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 관계에 어려움이 있을 때
우선 애착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기가 어렵습니다. 애착은 생존과 직결되는 감정이기 때문에, 애착이 없는 아이들은 무의식 중에 끊임없이 자기 생존과 안전을 걱정합니다. 사방에서 포탄이 떨어지는 전쟁터 한가운데에 있는데 한가하게 책이 눈에 들어오겠습니까.
이 경우에는 공부고 뭐고 손 놓고 무조건 아이 마음의 구멍을 채워주어야 합니다. 다행한 것은 애착이 한 번도 손상되지 않은 것보다, 손상되고 회복된 애착이 더 단단하게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애착은 괜찮아도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경우, 특히 부모나 형제, 친구들 등 가까운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에는 공부에 쏟을 에너지 대부분을 관계에 빼앗기게 됩니다. 특히 관계 민감형 아이들은 이런 경우가 많은데, 만약 입시가 얼마 남지 않은 급박한 상황이라면 부모 속은 타겠지요.
'뭘 이런 거 가지고 고민이냐, 입시가 코 앞인데 일단 공부에 전념하라'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애초에 그런 말 듣고 정신 차릴 수 있을 거 같으면 고민하지도 않겠죠. ㅎㅎ 아이의 문제를 함께 해주고 공감해주고, 가능하면 문제의 원인을 해소할 수 있으면 좋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정코칭 방법을 알아두는 것이 필요한데요. 여기에 관해서 이미 '너의 마음에 머물러 줄게'에서 자세히 언급했기 때문에 거기 없는 내용만 덧붙이겠습니다.
감정코칭에 관한 책들에서 여러 단계를 언급하고 있는데, 그게 어렵다면 다른 거 다 버리고 하나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로마서 12:15)'. 아이가 기뻐하면 같이 기뻐하고, 슬퍼하면 같이 슬퍼하시면 되는 거예요. 문제 해결해 주려고 너무 애쓰지 마세요. 감정이 충분히 받아들여지면 아이는 스스로 길을 찾아갑니다.
그런데 사실 같이 기뻐하고 같이 슬퍼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첫 번째 이유는 우리는 모두 자기중심적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 내 눈에 쓰인 굴절된 렌즈를 통해서만 볼 수 있거든요. 진짜 저 사람이 어떤 기분인가를 알아채고 같이 느끼기보다는 '내가 저 상태였으면 어떤 기분을 느끼겠는가' 즉 철저히 나 중심적인 관점에서 사물을 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앞글에서 말한 '의도' 때문입니다. 아이가 뭘 잘했을 때 아이의 감정선 이상으로 호들갑스럽게 반응한 적 다들 한 번씩 있으실 거예요. 왜 그럴까요? 과하게 반응함으로써 아이의 행동을 강화시키고 싶은 의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잘했다고 칭찬하고 기뻐하면 신나서 더 잘하겠지... 솔직히 말해서 이것은 '칭찬으로 아이를 조종하는 것'입니다. 칭찬의 역효과에서 자주 언급되는 행위이지요.
예전에 저희 애가 그림을 그려서 보여준 적이 있어요. 저는 평소보다 두 옥타브쯤 목소리를 올려서 "어머, 이거 소망이기 그린 거야? 너무너무 잘했다!!!" 하고 말하며 얼굴 근육을 총동원해서 웃어줬어요. 그랬더니 아이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저를 보면서 "그 정도 아니야, 엄마." 이러더라고요. ^^; 아이에게 제 반응은 칭찬도 공감도 아닌, 또 하나의 강요였던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