다. 나는 주말에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것, 그렇게 주말을 지나쳐 월요일에 할 일을 하지 못한 것을 다 세고 있었다. 정작 하지는 않을 거면서 신경은 계속 쓰고 있으니 스트레스는 계속 받았겠지.
명상도, 요가도, 관찰일기도 안하지 않았다. 내가 아는 방법을 다 써봤는데도 마음은 계속 흙탕물처럼 뿌옇게 흐렸다. 뭘 원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늘어지게 자고 싶다는 것과 영화와 소설같은 이야기를 즐기고 싶다는건 알 수 있었다. 하루에 적게는 1편, 많게는 3편까지도 영화를 봤다. 이럴 땐 역시 로맨틱 코미디가 최고다. 가볍고, 웃기고, 사랑이 넘치고.
그리고 목요일이 된 오늘, 몇 시간 동안 마인드풀TV를 틀어뒀다. 호흡을 했다. 가슴 정중앙이 아주 꽉 막혀있었다. 대단히 큰 돌덩이로 목구멍을 막아둔 것처럼 답답했다. 정민님의 목소리에 귀는 열어두고 눈은 감고 호흡에 집중했다. 그렇게 3시간이 지났을까? 드디어 일어나고 싶었다.
씻었고, 온 집안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환기도 오래도록 했다. 한 동안 나에게 건강한 음식을 주지 않았다는 것도 알았다. 과자도 안 좋아하면서 이 기간엔 1일 1봉지를 먹어 치웠다. 저녁엔 달달구리 케이크로 디저트를 챙겨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결국 밀가루와 설탕 속에 난 절여졌겠지. 덕분에 기분은 같이 짭쪼롬해지고.
살아난 기분을 동력 삼아 오늘 올려야 할 콘텐츠를 만들었다. 업로드를 끝내고 나니 순간랩 모임을 할 시간이었다. 정말 가볍게 들어간 그 시간에서 나는 내가 그렇게 울 줄 몰랐다. 눈물, 콧물은 기본이고 손과 어깨까지 덜덜 떨면서.
뭐가 그렇게 서러웠을까, 뭐가 그렇게 슬펐을까. 대단히 날 힘들게 하는 건 없었다. 그럼에도 난 짜증이 났고, 날이 섰고, 남자친구를 쏘아 부쳤다. 관계는 삐그덕거렸고 난 우릴 망치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굴었다. 집요하게 지독하게 말했다. 그게 에고의 짓임을 알아차렸음에도 그냥 그러고 싶었다. 나는 뭐가 그렇게 나를 벌하고 싶었을까.
그 모든 일들이 지나쳐 가며, 나는 계속 울었다. 친구들의 따뜻한 응원 속에서, 칭찬샤워를 받았다. 펑펑 울고나니 속 시원했다. 그건 사랑이었다.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느꼈다. 나는 그저 받아들여지고 싶었다. 그 누구도 아닌 나에게. 작년 한 해 동안 괄목할만한 모습을 보여줬음에도 나는 나를 인정해주지 않았나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는 더더욱 받아주지 않았겠지. 그래서 남자친구한테도 기대고, 친구들한테도 기댔을 것이다. 다행히 나는 넘치는 사랑 안에서 복에 겨운 애정을 받고 있었다. 그걸 깨달았을 때 부끄러웠고, 미안했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아주 큰 위안이 된다.
나를 사랑하기 위해 나를 망치는 일은 이제 그만두겠다. 나는 그냥 나를 더 사랑하겠다. 2023년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정말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