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누이의 소천과 천국 소망

하나님 나라

by 밍이

유방암으로 투병하던 시누이의 갑작스러운 소천 소식을 들었을 때, 믿기지 않았다. 그간 기도하면서 하나님께서 치유의 표징을 주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소천 전날 병실에서 위독한 상황을 맞이하여 울면서 기도할 때에도 나는 결국 시누이가 살 거라고 믿었다. 이대로 누나가 죽는다면 아직 믿지 않는 내 남편이 어떻게 하나님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선하신 하나님을 그런 일을 허락하실 리 없다 생각했다.


혹시나 죽은 자를 살리시는 기적을 주실까 싶어, 입관식에서 시누이의 몸을 붙들고 조용히 기도했다. 하지만 생명이 빠져나간 마른 몸의 차갑고 딱딱한 감촉은 이미 시누이의 영이 여기 없다는 사실을 일깨울 뿐이었다.


유골을 납골당에 안치하고 돌아온 오후, 하나님은 정말 선하신가 의문이 들었다. 나의 신앙이 밑바닥에서부터 허물어져내리는 느낌이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하나님께 솔직히 들고 나가기로 했다.


"하나님, 당신은 정말 선한 신이 맞으십니까? 힌두교에 칼리라는 신이 있던데, 사실은 그처럼 잔인하고 무자비한 신이 아니십니까?"


고백하고 난 다음, 정말로 하나님이 그런 분이시라면 나는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가만히 생각해봤는데 별다른 답이 없었다. 하나님이 창조주, 나는 피조물이라면 나는 그의 질서에 따르는 수밖에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하나님을 선택하고 받아들이거나, 거부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하지만 내가 받아들이기 힘든 진리라 할 지라도, 그가 창조주인 이상 내가 어찌 그를 선택하지 아니하겠는가.


그래서 고백했다.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하나님께서 저의 창조주이심을 믿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나의 주인으로 고백합니다. 하나님은 성경에서 스스로 자신을 사랑이라 선포하셨으니, 그 사랑에 기대어 그저 긍휼을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난 뒤 하나님께서는 마음에 평강을 주셨고, 시누이가 자신의 소명을 다하고 천국으로 불려올라갔음을 알게 하셨다. 그래서 나는 담담한 마음으로 시누이를 위한 기도문을 쓸 수 있었다.


그리고 난 뒤 의문이 들었다. 하나님은 내가 시누이의 투병을 위해 기도할 때 분명 작은 표징을 보여주시면서 '끝까지 치유를 간구하라'는 마음을 주셨다. 그것은 내가 잘못 들은 것일까?


다시 천천히 돌이켜보았다. 인간인 나는 신이신 하나님의 뜻을 다 알 수는 없다. 내 머리로 다 이해되는 존재를 어찌 신이라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보였다. 나는 시누이의 치유를 믿었기에 생명이 빠져나가는 그 순간까지 시누이를 붙들고 간절히 기도했고, 그것이 내 남편에게 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소천하리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그래서 시누이의 죽음을 담담한 마음으로 대했더라면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나는 시누이가 기적적으로 치유를 받음으로써 남편이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보고 구원의 믿음을 얻게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치유를 받았던들 과연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위기에서 하나님을 찾아와 간구한 뒤, 기도 응답을 받고 나서 돌아서는지를 안다. 그 수많은 배신을 기억한다.


시누이는 처음 유방암 4기 진단을 받은 뒤부터 소천할 때까지 2년 동안 그 고통 가운데 지내면서 한 번도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저 끝없이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그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했다. 시누이가 마지막 순간에 내 남편에게 남긴 유언도 '하나님을 잘 믿으라'였다.


남편은 그런 누나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남편의 속마음 역시 내가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는 지금 누나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도저히 믿어지지도 않고 원망스럽기만 한 하나님을 그래도 믿어보려고 애쓰고 있다. 그런 남편에게 나는 우리의 인생은 바람처럼 빨리 흘러간다고, 그 짧은 시간 뒤에 천국에 들어가면 영원히 누나와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해준다.


우리가 이 땅에서 신실하게 믿음을 지키고, 천국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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