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왜 공부를 못할까? (1)

자기주도학습

by 밍이


우리는 흔히 '아이들은 공부를 싫어한다'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부터 공부를 싫어했던 어른들이 많으니 그럴 법도 하지요.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사람은 원래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면서 보람을 느끼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거창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합니다. 아이들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학교에서의 시간의 질은 공부를 잘하느냐, 못 하느냐에 영향을 받기 쉽기 때문입니다. 공부는 아이들에게 주어진 과업이고, 자신이 그것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와는 관계없이, 자기 과업을 못해내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인생의 행복을 결정짓는 요소가 무엇인지 물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적 성공을 떠올리지만 이것이 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압니다(다만 경제적 안정 등 성공에 따라오는 요소들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요). 조금 깨어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성공보다는 대인관계가 중요하다고 대답할 것인데, 사실은 이것도 꼭 맞는 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주위 사람들과 사랑을 주고받는 관계'뿐만 아니라 '일에서의 효능감'도 필요합니다. 즉 내가 내 일을 잘하고 있다는 만족감이 있어야 자존감도 생기는 것이지요. 아무도 '사랑스러운 바보'가 되고 싶어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러므로 아이들은, 그들의 능력과 성적에 관계없이 사실은 공부를 잘하고 싶어합니다. "우리 애는 학교 성적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아요. 아무 생각이 없어요."라고 한탄하는 부모님이 계실지도 모릅니다만, 부모 눈에만 그렇게 보일 뿐 아이는 의외로 민감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지금은 정말로 무신경할 수도 있지만 그 상태가 언제까지나 계속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 왜 공부를 못(안)하는 것일까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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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이 원하기 전에 강요당했을 때

우리가 이상적으로 꼽는 자기주도학습의 사전적 정의는 '학습자 스스로가 학습의 참여 여부에서부터 목표 설정 및 학습계획의 수립, 교육프로그램의 선정과 학습계획에 따른 실행, 평가에 이르기까지 교육의 전 과정을 자발적 의사에 따라 선택, 결정하고 조절과 통제를 행하게 되는 학습형태'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자발적 선택'이지요. 숙제하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엄마가 도끼눈을 뜨면서 "어서 숙제해!" 하면 하기 싫어지는 경험은 누구나 있죠. 아이들이 뭔가를 배우고 싶기 전에 들이밀 때 당연히 거부감이 들면서 하고 싶었던 마음마저 사그라듭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갖춰야 할 덕목이 '기다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리다가 적기를 놓칠 수도 있죠. 자기주도학습이란 게 공부를 처음 하는 어린아이들이 곧바로 해낼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배우고 싶은 욕구가 있고 그것을 표현하는 아이라면 괜찮지만, 자기 욕구를 잘 깨닫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뭘 해도, 공부보다는 노는 게 재밌습니다. 그러니 아이가 어느 날 "엄마 나 공부하고 싶어!"라고 말하기를 기다린다면, 아마도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예전 글(좌충우돌 엄마입니다만,)에서 주야장천 말씀드린 것처럼, 일단은 아이를 관찰해야 합니다. 아이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지금이라면 뭘 해낼 수 있고 뭐는 아직 이른 지 관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흥미를 보이는 영역이 있다면 체험의 기회를 적극 주고요.


흥미를 보이지 않아도 그럭저럭 싫지 않은 선에서 할 것 같으면 슬쩍 디밀어보고, 싫어하면 다시 빼고... 이런 과정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하고 싶은지, 하기 싫으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이걸 하면 어떤 점이 좋은지' 등을 충분히 이야기하고요. 만약 내가 보기에는 지금 이걸 꼭 시켜야 할 것 같은데 아이가 싫다고 한다면 '일단 한 달만 해보고 싫으면 그만두자'는 식으로 아이를 설득할 수도 있지요.


아이가 계속 거부하는데도 억지로 하지는 마세요. 목마른 말을 물가로 데려가는 것은 우리의 일이지만 말에게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습니다. 말이 목말라하는데도 물가에 데려가지 않는 건 방치이고, 말의 머리를 물속에 처넣고 강제로 마시게 하는 것은 폭력입니다. 공부정서 망치면 될 일도 안 됩니다.


이 나이에 이 정도는 꼭 해야 하는 과업인데 아이가 안 하려고 한다면, 시키긴 시키되 아이에게 선택권을 많이 주세요. 어떤 방법으로 할지, 얼마나 할지, 언제 할지... 아이가 조금이라도 자기 스스로 정할 수 있다고 느끼도록요.


생각나는 일화를 하나 덧붙이겠습니다. '시키는 엄마 vs. 놀리는 엄마'에서 언급한 것처럼 저희 아이가 모든 학원을 거부하고 집에서 쉬던 때가 있었어요. 되게 널럴한 영유 1년 막 졸업한 참이어서 학원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배운 걸 금세 까먹을 상황이었습니다. 영유 원장님도 무조건 학원 보내야 된다고, 3개월만 넘어가도 힘들다고 말씀하셨어요(그리고 그것은 현실이 되었지요....... 쓰읍.....).


그런데 아이가 거부하는 것이 분명하니 존중해 주기로 결심하고 같이 집에 있으면서 아이가 어쩌다 영어만화를 볼 때 옆에서 지켜봤어요. 그러다가 가끔씩 제 귀에 들리는 문장들을 한 문장씩 따라서 말하고 있자니 아이가 "엄마, 하지 마." 그러는 겁니다. 왜? 너한테 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내가 내 입으로 말하는 건데?


아이는 왜 그랬을까요? 만화 보는데 시끄럽고 방해되어서 그랬을까요? 아닙니다. 제 의도를 읽었던 거죠. 학원 안 다니고 엄마표로 영어 하려면 미미킹(들은 문장을 그대로 따라 말하기)이 제일 효과적이라는데, 아이에게 시켜봤자 안 할 것 같으니 옆에서 본이라도 보이려고 따라 읽은 거예요. 엄마가 같이 만화를 보다가 흥이 나서 저절로 입술을 움직였다면 아이는 그냥 흘려들었을 거예요. 엄마가 말은 안 하지만 '엄마 하는 것 좀 봐. 너도 이렇게 했으면 좋겠어.'라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의도된 행위를 하니 그게 강요로 다가와서 숨 막혔던 것이지요.


아이를 믿고 지켜본다는 것은 뭔가를 지시하는 행위를 그치는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깊숙이 숨어있는 '의도'까지 버리는 것입니다. '네가 이렇게 했으면 좋겠어. 이게 너한테 좋아.' 그런 의도. 의도를 가지고 아이의 행동을 지켜보면, 자신의 의도대로 하지 않을 때 불안감이 싹트고, 그것이 어떤 식으로든 아이에게 전달될 겁니다. 이왕 지켜보기로 한 거, 시원하게 믿고 맡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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