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프로젝트 50 #10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지 3주가 지났다. 뉴스에서는 연일 폭격당한 우크라이나의 도시를 비춘다. 지금이 2022년이라는 것을 가끔 잊는다. 시리아 내전이나 아프간 전쟁들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더욱더 크고 가깝게 다가오는 것은 우크라이나가 유럽에 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부패정권 하에 오래 있었을지언정 민주화된 국가라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처음 뉴스를 봤을 때의 충격과 공포 그리고 어쩌면 느껴졌을 분노는 조금 가라앉지 않았는가? 죄스럽게도 나는 조금 그랬다.
러시아가 왜 우크라이나에 침공했는지에 대해서는 신문 기사나 뉴스를 통해서도 많이 다루어졌다. 기사 몇 줄로 통해서 읽은 내용은 전쟁의 이유로 충분하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푸틴의 정신 이상설이 더 설득력 있지 않나 싶을 정도다. 우크라이나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우크라이나에 대해 살펴보면 지금 이 전쟁에 대해서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우크라이나, 드네프르 강의 슬픈 운명>은 모스크바 주재 특파원을 지냈던 저자 김병호가 2015년 쓴 우크라이나 입문서이다. ‘우크라이나의 역사,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부제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해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지 알 수 있다.
책은 우크라이나에 대해서 많이 알려진 것, 그리고 우리가 알 만한 것들을 이야기하며 시작한다. 지리 시간에 배웠을 법한 ‘유럽의 곡창지대'에서부터, 구소련 해체 후 3대 핵무기 보유국이 됐다가 핵무기를 포기한 일이나 체르노빌 등 익숙한 이야기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흥미를 일으킨다. 또한 2014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크림반도에 대한 이야기도 담았다.
우크라이나의 역사도 흥미롭다. 러시아가 어째서 우크라이나를 포기할 수 없는지는 역사에 이미 나타나 있었다. 우리가 흔히 키예프 공국이라고 부르는 키이우 루시(키예프 루스)는 동슬라브 민족이 세운 최초의 통일국가였다. 러시아, 벨라루스 그리고 우크라이나는 같은 뿌리를 두고 있다. 몽골의 침략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지위가 바뀌게 되고, 16세기부터 시작해 구소련 냉전시기까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착취는 계속됐다. 우크라이나인들이 반러시아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를 다른 나라로 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가 서방과 가까워지고 EU나 NATO에 가입하려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두고 하는 말은 지금이나 예전이나 다르지 않다. 푸틴은 2014년 이미 “내가 원하기만 하면 2주일 내에 키예프를 점령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많이 들어본 말 같지 않은가.
우크라이나의 경제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를 지나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이 어떻게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압박하는데 쓰이는지, 그리고 과거 러시아처럼 올리가르히가 경제적 힘을 업고 정치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도 보여준다.
저자는 우크라이나의 마이단에서 시작된 2004년 오렌지 혁명, 그리고 유로마이단 시위에서 시작된 2014년 우크라이나 혁명 등으로 이어지는 시기의 우크라이나의 정치,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자세히 이야기한다. 친서방인 우크라이나의 서쪽 지방과 친러시아인 동부와 남부의 지역별 정치적 색깔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특히 2014년 크림 사태가 진행된 내용을 읽다 보면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그 당시에도 이미 푸틴은 히틀러에 비유되었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에서는 물리적으로 개입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한 대응을 했다. 그 결과를 저자는 이미 예측했다.
서방 진영이 계속해서 우물쭈물한 대응을 할 경우 푸틴은 그가 꿈꾸어 온 강한 러시아 제국의 부활을 위해 지금을 가장 좋은 기회로 여기고 대외 영토 획득에 더욱 집착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 장에서는 주목할 만한 인물 7명에 대해 적었다. 앞서 나온 이야기들과 중복되는 부분들도 있지만 여기서 언급되었던 정치인들의 일부를 2022년 현재 뉴스에서도 볼 수 있었다. 언젠가 저자가 이 책의 개정판을 내거나 새로운 책을 쓰게 된다면 이들의 평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책을 읽으며 그때와 지금의 다른 점을 찾자면, 지금은 우크라이나에 새로운 대통령이 있고, 러시아에 대항해 싸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전쟁이 어떻게 끝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이 책을 읽고서 우크라이나와 조금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어 이 전쟁이 더욱 마음 아프다. 더 큰 피해를 입지 않고 얼른 평화를 되찾기를 간절히 바란다.