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왜 공부를 못할까? (3)

자기효능감

by 밍이


- 실패가 체화되었을 때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지금 한국을 휩쓸고 있는 조기교육 열풍 하에서는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의 뇌 성장이 충분하지도 않은 영유아 때 학습을 들이밀었다가 잘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 아이는 은연중에 '나는 못해. 나는 무능해.'라는 감각을 몸으로 익히게 됩니다. 특히 요새는 조기교육으로 만들어진 천재들이 많아서 아이는 은연중에 자기 자신을 옆에 아이들과 비교하면서 열패감을 더해갈 수 있습니다.


실패가 체화된 아이들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 일단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다'라고 계속 말해주세요. 말만 그럴 게 아니라 부모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부모에게서 받는 메시지 중 언어로 된 것은 10%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표정, 말투, 목소리톤, 동작 등 비언어적 메시지이지요. 말로는 "성적은 중요하지 않아"라고 하면서 나도 모르게 성적표를 보고 한숨을 쉰다? 어릴 때에는 언어적 메시지와 비언어적 메시지 사이의 충돌로 혼란스러워하면서 눈치를 볼 것이고, 좀 커서는 부모를 위선자로 생각하겠지요.


그리고 작은 성취 경험을 반복해서 쌓게 해 주세요. 그게 처음부터 공부일 필요는 없습니다. 하나를 잘해보면 다른 것도 잘할 확률이 높습니다. 운동이든 미술이든 음악이든, 하다못해 어른들 눈에는 하잘것없어 보이는 종이 접기나 요요 돌리기 등 뭔가를 도전해서 잘하게 된 경험이 쌓이면 아이는 자신감을 회복합니다. '나는 공부도 못하고 아무것도 못해.'에서 '나는 공부는 못하지만 요요는 잘해.'로 바뀌었다가 '공부도 한 번 도전해 볼까?'의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자신감은 다른 영역에 전염됩니다.


가능하면 스스로 무엇을 배울지 선택하고, 어떻게 배울지 알아보고, 자기가 선택한 방법으로 시도하면 더 좋습니다. 이게 바로 자기주도학습이지요. 미래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는 주어진 커리큘럼을 잘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라 이런 사람입니다.


여기서 잠깐 선행학습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선행학습 왜 시키시나요? 이렇게 물으면 대부분 두 가지로 대답하실 거예요. 아이에게 재능이 있는데 내가 제 때 안 시켜서 발휘되지 않을까 봐, 그리고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져서 자신감을 잃을까봐겠지요.


그런데 초등 입학을 8세부터 하는 것, 각 학년별 성취 과제가 정해져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통계적으로는 전체 아이들 중 1%만 자기 학년을 뛰어넘는 선행학습을 소화할 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진도만 나갈 뿐 많은 구멍이 생기게 되고요. 아예 안 배운 것보다 어설프게 배운 게 더 위험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남들보다 뒤처져서 열등감을 느끼는 것보다 자기 수준에 맞지 않는 학습 수준을 강요당하면서 느끼는 열패감이 훨씬 클 겁니다. 저 같으면 남들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이것저것 시키기보다는 아이에게 '뒤쳐져도 상관없다. 너만의 속도로 나아가라.'라고 말해주겠습니다.

keyword
이전 02화내 아이는 왜 공부를 못할까?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