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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이 Jan 09. 2021

나를 마케팅 타겟으로
취급하지 마세요

언택트 시대, sns 마케팅에 대한 단상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여느 때처럼 예쁜 카페와 디저트 사진을 침 흘리며 보고 있는데 알람이 떴다. 누군가 나를 선팔하고 댓글도 달았다는 알림이었다.


볼 것 없는 내 계정에 누가 납셨는지 황송해서 대번에 나도 맞팔을 하고 달려가 그녀의 피드를 구경하는데 다이어트 얘기가 많았다. 알고 보니 다이어트 컨텐츠로 나름 인지도 있는 블로거였다. 그런 사람이 나를 선팔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나도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아서 댓글로 이야기를 주고받게 되었다. 소위 말하는 '소통'이었다. 한 번은 그녀가 알려준 카톡으로 갠톡을 하며 질문하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의 비포, 애프터 사진을 올리고, 어떻게 해서 성공했는지 아주 자세히 기록을 남기면서, 출산 후 다이어트를 반복하면서 매번 실패하는 엄마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열의를 보였다. 실제로 누군가 그녀의 피드에 도움을 구하는 글을 남기면 아주 상세하게 답을 알려주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나는 그녀가 참 용감하고(비포를 올리다니!), 이타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는 오래지 않아 회사를 차리더니 블로그와 인스타 네트워크를 이용해 판매사업을 시작했다. 나는 이때만 해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을 돕는 것과 수익을 내는 것이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니니까. 그러나 그녀가 판매하는 물품들은 평소에 얘기하던 다이어트 방법론과는 무관한 것이었고, 심지어 어떤 것은 반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가 사업을 론칭하면서 더 이상 소통이 되지 않았다. 그 전에는 서로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아이 사진이나 맛집 얘기로도 댓글을 달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녀가 바빠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바쁘면서도 내가 올리는 피드에 몇 초안에 '좋아요'를 누르는 것을 보고, 심지어 '누가 이 시간에 인스타를 하나' 싶은 시간대에도 어김없이 피드를 올리자마자 제일 먼저 '좋아요'를 누르는 것을 보고, 그녀가 뭔가 자동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전에도 그랬던 것 같더라.


내가 불쾌했던 순간은, '처음부터 이러려고 나를 팔로우했어? 나와 소통하고 싶은 게 아니라 팔로워 수 늘려서 장사하려고?'라는 생각이 들었던 때인 것 같다.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사이였지만, 묘하게 배신감이 들었다. 혹시나 해서 슬쩍 다시 말을 걸어 보았는데 돌아온 대답은 '앞으로는 (자기가 만든) 카페에서 소통해요.'였다. 나는 그 말이 '내 카페 가입해. 그 김에 물건도 좀 사주고. 아니면 괜히 말 걸지 마.'라는 뜻으로 들렸다. 결국 나는 그녀의 계정을 언팔했다.




나는 아주 오래전에 블로그를 시작했다. 맛집과 여행을 좋아했기에, 그에 관한 사진과 글을 공유하고 싶어서 취미로 한 것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블로그가 온통 광고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그냥 광고면 차라리 낫지. 친분과 소통을 가장한 장사, '너랑 친해지고 싶어.' 하며 다가온 친구에게 마음을 내주었더니 갑자기 '사실 나 결혼해.' 하며 청첩장을 들이미는 것 같은 상품팔이. 그게 꼴 보기 싫어서 인스타로 넘어왔더니 요새 인스타는 가관이다. 너도 나도 인플루언서를 꿈꾸며 뭐라도 팔아보려고 아우성이다.


그녀가 처음부터 '조만간 사업을 할 예정이고 홍보를 위해 인스타를 시작했어요.'라고 했으면 이런 불쾌감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랬다면 나는 애초에 소통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겠지. 그래서 나는 무작정 그녀를 탓할 수만도 없는 것이다.


나는 온라인 마케터의 심정이 어떤지 모른다. 브런치 작가가 된 건 그저 글 쓰는 게 재미있고, 그것을 공유하고 싶어서일 뿐 딱히 책을 내거나 정식 작가가 되겠다는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내가 누군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친해진 다음 '저기... 내 계정 좀 구독할래?'라고 들이밀 일이 없으니 그 심정을 알 길이 없다.


그런 나조차도 정성껏 쓴 글은 누가 읽어줬으면 좋겠고, 라이킷이나 구독이 있을 때 뜨는 하늘색 점을 보면 자동으로 광대가 승천하면서 손가락으로 바삐 알림창을 클릭한다. 얼마 전에는 인테리어와 집콕 취미생활에 관해 쓴 글들이 각각 다음 메인에 뜨면서 며칠 동안 하루에 만 뷰 이상을 찍는 것을 보고는 홍보의 위력을 실감했다(내심 에세이 독자가 더 많았으면 했지만... 배부른 소리라는 것을 안다. ^^;).


그러니 돈과 시간을 투자하여 생계를 걸고 하는 사업에서 어떻게든 홍보를 하려는 심정을 짐작 못할 바도 아니다. 아무리 상품이 좋아도 사람들한테 알려지지 않으면 팔지 못한다. 처음부터 내놓고 '홍보입니다'라고 하면, 사람들은 알려고 하지 않는다. 온라인 마케터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는 것이겠지.


코로나로 언택트 시대에 접어들면서 각종 온라인 플랫폼은 더욱 더 필수적이고, 때로는 거의 유일하기까지 한 홍보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어쩌면 우리는 진정성과 홍보 사이 어딘가에 있는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마케터들은, 원치 않아도 수많은 마케팅에 노출되는 잠재적 구매자인 나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photo by xiaolong-wong on unsplash

photo by hello-i-m-nik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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