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입장에서 본 마케팅
몸을 체계적으로 단련하는 것을 좋아해서 가끔 일대일 피티나 필라테스 강습을 받을 때가 있다. 나름 비싼 값을 치르고 하는 거라 시작하기 전에 여러 업체를 방문해 보고 꼼꼼히 따져서 결정하려고 애쓰는데, 결국 선택하게 되는 곳은 그저 내 마음이 끌리는 곳이다.
시설이 좋거나 커리큘럼이 화려한 것보다도 가르쳐 주는 코치의 태도에 따라 마음이 움직이는데, 구체적으로는 '나를 당신을 위합니다'라는 메시지가 전해지는 선생님을 선택하게 된다. 나를 단순히 회원들 머릿수 한 명으로 대우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회차, 더 비싼 프로그램을 끊게 할까 머리를 굴리지 않고, 나와 같은 편에 서서 진정으로 내 몸을 위해 좋은 것을 고민하고, 가르쳐 주고 싶어 하는 진정성.
강의도 마찬가지이다. 자기 계발을 좋아해서 이런저런 강습을 많이 듣는데, 비록 이것이 내 돈벌이 수단일지언정, 그래서 당신에게 돈을 받고 가르치고 있을지언정 '나는 진심으로 당신의 발전을 원한다'는 마음이 느껴지는 강의는 강사의 경력이 화려하지 않아도, 언변이 훌륭하지 않아도 마음이 끌린다.
제일 싫어하는 스타일은 '나 좀 봐. 나 대단하지? 너네도 나처럼 될 수 있어. 어떻게 하면 되냐고? 내 책을 사고, 내 프로그램을 이수해.'라는 느낌의 강의. 두 시간을 꼬박 들었는데도 기억나는 것이 강사의 자기 피알밖에 없고, '중요한 내용은 책에 있으니 그 책을 읽어야 되는구나. 저렇게 되려면 저 사람의 프로그램에 등록해야 되는구나.' 싶은 마음이 들 때에는 내 귀한 시간을 돌려내라고 따지고 싶어 진다.
'나는 당신 편에 서서 당신을 위합니다'라는 마음은 진심이어야 한다. 가짜는 대번에 눈치를 채게 된다.
얼마 전, 예전에 다니던 샵 점장에게 연락이 왔다. 내 몸 상태가 어떤지 궁금하다고, 측정을 도와줄 테니 한 번 오라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코로나 시국을 맞이하여 일 년 동안 변변한 운동 한 번 못하고 있던 차라 지나는 길에 슬쩍 들렀다. 점장은 끊임없이 '회원님의 상태가 궁금하다'는 멘트를 날리면서 이런저런 측정을 도와준 다음 결과를 보고 짐짓 너무나 걱정된다는 듯이 이맛살을 찌푸리더니 '회원님을 위해서' 마침 좋은 프로그램이 있다며 권해왔다. 아하, 그래. 요새 장사하기 힘드시죠? 그렇게 나를 위하는 척할 필요까지는 없는데. 그냥 내 몸상태와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담백하게 설명하기만 해도 이렇게 거부감이 들지는 않을 텐데.
그럼 어떻게 하면 진심이 될 수 있을까? 판매자 입장에 서 본 적이 없어서 함부로 말할 수는 없다만, 내가 진짜 좋은 것을 경험하면 나도 모르게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지더라. 특히 내가 힘들고 고생했던 부분, 그것을 극복했던 경험이 있으면 저절로 같은 입장에 처한 사람에게 공감하고 도움을 주려고 애쓰게 된다. '나를 힘들게 하는 일이 결국 나의 스토리가 된다.'는 말처럼.
물론 모든 일에서 스토리를 가질 수는 없겠지. 그럴 필요도 없고. 그렇다 해도 내가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확신 정도는 있어야 되지 않을까. 그 확신이 옳던 그르던, 그런 판매자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