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삶의 미학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밍이 Jan 02. 2021

초보지만 성공했어, 인테리어

인테리어 추천템 열전

먼저 말씀드리지만, 이 글은 셀프 인테리어 공사 후기가 아니다. A부터 Z까지 공사업체가 전부 담당했다. 

그저 인테리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미리 공부조차 하지 않은 사람이 "사모님, 뭘로 하실래요?"라는 질문의 홍수 속에서 벼락치기로 고민하고 선택한 결과, 보기에 썩 좋고 만족스러웠던 것들을 추려 알려드리고자 한다.  

그리고 우리 집 컨셉은 '우드 앤 화이트'였다. 대리석이나 패브릭 같은 심오한 세계는 잘 알지 못한다. ^^;


1. 헤링본 마루

바닥 마루를 헤링본으로 깔면 엄청 멋스럽다는 인테리어 업체 사장님(이하 '사장님'으로 함)의 추천으로 선택했다. 사장님이 색과 무늬가 다른 나무판대기(?)를 십여 개 내밀면서 고르라고 하는데 현기증이 나더라. 그래서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오크'로 하라는 명을 주셨다. 심플한 걸 좋아하는 내 눈에 보기에는 좀 현란해 보였으나, 하고 보니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물결무늬가 살아나는 것 같다. 매우 만족스럽다. 


2. 원목 싱크대

옛날부터 로망이었던 원목 싱크대. 하지만 사장님이 만류하셨다. 관리하기 까다롭다고, 전문 요리사들이나 하는 거라고. 쉽게 단념한 나와는 다르게, 모든 물건 선택의 기준이 오직 디자인인 남편이 '어차피 우리 와이프는 요리를 많이 하지 않는다'라고 우겨서;; 결국 했는데, 정말이지 너무 예쁘다. 원목 상판에 상, 하부장을 무광 화이트로 선택하면 다른 인테리어 소품이 필요 없다(리** 키친에는 원목 + 그린 조합이 있던데 그것도 꽤 어울렸다). 우리는 스메그 인덕션 깔았는데 이 조합이 완전 베스트이고, 꼭 그런 아이템 아니라도 모던***에서 몇 천 원짜리 소품 갖다 얹어도 다 멋스럽다.

뜨거운 냄비 같은 건 함부로 못 올리지만 어차피 상판에 직접 올릴 일도 별로 없고, 처음 2~3주만 물기 바로바로 닦아주면 그 뒤로는 생각보다 관리가 어렵지 않다. 사진처럼 여러 색 믹싱 된 어두운 상판 선택하면 뭐 묻거나 파여도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사장님께 관리 의외로 쉽다고 했더니, 사실 원목 상판에 대해 잘 몰라서 비추천했다고 실토하셨다. ㅋ


3. 붙박이 벤치

요새 식탁의자 한쪽이 거의 벤치인 것에 착안해서, 가구 짤 때 뚜껑을 열면 수납을 할 수 있는 벤치의자를 만들어 벽에 붙박이로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주위에는 수납장을 짜 넣고, 가운데를 비워서 간접조명 깔고 미술품 설치했더니 공간 활용에도 좋고, 꽤나 멋스럽다.


4. 우드 슬랩

(윗 사진 식탁) 통나무를 슬라이스 해서 가공한 것을 우드 슬랩이라고 하는데 상판으로 다리를 달아서 식탁을 만들 수 있다.

첫 번째 추천 이유는 유니크함. 나무를 그대로 자른 것이기 때문에 같은 제품이 있을 수가 없다. 나무에 따라 색도 결도 다 달라서 그중 마음에 드는 거 고르면 된다. 유니크함이라면 양잿물도 마실 남편이 ㅋ 전시장에 들어가자마자 놀이동산에 온 어린아이처럼 신나 하더니 제일 유니크한 것을 골랐다. 사장님이 오랜만에 물건 볼 줄 아는 손님이 왔다며 둘이 얼마나 신나게 얘기하던지... 나뭇결 사이에 배인 먹색의 아름다움에 관해 토론하고 있는데 제가 옆에서 "그거 곰팡이 아닌가요?" 했다가 둘 다 흠칫 놀라는 걸 보고 입을 닫았다. 마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미란다(메릴 스트립)가 앤디(앤 해서웨이)를 쳐다보는 표정이랄까. 

유니크함 따위는 1도 관심 없는 나도 우드 슬랩은 마음에 들었는데, 길이와 너비를 원하는 대로 고를 수 있기 때문. 붙박이 벤치를 먼저 만들어 두고, 그에 맞춰 식탁을 골랐는데 최적의 사이즈가 1700x700 정도였다. 기성품에서는 잘 찾을 수가 없었는데 매장 가서 사장님한테 비슷한 사이즈를 골라달라고 해서 샀고, 만족스럽다.


5. 스탠드 냉장고 2개 이어 붙이기

우리 집 인테리어 중 지인들 사이에서 가장 히트 친 작품. 냉툭튀를 극혐 하는 남편이 무조건 빌트인으로 하겠다고 해서 비스** 빌트인을 보러 갔는데 그 옆 가게에 있던 스탠드 냉장고가 예뻐 보여서 고민하다 질렀다. 스탠드 두 개 나란히 붙이고 냉장고에 맞춰서 장을 짜 넣었다. 냉장고 용량 적을까 봐 걱정했는데 어차피 나는 식재료 쟁여두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해서 넉넉하다. 빌트인 냉장고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하면서 비슷한, 어쩌면 그 이상의 효과를 내는 것이 매력포인트.


6. 세탁실 봉

건조기 위에 선반 얹고, 상부장 밑에 봉을 설치해서 작업실을 만들었다. 건조된 세탁물을 선반 위에 올린 다음 바로 옷걸이에 걸 수 있으므로, 세탁실 안에서 빨래를 다 개어 나올 수 있어서 편리하다. 마른빨래가 집안을 돌아다니지 않게 하겠다는 남편의 굳은 결의가 담긴 작품. ㅋ


7. 기타

'리얼 페인트 느낌 벽지 + 간접조명'하고 그림 걸면 갤러리 느낌 난다고 해서 **벽지 리얼 페인트를 시공했다. 느낌이 좋아서 만족하는데, 때가 잘 탄다. 아이방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는 생각.


취향 차이는 있겠지만, 간접조명을 많이 하면 집 전체가 카페나 갤러리 느낌이 난다. 시공할 때 사장님이 무슨 카페보다 간접조명이 많냐고 투덜댔는데, 스위치 따로 달아서 어차피 안 켜고 싶으면 안 켜도 된다고 생각하고 밀어붙였다. 해놓고 보니 예쁘다. 특히 그림 걸 자리에는 간접조명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많이 차이 난다.


호텔식 욕실을 꾸미고 싶었는데 이것저것 알아볼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타일을 이태리 + 스페인산으로 썼더니 얼추 비슷한 느낌이 난다. 인테리어 초보자가 느끼기에도 타일 선택이 중요한 것 같다.


나는 결혼 준비가 '선택과 결제의 연속'이라고 생각했는데, 인테리어도 만만치 않더라. 두 번은 못할 것 같기도 하고, 다음에 다시 하면 더 잘할 것 같기도 하다.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이지만, 공사 처음 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title photo by Annie Spratt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집콕을 즐기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