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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이 Jan 22. 2021

미래를 그리는 연습

원하는 일상을 현실화하기

알람이 울려 눈을 뜨면 오전 5시. 사실은 더 일찍 일어나고 싶지만 5시 기상이 습관 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욕심부리지 말고 차근차근해야지.


눈 뜨자마자 머리맡의 스탠드를 켜고 기도책을 집어 든다. 말씀을 읽으며 묵상하고, 기도문을 읽으며 짧게 기도한다.


그리고 곧바로 일어나 화장실에 가서 볼 일을 보고, 파우더룸에 가서 옷을 벗고 체중을 잰다. 양면 전신 거울로 몸을 꼼꼼히 체크한다. 요즘 들어 엉덩이가 좀 처지고 허벅지에도 셀룰라이트가 생긴 것 같은데 눈으로 봐서는 정확하지 않다.


나는 살이 찌면 배가 나오거나 허벅지가 뚱뚱해지는 등 알아보기 쉬운 변화가 오지는 않는다. 밤 사이 소리도 없이 아스팔트 위로 싸락눈이 쌓이듯이 몸 전체에 얇은 지방층이 조금씩, 눈에 띄지 않게 자리 잡는다. 오후에 운동하러 가서 인바디를 체크해 보아야겠다. 그러고 나서 구르기 10회를 하고 마무리. 여기까지의 일은 일련의 습관으로, 무의식 중에 이루어진다.


두툼한 머그컵에 따뜻한 물을 한 가득 담아 기도실로 가져간다.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30분간 기도를 시작한다. 하나님을 찬양하고, 고요하게 하나님 음성을 듣는다. 아이를 위해 기도하고, 그다음 생각나는 사람들을 위해 중보한 다음 하나님께 내 재화를 어디로 흘려보낼지 여쭌다.


기도가 끝나고 바로 스마트폰으로 몽골에 있는 선교사님에게 마음속에 떠오르는 금액을 송금했다. 옷장에 이년 째 입지 않고 걸려 있는 모직 코트는 기증해야겠다. 나는 하나님의 부의 통로이다.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고 파우더룸에 다시 섰다. 평일에는 화장을 간단히 한다. 하지만 간단하다고 해서 대충 하는 것은 아니다. 피부 상태를 살피고, 로션과 에센스가 마지막 한 방울까지 잘 흡수되도록 두드린다. 썬크림과 파운데이션을 잘 펴 바르고 파우더로 마무리. 향수를 고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 나는 거기까지 아름다워지고 싶다.


이제는 아침식사. 냉동실에 얼려 둔 현미밥을 꺼내어 찜기에 넣고 불을 켠다. 나는 전자레인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볼에 계란 두 개를 풀고 우유 두 스푼과 소금 한 꼬집을 넣고 휘젓는다. 후라이팬에 불을 켜고 조금 달군 다음 버터 대신 질 좋은 올리브유를 한 바퀴 두른다. 냉장고에서 밀폐용기를 꺼내어 미리 잘게 썰어 둔 토마토와 버섯, 양파를 넣고 살짝 볶기 시작. 조금 있다가 풀어 둔 계란을 붓고 휘휘 저으면 내 맘대로 간편 오믈렛이 완성된다.


이번 주 밑반찬으로는 땅콩조림, 미역초무침, 시금치나물을 준비했다. 다이어트는 '안 먹는 것'이 아니라 '잘 먹는 것'이고, 잘 먹기 위해서는 미리 무엇을 먹을지 정하고 준비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내 지론이다. 평일에 먹을 식단을 미리 짜고 그에 맞춰 재료를 손질해 두면 시간에 쫓기거나 귀찮아서 아무거나 입에 집어넣는 일을 피할 수 있다. 식탁에 앉아서 현미를 꼭꼭 씹어 넘기고, 오믈렛과 반찬들을 적절히 배분해 먹는 데 집중한다.


이를 닦은 뒤 옷장을 열고 옷을 고른다. 나는 오늘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을까? 타탄체크 모직바지에 아이보리색 캐시미어 터틀넥을 입고, 위에 실크 스카프를 둘렀다. 평소에는 간단한 액세서리를 선택하지만 오늘은 금고를 열고 예물로 받은 진주 귀걸이를 꺼낸다. 비싼 것, 싼 것 가리지 않고 나를 표현하는 아이템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내가 좋다.


립스틱을 바른 후 무스탕을 걸쳤다. 오늘은 루이뷔통 모노그램 중 이번 시즌 신상인 폴드 토트를 들었다. 얼마 전 남편이 선물한 것이다. 새 백을 선물 받았으니 안 쓰는 것을 정리해서 필요한 누군가에게 흘려보내야겠다. FLOW. 하나님이 나를 통해 일하시는 방법.


아침에 눈을 떠서 지금까지의 과정은 평화롭고,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이루어진다. 바쁜 아침이라고 허겁지겁, 대충대충 하지 않는다. 시간은 나의 편. 나는 더 이상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  




6시 반쯤 사무실에 도착. 시차출퇴근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한다. 도착한 순간부터 휴대폰을 서랍에 집어넣고 집중해서 일하기 시작한다.


내 직업은 업무량이 많다. 입사 이후 정시 퇴근한 적이 손에 꼽힐 정도였다. 하지만 나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고 난 뒤에는 최대한 집중력을 끌어올려서 근무시간 내에 일을 끝내고 있다.


뉴스도 보지 않고, 대화도 꼭 필요한 것만 하고 일에 몰두한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하나하나 정성 들여하다 보면 재미있기 때문에 집중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시간마다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고, 두 시간마다 가벼운 산책을 하거나 커피를 내린다. 사무실 한 켠에 커피 테이블을 두고, 필요한 도구와 찻잔들을 갖추어두었다. 예쁜 찻잔이 있는 곳이 바로 내 공간이다.  



3~4시간 몰입해서 일하고 나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이때쯤 운동을 하러 간다. 예전의 직장 분위기는 매일 동료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 것이 중요한 일과였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상당히 느슨해졌다. 나는 일주일에 하루 정도만 함께 식사를 하고, 나머지 나흘은 발레와 필라테스 수업을 간다. 둘 다 모두 사무실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늘의 수업은 필라테스. 인바디를 재보니 역시나, 체지방이 늘었다. 요새 남편과 아이와 함께 야식을 많이 먹은 탓일 테다. 당분간 수업의 강도를 높여달라고 청하고 한 시간 동안 숨이 찰 정도로 집중해서 운동한다. 힘들지만 힘들지 않다. 거울에 비친 내 몸의 라인을 다듬고 비뚤어진 부분의 균형을 맞추면 춤선이 살아난다.


춤선에 최적인 몸을 유지하는 것은 내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춤을 출 때 나는 마치 제2의 인생을 사는 것처럼, 내가 타고난 무용가인 것처럼 산다. 머리를 높게 묶고, 긴 목선을 자랑하며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는 무용과 여학생들. 나는 늘 그들을 동경해왔다.


오 마이 갓! 룰루레몬 레깅스 윗부분으로 아주 조금이지만 튀어나온 배와 그 속에 있는 셀룰라이트가 보인다. 괜찮아. 깨달으면 바꿀 수 있다. 앞으로 일주일간은 저염식이닷!


운동을 하고 나면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여유는 없다. 사무실로 돌아와 냉장고를 열고, 얼려 둔 현미밥과 미리 만들어 둔 샐러드팩을 꺼낸다.


점심에는 별 수 없이 전자레인지에 현미밥을 돌린다. 그래도 사무실에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를 갖다 두었기에 퍽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다. 한 입씩 정성 들여 씹으면서 스마트폰으로 최신 뉴스를 보고, 세상의 동향을 파악한다.




오후 근무 개시. 또 3~4시간 집중해서 일한다. 잘 풀리지 않는 업무가 있다. 계속 고민하다 보면 다른 일들이 소리 없이 쌓인다. 하지만 조급해지는 나를 경계한다. 초조함은 결국 실수를 불러온다. 나는 내게 주어진 일이 오직 이것 하나인 것처럼 계속해서 연구하며 답을 찾고, 중간중간 내 일에 관련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한다.


오후 근무 끝.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지금부터 아이가 돌아오기 전 두 시간 남짓. 이때가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오직 나를 위한 시간.


주로 하는 일은 집 안에서 창 밖의 풍경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차를 마시며 글을 쓰는 것이다. 우선은 어제 이맘때부터 오늘 이맘때까지의 하루를 돌아보는 일기. 특히 내 감정과 신체의 변화를 세심하게 살피며 글을 쓴다. 감정 그릇이 작은 내게는 속에 있는 어두움들을 씻어내는 순간들이다.


그리고 나면 마음 내키는 대로 쓰고 싶은 글을 쓴다. 특히 내 생각과 깨달음을 에세이처럼 쓰는 글들이 재밌다. 언젠가 책으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지만, 아마도 그때에는 '내 책이 누군가에게 즐거움이나 도움을 준다는 확신'이 있을 때일 것이다. 아직은 아니다.   


아이가 돌아오기 직전에 저녁 준비를 한다. 하루 식사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끼니. 질 좋은 쇠고기 안심에 밑간을 해 둔다. 들척지근한 소스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나는 자연에서 난 신선한 재료를, 되도록이면 많은 가공을 하지 않은 채 먹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도 그런 입맛을 가질 기회를 주고 싶다.


오늘 우리는 저녁 식탁에서 안심 스테이크를 먹으며 하루 일과를 나눌 것이다. 그다음에는 잠시 쉬었다가 아이의 숙제를 봐주고, 남편이 돌아오면 같이 시간을 보내다가 잠들어야지.




얼마 전에 원하는 미래를 구체적으로, 손에 잡힐 듯이 작성해 보라는 미션을 받고 쓴 글이다. 아주 먼 미래는 잘 상상하기 어려워서 가까운 미래, 현재에도 조금만 노력하면 어느 정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미래를 묘사해보았다.


그 결과, 안개 속을 걷고 있다가 안개가 걷히고 눈 앞에 길이 펼쳐지듯, 확실한 길을 두고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길 생각도 나지 않듯이, 나는 내가 묘사한 것과 비슷한 삶을 살기 시작했다.


5시는 아니지만 6시 기상을 연습하고, 눈 뜨자마자 기도로 나를 정화하고 정서적으로 편안한 상태가 된다. 식자재를 미리 준비해 두기 시작했고(그 전에는 매일 무엇을 먹을까가 큰 고민이었는데!), 조금씩이지만 운동도 다시 시작했다.


신기한 일이다. 가까운 미래에 이 글에서 쓴 것과 같은 삶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어느 날의 밤참. 미리 샐러드거리를 일주일치 손질해 냉장고에 넣어 두었더니, 갑자기 배고파서 잠 안 오는 밤에 배달 어플을 누르는 대신 샐러드로 간편히 요기할 수 있었다. ^^



photo by gaelle-marcel on unsplash

photp by david-hofman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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