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을 잇다
(내놓고 말하기는 쪼까 거시기하지만) 나는 지능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지능은 속력을 의미할 뿐 방향까지 결정해 주지는 않는다. 방향을 정하는 것은 끊임없는 자아성찰, '나는 제대로 가고 있는가'에 관한 겸허하고 통렬한 반성이다. 그동안 나는 남들이 걸어갈 때 부지런히 속력을 내어 잘못된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었더라.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속력을 줄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성급하게 몸을 돌리면 올바른 방향을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넘어지고 깨어지고 다친다. 나에게 위대한 멈춤이 필요한 이유다. 위대하게 멈추고 기꺼이 전환기에 몸을 던지는 용기가.
삶이 고통을 통해 우리를 부를 때,
상황을 타개하고자 더 열심히 노력하며 발버둥 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방황을 할 때에는 깊이 방황하는 것이 낫다.
... 전환 과정에서 이러한 고통과 혼란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것을 믿고
공포감에 사로잡히거나 거부하지 말아야 한다.
<위대한 멈춤 中>
이 책은 전환기의 도구 9가지를 소개한다. 나는 그중에 글쓰기를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전환기로 빨려 들어갔다. 온라인 코칭 모임을 시작하면서 10여 년 만에 다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기를 쓰기 시작한 날, 내 안에 울려 퍼지는 비난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그것이 내 목소리 같지가 않아서, 그때부터 '진짜 내가 누구인지' 글을 쓰면서 나를 성찰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장소. 얼마 전 '나를 사랑하는 여행'을 떠났지만 그것은 엄밀히 말해 여행이라기보다는 '내가 있을 장소'를 찾는 작업이었다. 그리고 찾았다. 그곳에서 나는 평온, 안락, 휴식을 누렸고, 내가 어떤 공간에 있을 때 가장 편안한지 깨달았다. 나는 바다의 푸름 또는 식물의 초록이 보이는 큰 창, 그 창을 마주 보고 앉아 글을 쓸 수 있는 테이블, 그리고 나의 긴장을 이완시키는 따뜻한 차 한 잔이 담긴 예쁜 찻잔이 있는 공간을 사랑한다. 일상으로 돌아와서 그 공간을 현실화할 방법을 찾는 중이다.
또 하나, 공동체. 나는 온라인 코칭 모임에서 내 글을 읽고 공감해 주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렇게 존재 대 존재로 마주하는 관계가 또 있을까. 우리는 서로가 있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나의 글쓰기는 그것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음으로써 더욱 힘을 얻는다.
"영웅이 두려움이 없는 사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속으로는 두려워하면서도
어둠을 향해 떨리는 한 발짝을 내딛는 사람이다.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보다 더 가치 있는 무언가를 간절히 추구하는 의지다.
<위대한 멈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