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삶의 미학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밍이 Jan 12. 2021

위대한 멈춤

책과 삶을 잇다

(내놓고 말하기는 쪼까 거시기하지만) 나는 지능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지능은 속력을 의미할 뿐 방향까지 결정해 주지는 않는다. 방향을 정하는 것은 끊임없는 자아성찰, '나는 제대로 가고 있는가'에 관한 겸허하고 통렬한 반성이다. 그동안 나는 남들이 걸어갈 때 부지런히 속력을 내어 잘못된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었더라.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속력을 줄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성급하게 몸을 돌리면 올바른 방향을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넘어지고 깨어지고 다친다. 나에게 위대한 멈춤이 필요한 이유다. 위대하게 멈추고 기꺼이 전환기에 몸을 던지는 용기가.   


삶이 고통을 통해 우리를 부를 때, 
상황을 타개하고자 더 열심히 노력하며 발버둥 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방황을 할 때에는 깊이 방황하는 것이 낫다.
 ... 전환 과정에서 이러한 고통과 혼란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것을 믿고 
공포감에 사로잡히거나 거부하지 말아야 한다. 
<위대한 멈춤 中>

이 책은 전환기의 도구 9가지를 소개한다. 나는 그중에 글쓰기를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전환기로 빨려 들어갔다. 온라인 코칭 모임을 시작하면서 10여 년 만에 다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기를 쓰기 시작한 날, 내 안에 울려 퍼지는 비난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그것이 내 목소리 같지가 않아서, 그때부터  '진짜 내가 누구인지' 글을 쓰면서 나를 성찰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장소. 얼마 전 '나를 사랑하는 여행'을 떠났지만 그것은 엄밀히 말해 여행이라기보다는 '내가 있을 장소'를 찾는 작업이었다. 그리고 찾았다. 그곳에서 나는 평온, 안락, 휴식을 누렸고, 내가 어떤 공간에 있을 때 가장 편안한지 깨달았다. 나는 바다의 푸름 또는 식물의 초록이 보이는 큰 창, 그 창을 마주 보고 앉아 글을 쓸 수 있는 테이블, 그리고 나의 긴장을 이완시키는 따뜻한 차 한 잔이 담긴 예쁜 찻잔이 있는 공간을 사랑한다. 일상으로 돌아와서 그 공간을 현실화할 방법을 찾는 중이다.



또 하나, 공동체. 나는 온라인 코칭 모임에서 내 글을 읽고 공감해 주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렇게 존재 대 존재로 마주하는 관계가 또 있을까. 우리는 서로가 있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나의 글쓰기는 그것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음으로써 더욱 힘을 얻는다.


"영웅이 두려움이 없는 사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속으로는 두려워하면서도
어둠을 향해 떨리는 한 발짝을 내딛는 사람이다.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보다 더 가치 있는 무언가를 간절히 추구하는 의지다.
<위대한 멈춤 中>"


매거진의 이전글 초보지만 성공했어, 인테리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